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21 공예트렌드페어 형형색색 - 이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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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코엑스에서 공예트렌드페어가 열렸다. 공예 작가, 공방, 기업, 갤러리, 기관, 대학 등 3백 20여 개 사가 참가해 현 공예 계의 흐름과 이슈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전시 품목 역시 테이블웨어와 주방용품, 오브제, 사무용품, 패션, 가구, 조명 등 다채로운 영역을 다루었으며 입소문을 타고 번진 호평 덕분에 연일 줄을 잇는 방문객으로 성황리에 종료됐다.
이번 전시의 메인 주제는 '형형색색'으로 총감독을 맡은 정구호 디렉터의 지휘 아래 강렬한 메세지를 전했다. 현대 및 전승 공예 분야를 아울러 한국 공예가 70명의 작품을 쇼케이스 형태로 선보여 집중도 높은 전시를 이끄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아울러 주요 갤러리가 참여하는 '아트&헤리티지관', 스튜디오, 브랜드, 기업, 공방이 참여하는 '브랜드관' 및 '창작공방관', 학생들의 창의적인 공예품을 전시하는 '대학관', 공진원의 사업 결과물을 선보이는 'KCDF 사업관' 등을 포함해 총 6개 관으로 구성했다.
이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공예의 아름다움을 가까이, 다방면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탄생했다.
키 비주얼 - 형형색색의 아름다움
디자인 스튜디오 신신이 참여한 키 비주얼 역시 의미 깊다. 2021 공예트렌드페어의 주제인 '한국 공예의 다양성'과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표현해냈다. 올해 참여 작가들의 작품에서 색상과 형태를 추출해 기본적인 그래픽 요소로 활용했으며, 각 요소는 자유롭게 해체되고 재조합되며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된다. 공예의 전통적인 형태감과 동시대적 감성이 어우러지도록 해 행사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형형색색 - 공예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야
이번 공예트렌드페어의 메인 주제는 '형형색색'. 공예와 순수미술, 디자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추세에서 공예가 지니는 아트 오브제로서의 가치에 주목하고자 했다. 공예품을 하나의 아트 오브제로 새롭게 인식하는 경험을 이끌어내고자 한 것이다. 주제에 걸맞게 전시 구성 역시 압도적이었다. 샛노란 바탕에 빛나는 디스플레이 단을 두어 공예가 전하는 예스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말 그대로 갤러리에 방문한 것처럼 한 작품 한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약 1천 2백 제곱미터에 달하는 공간을 가득 채운 독창적인 전시는 정구호 총감독의 디렉팅 아래 진행됐다. 정구호 총감독은 제일모직, 휠라코리아, 제이에스티나 등 국내 패션 기업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으며, 2019 밀라노 디자인 위크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전시에서 예술감독을 역임해 한국 공예를 인상적으로 재해석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의 공예란 실용품보다 아트 오브제로서의 존재감이 이미 더 크다고 생각했기에 주제에 대한 작은 의문이 들었다.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 시대에는 오히려 오브제뿐 아니라 실용성을 갖춘 공예가 더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최근에는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취향도 다양해지면서 호족반이나 소반, 전통 식기 등을 생활에 활용하는 폭이 넓어졌다. 물론 이전부터 공예란 실용적인 관점에서 다루어진 것은 맞으나 현대에 이를 수록 그 궤가 달라진 것 같다.
메인 주제관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물성의 표현'이었다. 물성을 다루는 고유한 방식은 공예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 공정을 거치게 되면 필연적으로 본래의 소재감이 크게 가공될 수밖에 없다. 제작자의 손길이 직접 더해진 공예품이야말로 재료 본연의 물성이 가장 빛날 수 있는 곳이다.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된 재료인 목재는 본연의 두툼한 매스감을 강조하거나 특유의 결을 살려 섬세하게 가공되는 표현법이 눈에 들어왔다. 철은 광택을 끌어올리거나 반대로 산화시켜 이질적인 대비를 이루도록 하는 등 한정된 색과 질감 내에서 다채로운 기법을 나타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각종 유리, 아크릴 등 빛과 강한 상호작용을 이루는 소재에 있었다. 소위 '힙하다'는 표현 아래 각종 상공간에서 포인트로 사용되는 유리나 아크릴 오브제가 더욱 우아한 실루엣을 입었다. 디스플레이 단을 통해 빛을 광범위하게 발산하는 전시 구성상 본연의 재질감이 더 효과적으로 나타난 것 같다.
이밖에 눈여겨볼 점은 참신한 주제 의식과 표현 기법. 보편적으로 알고 있던 소재의 활용법에서 벗어나 오감을 자극하는 새로운 장면을 그려냈다. 산업적 특성을 강하게 표현하는 목재 화물 상자에 전통적인 색과 패턴을 입혀 대상의 정체성을 재치 있게 전복하기도 하고, 유리, 목재 등 여러 소재의 형태적 표현력을 극화해 말 그대로 하나의 예술 작품을 완성하기도 했다.
아트&헤리티지관 -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다
아트 & 헤리티지관에서는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주요 갤러리의 참여가 이루어졌다. 이밖에 다양한 전시관이 마련됐으나 아트 & 헤리티지관은 특히 전년 대비 규모가 확장돼 생활 공예뿐 아니라 아트 오브제로서의 예술 공예를 깊이 있게 다루고자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인상깊었던 갤러리 4곳을 정리해본다.
프린트베이커리 X 가나아트
프린트베이커리는 그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빵집에서 빵을 고르듯 부담 없이 미술을 즐기는 삶'을 추구한다. 전시 및 행사 기획 아트 컨설팅,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토어 운영, 문화 콘텐츠 기획 등 예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디자인 레이블과 독자적 에디션을 론칭하고 쇼룸을 확장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중이다.
가나아트는 1983년 설립된 이후 국내외 다양한 전시를 기획해왔다.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 갤러리중 하나로, 국내 미술가의 실험적 작품을 소개하고 세계적 미술가의 작품을 선보여 국내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자 노력한다. 최근에는 가나아트 한남에 이어 가나아트 나인원을 개관하는 등 일상에 더욱 가까이 스며들었으며, 신진작가 지원 및 대중을 위한 프로젝트형 전시를 진행화 미술의 대중화를 실현하고 있다.
피노크
'Look Fine, Work Fine'이란 슬로건을 토대로 운영되는 공예숍.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감성의 디자인 제품을 선보인다. 실험적이고 젊은 감각이 돋보이며, 세라믹, 글래스, 메탈, 페이퍼, 오브제, 책을 비롯해 자체 굿즈를 아울러 다양한 영역을 만나볼 수 있다. 서울숲 인근의 스토어를 기반으로 움직이며 온라인 스토어와 소셜 계정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어 강렬한 아이덴티티에도 불구하고 접근성이 좋다.
제로룸152
다양한 소재의 물성과 작가의 작품관을 살린 아트 오브제를 추구하는 그룹. 기성품보다 자신의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한 디자인 작업물을 공유하려는 마음이 모였다. 소재의 활용도 독특하지만 가구나 오브제의 기존 역할과 사용 양식을 색다르게 가다듬어 작품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장지숙, 전수빈, 조민지 등의 작가들이 호젓한 창덕궁길 근처의 공간을 지키며 작품을 선보인다. 최근에는 온라인 숍을 함께 운영해 더욱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
특별 전시 - 명인명장, 국악과 공예의 만남
곳곳에서 진행되는 기획 전시가 있어 더욱 풍성해졌던 박람회장. 그중 'K-마에스트로'라는 주제로 진행된 전시는 국악과 공예를 결합한 구성으로 시선을 모았다. 올해 개원 70주년을 맞은 국립국악원이 세계적으로 높아진 K-문화의 위상에 따라 국악 무대의 영역을 확장하고자 기획한 것이다. 무형의 예술인 전통 음악과 유형의 예술인 공예가 결합돼 시각과 청각을 고루 만족하는 독창적인 전시를 이루었다. 공간 디자이너와 공예가, 명인이 협업해 한 전시장을 완성함으로써 더욱 의미가 깊었다.
① 판소리 : 화연_꽃 같은 삶들의 잔치
안갯속 모호한 삶의 언덕에 바람이 스미는듯한 풍경을 연출했다. 각기 다른 형태로 엮이고 풀어지는 매듭이 인생살이를 은유하고, 소리꾼의 소리와 빛의 변화가 삶의 희노애락을 노래한다.
② 가곡 : 풍류_중정한 마음의 선비가 되어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선비 정신을 공간과 공예에 담아냈다. 옻칠을 입혀 만든 달로 산수를 삼고 대나무를 휘어서 물결을 표현했다. 조명이 어두어지면 큰 달이 휘영청 떠오른 장면으로 분위기가 전환되며, 정자에 앉아 예인들의 노래와 연주를 즐기는 선비의 시선으로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③ 산조 : 파동_허튼가락, 허튼공예
산조는 '허튼가락'이라는 뜻 그대로 탈격의 미, 불균형 속 균형, 비대칭과 비정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예술이다. 다양한 장단과 가락의 모임과 흩어짐,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와 조화를 넘나드는 자유로우면서도 구조적인 음악인 것이다. 가야금과 장구를 큰 그릇 안에 담는 상산 속에 씨실 날실이 엮인듯한 구김 있는 패턴으로 공간을 연출해냈다.
[신은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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