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위트홈: 가장 따뜻한 디스토피아 [드라마/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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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의 하나뿐인 보금자리 속으로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오징어게임’이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이 있기 전, 디스토피아 장르로 화제가 된 ‘스위트홈’이 있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높은 퀄리티와 재미로 국내에서 호평을 받았다. 화려한 액션과 CG기술로 단순히 시각적인 즐거움을 줄뿐만이 아니라, 인물 간 켜켜이 쌓는 관계성이 몰입도를 높였다.
이 글은 ‘오징어게임’을 보고 뒤늦게 디스토피아 장르물에 빠진 어떤 드라마 매니아의 스위트홈 리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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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잃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는 아파트 '그린홈'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 현수는 기이하고 이상한 이웃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겉은 평화롭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던 일상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정체불명의 괴물이 출현한다.
서울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었고 현수와 그린홈 이웃들은 기괴하고 충격적인 사건들을 겪게 된다.
스위트홈, 게임일까 드라마일까?
이 드라마를 보면서 '게임' 같다고 느꼈다. 바로 드라마에 활용된 각각의 요소들 때문이다. 첫째,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게임은 각 스테이지마다 클리어해야하는 미션이 있다. 스위트홈도 마찬가지다. 각 층마다 죽여야 하는 괴물들이 있으며, 등장인물들은 게임 속 캐릭터들처럼 각자마다 고유의 능력과 무기를 소유한다. 주인공 '현수'는 각 스테이지 미션을 클리어하듯이 괴물들을 죽이며 내적으로 조금씩 성장을 이룬다. '스위트홈'에 등장하는 괴물들 역시 게임 속 빌런처럼 느껴진다.
둘째, '스위트홈'의 배경과 음악은 게임을 연상시킨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아파트는 게임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 홍콩 구룡성 아파트를 닮았다. 작중 사용된 음악은 롤의 주제곡인 'Imagine Dragons'의 'Warriors'라는 노래로, '스위트홈'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액션 장면에서 사용되었다.
셋째, 채도가 높고 강렬한 색감과 역동적인 액션 연출이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크리쳐 무비는 음습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채도가 낮고 푸른 계열의 색감을 자주 활용한다. 원작인 웹툰도 흑백에 가까운 무채색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VR 게임처럼 선명하고 강렬한 색감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게임을 연상시키는 이 드라마는, 게임 중독자인 주인공 '현수'가 게임보다 더 비현실적인 현실을 마주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게다가 여타 크리처 컨텐츠에 등장하는 좀비들과 달리 '스위트홈' 속 괴물들은 저마다 개성적인 디테일과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이응복 감독은 인간의 욕망을 시각화한 이 괴물들을 '스위트홈'의 또 다른 등장인물이라고 생각하고 공들여 연출했다고 한다. '어벤져스' 제작에 활약했던 스태프들을 섭외해 특수분장과 CG를 사용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시청자는 VR게임을 하듯 '스위트홈'에 직접 들어간 것처럼 몰입할 수 있었다.
할리우드와 차별점: 캐릭터 관계성에 주목하다.
'스위트홈'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고 하니, 다른 헐리우드 크리처물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스위트홈'은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츠인 '기묘한 이야기', '버드박스'와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을까?
스위트홈, 기묘한 이야기와 버드박스가 가진 가장 큰 차이점은 극을 이끄는 주체이다. 기묘한 이야기와 버드박스와 같은 외국 크리처 무비에서 극을 이끄는 주체는 '사건'이다. 재난이 발생하고 괴물들이 습격한 사건을 주목하며 몰입감을 높인다.
캐릭터는 아포칼립스 속에서 살아남는 것 자체를 가장 중요시한다. ‘기묘한 이야기’에서도 가장 크게 주목하는 포인트는 비밀스러운 괴물의 정체이다. ‘버드박스’에서는 주인공이 아이들과 좀비들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가는 과정 주목한다.
반면 스위트홈을 이끄는 주체는 캐릭터의 관계성이다. 이는 한국 재난물에서 공통적으로 가진 특성이기도 하다. 재난에서 살아남는 과정보다 캐릭터들이 재난 속에서 쌓는 관계성을 주목한다. 이 관계성이 풍부해지고 다양해질 때 극은 하이라이트에 치닫는다.
로맨틱 드라마 연출이 특기인 이응복 감독의 재능이 캐릭터 간 관계성을 표현하며 스릴러 드라마에서도 돋보였다. 스위트홈은 후반부로 갈수록 괴물과의 사투보다 주민들 간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초반부에는 괴물이 나타났을 때 혼비백산이 된 사람들의 반응과, 접점이 없던 이웃들끼리 부딪히는 과정을 담았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이웃들이 갈등하고 연대하는 모습을 담았다. 캐릭터들의 유대가 두터워질수록 시청자들도 캐릭터에 이입하며 슬퍼하고 연민하게 된다.
특히 은둔형 외톨이 캐릭터였던 주인공 '현수'가 여러 이웃들과 관계를 맺으며 성장해가는 것도 이 드라마의 큰 포인트이다. 희망 없이 자살을 결심했던 주인공이 아이들을 구하고자 처음 집 밖을 나서고, 이웃들을 구하고 싶다는 욕망이 역설적이게도 그를 괴물로 만들었다. 절망적인 재난 상황은 목적이 아닌 배경일 뿐이며, 그 속에서 성장하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 드라마의 목적이다.
이응복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작중에서는 소통이 되는 괴물도 나오고, 겉모습이나 편견 때문에 인간을 괴물처럼 보기도 한다. 그는 시청자들이 이 상징적인 괴물들과 장면을 보며, 어떻게 인간이 서로 소통하고 공존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스위트홈으로 초대된 당신은 그의 질문에 답을 찾아보길 바란다. 드라마 바깥 현실세상은 ‘스위트홈’보다 안전하고 조용하지만, 당신은 이 스위트홈 캐릭터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비록 절체절명의 상황이지만 무사히 버텨내는 캐릭터들을 보며 위로를 얻어보는 건 어떠한가.
[송윤영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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