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초대합니다 [도서]

환상적인 크리스마스 마켓 탐방기
글 입력 2021.12.2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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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ly real blind person at Christmas-time

is he who has not Christmas in his heart.

 

진짜 장님은 크리스마스가 마음속에 없는 사람이다.


- Helen Keller, 헬렌켈러

 


지난 주말 첫눈이 내렸다. 올해 들어 내가 본 중 가장 눈다운 눈이었다. 첫눈은 내게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자, 마음속의 계절을 바꿔주는 기준점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첫눈의 설렘에 즐거워하지만, 여름을 유독 좋아하는 나에겐 겨울의 시작이 썩 반갑지 않다.

 

작렬하는 뜨거운 태양,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여름의 푸른 바다.


안 그래도 나의 여름을 보내기가 너무 아쉬워서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다며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있었는데, 기어코 눈치 없이 내린 첫눈이 그저 야속하기만 했다.


그래도 유일하게 겨울이 좋은 이유가 있다. 바로 크리스마스 때문이다. 다가오는 겨울이 싫을 때면, 나는 늘 겨울에 있을 크리스마스를 상상하곤 했다. 초록과 빨강으로 대표되는 알록달록한 장신구들과 반짝이는 전구, 커다란 트리, 흥겨운 캐럴 같은 것들을 상상하다 보면 우울했던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하지만 가끔 여름에 대한 짙은 그리움 때문인지 혼자만의 힘으로는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는 게 조금 어색하고 부족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얼른 책장으로 달려가 이 책을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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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인 유럽]은 자신의 생일보다 크리스마스를 더 좋아하는 맹지나 작가가 유럽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돌아보며 적은 여행기를 담아낸 책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이란, 11월 초순부터 12월 말 혹은 이듬해 초까지 성대하게 열리는 마켓을 말한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130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졌으며,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운 큰 광장을 중심으로 성탄 기간 동안 다양한 음식과 수공예품,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을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책은 크리스마스 마켓에 대한 시기와 장소 등의 아주 기본적인 정보뿐 아니라 크리스마스를 앞둔 각국의 분위기와 풍경, 역사까지 두루 아우르며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런던, 알자스,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파리 등 정신없이 작가의 발걸음을 따라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다 보면 누구나 설레는 유럽의 크리스마스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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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아주 매력적인 크리스마스 마켓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바로 독일 드레스덴의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책 속에서 작가는 여행 중 가장 일진이 사나웠던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드레스덴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가장 아름답고 좋았다고 토로한다. 그 사연을 모두 읽고 나니 '도대체 얼마나 아름답기에 그런 걸까?' 하는 궁금증과 높은 기대가 생겼다.


특히 12월 초 세계에서 가장 큰 4t의 슈톨렌(stollen)을 굽는 '슈톨렌 페스티벌'로 크리스마스 마켓의 문을 연다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역시 먹는 이야기는 언제나 즐겁다!)

 

슈톨렌은 14세기부터 구워졌다고 전해지는 독일식 과일 케이크인데, 건포도와 설탕에 절인 과일 그리고 여러 가지 향신료를 넣고 버터를 바른 뒤 잘 구워낸 빵 위에 넉넉하게 슈가 파우더를 뿌려 만든다. 포대에 싸인 아기 예수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고 하며, 크리스마스 시즌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로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면 당연히 구비해 놓아야 할 일등 품목이라고 하니 슈톨렌이 담고 있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짐작해볼 만하다.


 

*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이브 날 밤, 전 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모두 나누어 주려면 1초에 832가구를 방문해야 한다.

* 크리스마스 시즌에 VISA 신용카드는 1분에 5,340번 긁힌다.

* 세상에서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은 46.5m의 키에 225t의 무게를 자랑하는 '자유의 여신상'으로 프랑스가 1886년 미국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다.


- 본문 p.403 '숫자로 보는 크리스마스' 中

 

 

크리스마스 마켓에 관한 내용뿐 아니라 틈틈이 크리스마스에 관한 소소한 정보를 알게 되는 것도 이 책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숫자로 보는 크리스마스 이외에도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사람과 죽은 사람, 크리스마스에 감상하면 좋은 책과 영화까지 소소하지만 궁금했던 크리스마스 관련 이야기들이 책 곳곳에 숨어있다.


아마 이렇게 책 속의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눈길이 가는 것은, 여행도 크리스마스도 첫눈에 반한 열렬한 사랑이었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내게도 크리스마스가 언제나 처음처럼 설레는 사랑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가는 동안 이런 나의 설렘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다.


요즘 우리는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를 즐기기는커녕 보고 싶은 사람과도 마음껏 만나기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지나가버릴 크리스마스에 대한 아쉬움이 자꾸만 커진다. 비록 올해도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 크리스마스가 될 테지만,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좌절하기보다는 지금이라도 [크리스마스 인 유럽] 속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달려가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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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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