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를 오래도록 기억하는 방법 [공간]

영화를 특별하게 소장할 수 있는 공간, 씨네마포
글 입력 2022.03.1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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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OTT의 시대이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왓챠, 티빙, 디즈니 플러스 등 플랫폼 간의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며 OTT의 시장 규모는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다. 덕분에 플랫폼을 구독한다면 그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어디에서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었다.

 

그러나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OTT 미디어 환경의 장점은 영화와 드라마를 온전히 즐기는 걸 되려 방해하기도 한다. 드라마를 보다가 조금만 지루하다고 느끼면 바로 하차하거나, 배속으로 돌려보며, 심지어 영화 소개 콘텐츠를 본 후 줄거리를 파악하고 영화를 다 본 것처럼 느끼며 정식 영화는 보지 않기도 한다.

 

즉 ‘쉽고 빠르게 소비한다’는 특징을 이용자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영화에 대한 경험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

 

영화에 대한 의견을 넘어 경험까지 다양해진 시대에서, 문득 아날로그가 되어버린 것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한 번 착석해서 영화의 마지막까지 집중하는 경험을 하고 싶을 때 가는 공간, ‘씨네마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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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상수역 부근, 어느 골목에 있는 씨네마포. 몇 개의 좌석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작은 영화관이 있어 ‘씨네 마포’이지만, 영화 디자인과 수입배포사인 회사 이름이 ‘4REST’라서 ‘씨네마4’이기도 하다.

 

씨네마포는 오후 12시부터 밤 22시까지 영업하며 월요일마다 휴무를 한다. 애완동물, 사진촬영, 충동구매를 모두 환영한다고 적힌 소개 문구에서는 센스가 돋보인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영화 포스터, 엽서, 배지 등 각종 영화 굿즈이다. 아는 영화를 찾아보며 공간을 빼곡하게 채우는 굿즈를 하나씩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블루레이도 눈에 띈다. ‘블루레이’는 DVD보다 영상과 음향의 품질을 높인 영상 저장매체로, 블루레이용 재생기기가 따로 필요하다는 번거로움이 존재한다. 그런 번거로움을 이기면서 스트리밍 시대에 아날로그를 찾는 사람들에게, 블루레이는 '시청용'이라기보다는 좋아하는 영화를 특별하게 소장하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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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마포의 구석구석을 구경한 후, 나는 음료를 시키고 계단식 관람석을 따라 내려가 영화관 한쪽에 앉았다. 영화관에서는 이름 모를 영화의 DVD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터널 선샤인 틀어드리려고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배려 섞인 말을 건네며 사장님이 골라주신 <이터널 션샤인>이 시작되었다. 넷플릭스로 한 번 봤던 작품이지만, 같이 간 소중한 사람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다시 보니 새롭게 다가왔다. 누군가가 직접 골라주는 영화이기 때문일까, 영화를 선물 받는 기분도 들었다.

 

<이터널 선샤인>을 처음 봤을 때의 영화에 대한 기억은 ‘슬픈 로맨스’ 정도였다. 로맨스를 좋아하지 않던 나에게는 단지 ‘연출이 독특하다.’ 정도의 기억만 남아있었다. 그런데 씨네마포에서 이 영화를 집중하며 다시 보고 나니 어느새 크래딧이 내려오고 있었다. “사랑은 고통을 동반한다. 어쩌면 행복보다 더 많은 고통을 얻게 될 사랑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메시지가 남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슬퍼졌다.

 

작고 아날로그한 영화관, 포근한 공간에 함께 간 사람, 영화가 주는 메시지, 영화를 보며 나눈 이야기, 과자와 음료, 사장님이 건넨 말 한마디까지. 그날의 기억과 함께 영화를 온전히 소장하게 되었다.

 

**

 

영화를 '많이' 보는 것보다 '천천히' 음미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씨네마포는 그야말로 시네마 천국이다.

 

이들이 OTT 시대에 아날로그를 찾는 이유는 하루의 총체적인 경험과 함께 영화를 특별하게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영화를 온전히 소장하고 싶다면 씨네마포에 한 번 들러보는 건 어떨까?


 

[유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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