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MZ세대의 전시 소비법 -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전시]

포토존과 전시의 가치를 동시에 가져갈 순 없을까?
글 입력 2022.01.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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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용 전시회’가 유행한지 수 년 째다. 다소 심오하고 난해한 순수미술보다 직관적으로 아름답고 경쾌한 이미지를 추구하며, 그 공간을 ‘향유하는 나’가 더 중시되는 경향이다. 독특한 공간 속에서 예쁜 그림을 보고 있는 나-의 ‘인증샷’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누군가는 SNS 특유의 허영심이 예술의 질을 훼손시키고 있다 말한다. 작가의 주제 의식과 작품 세계를 탐구하기 보단 그의 감성을 하나의 상품으로서 취급하고 그저 인생샷의 뒷배경으로 전락시켜 버린다는 것이다.


분명 작품을 볼 때의 사유 깊이가 낮아진 건 사실이다. 전시회가 일종의 사진 찍기 좋은 ‘핫플’화 된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실제로 여러 전시에서 노골적인 포토존을 운영한다).

 

하지만 예술+공간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장점은 부인할 수 없다. 내가 감히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머뭇거림을 안고 가기보단 가벼운 마음으로 미美를 즐기러 가는 곳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예술의 대중화와 일상화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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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사동에 오픈한 전시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는 이런 경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뚜렷하다. 예술로서의 가치와 오락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함께 담아낼 수 있을까? 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증강 현실 AR 기술을 선택했다.


공간의 독특성을 추구하는 젊은 MZ세대는 물론 설화를 보고 자란 중장년층의 취향까지 저격할 ‘요즘 전시’,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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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체성을 담다


 

전시의 주제는 ‘한국의 전통 설화와 민담’이다. 토끼가 절구질하는 보름달부터 인간을 지켜주는 여러 신들과 재주를 부리는 요괴들, 기괴한 모습의 동물들이 등장한다.


대부분 구전으로 전해졌던 상상 속 존재들을 ‘시각화’시키는 게 전시의 목적이다. 글과 말로만 막연히 떠올렸던 것들을 다시금 시각적으로 환기시키며 존재 의의를 가다듬는다.


많은 것이 서구화된 지금, 한국의 옛것들에 주목하고 정보를 세분화한 것은 칭찬할 만한 선택이다. 재해석한 전통을 현 세대에 전달함으로써 우리 문화의 가치를 견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의 확장성, 거울과 그래픽


 

비현실적인 판타지 설화를 모티브로 한 만큼 전시의 공간 또한 신비롭고 몽환적이다.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는 거대한 벽면 거울과 그래픽 레이저를 이용해 공간을 확장시킨다. 다채로운 빛이 몇 겹의 반사와 굴절을 거쳐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요한 건 그것이 그저 예쁜 구경거리로만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접 발을 딛고 들어가 공간의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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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2. 돌과 나무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입장부터 공간을 장악한다.

 

붉은 조명과 함께 사선형 레이저 그래픽이 온 바닥에 깔려 있다. 천장엔 궁궐 처마나 지붕 위 추녀마루에 잠들어 있었다는 동물 형상 조각들이 달려 있다. 과거의 풍경과 현재의 나를 오버랩한다는 컨셉으로 거울을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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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공간의 초월]은 눈이 부실 정도로 푸르고 새하얀 공간이다. 십 수개의 구조물이 거울에 반사되며 수십 개의 레이어를 만들어 낸다.

 

둥-하고 잔잔히 울려 퍼지는 에밀레종소리를 들으며 길을 걷는다. 백지의 공간 속 수십 개의 ‘내’ 형상이 비춰지며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개인적 경험이 깃드는 공간


 

흔히 말하는 ‘체험형 전시’의 기술 활용도가 훨씬 높아졌다.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에선 접촉형/사주팔자형/어플형으로 나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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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형은 내 신체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부분이다. [7. 도깨비 불을 만나다]에선 유리 센서 앞에 손을 갖다 대면 신체 파동에 따라 일렁이는 불빛이 만들어진다. 불꽃 아지랑이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는 레이저 그래픽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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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팔자형은 입장 시 부여됐던 바코드를 이용한다.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에 따라 부여된 바코드를 찍으면 관련 정보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6. 기원을 지나 별을 만나다]에선 한국의 전통 별자리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따른 내 별자리를 확인할 수 있다. 달의 위치에 따라 무려 28수로 나눠진 별자리엔 흔히 볼 수 없었던 박쥐나 해달, 제비자리 등이 있다. 나만을 위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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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형은 이 전시를 관장하는 중심축이다. 전시 곳곳에 숨겨진 동물 모양 QR코드를 찍어 전설의 동물을 수집할 수 있다. 일정 개수 이상을 모으면 작은 선물을 주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심리까지 자극한다.

 

밋밋한 그림 코드는 어플 속에서 화려한 그래픽으로 재구성된다. 숨겨져 있던 신비 동물을 직접 마주하는 듯한 즐거움과 성취감이 따라온다. 특히 이 코드를 찾기 위해 전시장 곳곳을 돌아다니고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는 점이 자연스레 전시의 흥미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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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는 현 세대가 선호하는 공간의 압도감을 이해하고 있다. 다양한 기술을 이용해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구축했다. 이때 어플 등을 이용해 능동적인 체험 욕구를 상승시키며 적극성을 끌어내기도 한다.

 

특히 컨텐츠의 소재가 매우 한국적이라는 게 칭찬할 만한 점이다. 잘 짜인 전시 루트 덕분에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이끌어낸다. 그저 예쁜 공간을 ‘방문’하는 게 아니라 전시 주제와 목적을 효과적으로 '체험'시킨 것이다.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는 영리한 기술 활용으로 주제의 가치를 돋보이게 한 전시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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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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