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MBTI로 입체적인 나를 발견하는 방법 [사람]

너도 맞고 나도 맞다
글 입력 2022.05.2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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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MBTI'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MBTI를 모르는 사람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MBTI는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도구이다. 외향(E)/내향(I), 직관(N)/감각(S), 감정(F)/사고(T), 인식(P)/판단(J)이라는 4가지 지표에 따라 총 16가지로 심리 유형을 분류한다.

 

MBTI의 인기는 2년이 넘도록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또래인 20대 언저리의 사람들과의 첫 만남에서 서로의 MBTI를 밝히거나 맞추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로 이제는 유행을 넘어 하나의 대화 주제로 자리 잡았다. 즉, 일상에서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하고 확인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덕분에 자기소개는 꽤나 수월해졌다. 성향을 ‘ENFJ’와 같이 4글자로 간편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딱지를 붙이기를 원하는 시대에서 MBTI는 자신을 확인하고 특징을 공유하기에 제격이다.

 

 

 

내가 바라보는 나, 너가 바라보는 나


 

문제는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매우 단순화하는 것으로부터 발생한다. 4글자로 일반화한 모든 특징이 나에게 딱 들어맞을 수는 없기에 서로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기 쉽다. 가끔은 사회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나의 MBTI를 밝히고 나면 사람들이 그에 맞게 나를 바라보는 듯한 생각이 들곤 한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주변인이 바라보는 내 모습의 괴리가 큰 편이다. 내 MBTI를 밝히면 “네가?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지금까지 보여준 너의 모습들은 아닌 것 같은데?” “검사 결과가 이상하네”  등 의외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심지어 오랜 기간 함께 지낸 친구에게 들은 적도 있다. 친해서 나를 다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니. 인간관계는 참 재미있다.

 

 

 

김영하가 MBTI를 믿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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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유튜브 채널 '디글 :Diggle' - 유퀴즈 온 더 블럭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내가 다를 때

재밌는 것들이 많이 생겨요"

 

  

최근에 소설가 김영하가 유퀴즈에 출연해 했던 말이다. 그는 MBTI를 묻는 조세호의 질문에 “비밀”이라고 답한다.

 

김영하는 어디에서도 자신의 MBTI를 밝히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MBTI는 자가 검사이기에 ‘내가 보는 나’가 결과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에 대한 인식은 과거의 자신에 대한 기억들로 구성된다. 즉, 단편적인 기억 조각들을 근거로 해당 문항이 내 모습인지 아닌지 고민하고 그에 대한 답을 구체적인 척도로 선택한다. 그렇기에 검사를 정기적으로 계속하다 보면 내가 되고 싶은 내가 될 수도 있고, 나의 좋은 점만 고를 수도 있다. 그 선택은 온전히 나의 기억 수집 방법에 달려있다.

 

김영하는 MBTI가 정해주는 틀에 맞춰 나를 바라보기보다는 입체적인 내 모습을 들여다보는 걸 권한다. 그 방법으로 MBTI를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해 본인이 먼저 해보고 나를 잘 아는 사람에게 나를 평가하는 MBTI 검사 시켜 보기를 제안한다. 검사를 마치고 서로의 검사지를 대조해 보면서 자신의 입체적인 면모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너도 맞고 나도 맞다


  

사람은 모두 모순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낯선 사람을 만나면 쉽게 대화를 이어나가기 어려워하지만, 친한 친구의 앞에서는 누구보다 에너지를 잘 쏟아낸다.

 

누군가는 여행을 갈 때는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지키지만, 공부를 할 때는 급한 대로 계획 없이 해치울 수도 있다. MBTI는 이러한 ’다양한 상황 속 나’ 중에서 조금 더 나에 가깝다고 판단하는 모습을 골라 확인하는 용도이기에 검사지를 대조하며 다양한 나를 구경하는 것은 자신의 MBTI를 확고히 여기는 사람에게도 재밌는 놀이가 될 것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사람은 계속해서 변한다. 어제의 내가 쓴 일기를 보면 ‘이게 내가 쓴 글이라고…?’ 싶을 정도로 하루 만에 마음이 휙 바뀌기도 한다. 그러니 결과에 과몰입하며 나 혹은 타인을 규정하기보다는 그저 재미로 즐겼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너도 맞고 나도 맞다.”

 

네가 바라보는 나도 나이고, 내가 바라보는 나도 나이다. 결국 MBTI를 통해 우리가 얻어 가야 하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것이다. 이제는 단편적으로 나를 정의하기보다는 그 속에 숨어있는 내 모습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찾아보려고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그리고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유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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