[Review] 웃음이라는 불빛으로 도시를 밝히며 - 찰리 채플린 라이브 콘서트 [공연]

글 입력 2022.06.0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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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아트프로젝트) 찰리 채플린 라이브 콘서트 포스터.jpg

 

 

지난 5월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찰리 채플린 라이브 콘서트>가 개최되었다. 20세기 최고의 예술가 찰리 채플린의 대표적인 걸작 <시티 라이트>를 영상과 40인조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본 공연의 기획과 제작을 맡은 (주)봄아트프로젝트의 윤보미 대표는 "<시티 라이트> 작품을 통해 예술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지금 시점에 채플린을 소환했다"는 기획 의도를 전했다. 집단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오늘날, 예술을 통해 상생과 화합의 가치를 전달하고 싶었다는 것이 기획자 측의 설명이다.

 

 

 

<시티 라이트 City Lights>(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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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라이트 City Lights>, 1931

 

 

꽉끼는 조끼, 찢어진 바지. 이 남루한 행색의 남자는 거리를 전전하는 떠돌이 신세다. 화창한 오후, 여느 때처럼 길가를 배회하던 남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여인과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백만장자인 척 행세하며 여인 곁을 맴돌던 남자는 여인의 눈을 위한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기 시작한다.


도시 곳곳에서 왁자지껄 소동을 일으키는 남자의 모습은 채플린 특유의 익살스러운 몸짓과 버무려져 쉴 틈 없는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 웃음 이면에서 마천루의 그림자에 가리워진 빈부격차와 인간 소외의 문제를 지적하는 채플린의 연출은 그의 유머만큼이나 직설적이다. 찰리 채플린의 <시티라이트>는 현실을 향한 날카로운 풍자 속에도 끝내 내일을 살아낼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내었다는 점에서 오늘날까지도 찰리 채플린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무성 영화의 가치


 

찰리 채플린은 영국 런던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연기자였던 부모를 따라 아동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1913년 미국 할리우드로 건너가 영화계에 발을 들인 이래, 채플린은 약 40년간 배우 겸 영화감독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자타공인 20세기 영화계의 거장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채플린에게 있어 영화 인생의 황금기는 <키드>(1921), <시티 라이트>(1931), 그리고 <모던 타임즈>(1936)에 이르는 위대한 명작들을 선보일 수 있었던 무성영화의 시대였다.

 

<시티 라이트>가 개봉했던 1931년은 유성영화의 탄생으로 무성영화가 사라져가던 시기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채플린은 무성영화가 쇠락하는 가운데 <시티 라이트>를 당당히 선보이며 무성영화의 정점을 찍었다. 무성영화에 대한 찰리 채플린의 고집은 이해하기 쉬운 캐릭터와 마임 연기로 세계 각지의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널리 전하고자 하는 그의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음악과 웃음의 하모니


 

찰리 채플린은 <시티 라이트>를 무성영화로 제작하면서 작품 속에 수록된 전체 악보를 직접 작곡하여 언론과 대중을 놀라게 하기도 하였다.

 

채플린은 영화 안의 모든 사운드를 배제하고 오직 음악만으로 인물의 움직임을 강조하여 캐릭터의 생동감을 극대화했다. 긴박하거나 역동적인 장면에서는 타악기 소리로 서스펜스를 유발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표현할 때는 현악기를 활용하였다. <시티 라이트>가 무성영화임에도 음악의 중요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극찬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채플린이 직접 작곡한 <시티 라이트>의 수록곡들은 영화를 보는 동시에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로 감상할 수 있었다. 풍부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영화의 타임라인을 실시간으로 발맞추어 따라오니, 관객으로서는 단순히 모니터를 통해 영화를 보는 것에 비해 훨씬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의미있다고 여겨졌던 것은 바로 '관객과의 하모니'였다. 클래식 공연장에 들어서면 왠지 모를 엄숙한 분위기에 박수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지곤 한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이래적으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큰 소리로 깔깔 웃는 관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관객들의 웃음과 박수 소리는 관람에 방해가 되기보다는 외려 그들이 극 속으로 깊숙이 몰입해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지표로 다가왔다. 클래식 공연장 속으로 들어온 찰리 채플린의 영화, 그에 맞춰 캐주얼한 분위기로 연주를 이끌어 가고자 한 안두현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노력은 클래식 공연의 문턱을 낮추고 관객과 호흡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시도로 여겨진다.


   

"당신은 참 위대해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모두가 당신을 이해하고 있군요."

 

 

1931년 <시티 라이트> 개봉 당시, 시사회에 참석했던 아인슈타인이 채플린에게 남긴 말이라고 전해진다. 100년에 가까운 긴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찰리 채플린의 말없는 표정과 몸짓에 웃음을 터뜨리고 눈물을 흘린다.

 

채플린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외로운 개인들을 위한 기도, 힘겨운 도시인의 삶을 향한 위로는 말 없이 다가오기에 그 울림이 더욱 크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웃음을 꿈꾸었던 찰리 채플린의 <시티 라이트>는 도시인들에게 미소를 선사하는 선물이 되어 아직까지도 우리 곁에 남아있다.

 

 

[최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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