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은 왜 같은 노래를 다시 부를까 : 리프라이즈 [공연]

우리가 뮤지컬에 빠져드는 이유
글 입력 2021.11.0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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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분야가 우리 일상에 확실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유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중의 관심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게 하는 것일 테다. 한 공연을 보기 위해 10만원대의 티켓을 구매 해야 하는 값비싼 문화생활을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즐기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 뮤지컬은 2시간 가량의 공연시간 동안 대중을 완전히 매료시켜야 한다.

 

뮤지컬 속 여러 인기 많은 배우들, 매체를 통한 광고 등 사람들을 뮤지컬에 유입시키는 요인은 다양하다. 그러나 이 요인은 사람들을 공연장 문턱까지 안내해주는 역할 정도이다. 사람들이 공연장에 들어서서 자리에 앉고 온전히 공연을 관람하는 동안 ‘뮤지컬’이라는 분야에 빠져드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필자는 공연을 관람하는 2시간동안 뮤지컬이 부리는 마법이 바로 넘버의 구성적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크기변환]뮤지컬 무대.jpg

 

 

뮤지컬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반복’과 ‘변주’이다. 뮤지컬은 끊임없이 같은 노래를 반복하고, 변형해 우리에게 들려준다. 바로 이것이 ‘리프라이즈(reprise)’인데, 리프라이즈가 무엇인지 그리고 리프라이즈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 해보자.

 

뮤지컬에 나오는 노래들을 ‘넘버(number)’라고 한다. 모든 뮤지컬에는 몇 개의 주요 넘버가 있다. 이 넘버들을 변주해 다른 장면에서 같은 인물이, 혹은 다른 인물이 반복해서 부른다. 같은 넘버가 공연의 처음에는 합창곡이었다가 클라이맥스에 와서는 주인공의 멋진 솔로곡이 되어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앞서 등장한 멜로디를 다시 변주하거나 반복하는 넘버를 바로 리프라이즈(reprise)라고 한다. 이때 넘버는 비단 다른 넘버가 아니라, 특정 상황에 따라 노래 없이 배경음악으로만 변주되기도 한다.

 

 

[크기변환]넘버.jpg

 

 

그렇다면 이런 리프라이즈 넘버들은 어떤 기능을 할까?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뮤지컬 작품 자체의 서사적 기능 강화이다. 리프라이즈는 아무 넘버나, 아무 때나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뮤지컬에서 넘버는 청각적인 효과 뿐 아니라 서사의 진행적 측면을 가진다. 넘버가 곧 뮤지컬에서는 언어 그 자체이며, 극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중요한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 강조하듯 뮤지컬도 중요한 넘버를 반복한다.

 

극 중 사건의 흐름을 보다 잘 이해하고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해 메인 넘버는 상황과 극 중 인물의 감정에 맞추어 적절히 리프라이즈를 등장시킨다. 극의 초반 어린 주인공이 밝게 부르던 빠른 넘버가 극의 후반 잔잔하면서도 느린, 슬픔의 감정을 불러오는 넘버로 변형되는 식이다.

 

또 리프라이즈는 관객을 뮤지컬에 빠져들게 한다.

 

‘반복’이 가지는 효과는 광고마케팅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하나의 광고를 일곱 번 보면 사람들은 그 광고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말이 있다. 이때 반복이 과도하면 사람들은 오히려 싫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반복을 이용할 때는 신중해야 하며 같은 광고와 메시지를 일부 변형하여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A-A’-a-a’-AA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런 마케팅의 전략을 뮤지컬의 리프라이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리프라이즈는 ‘반복’하지만 ‘변주’된다. 그대로 반복한다 하더라도 약 2시간으로 공연 시간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관객은 반복에 싫증 내지 않는다. 관객은 공연을 보는 동안 반복에 익숙하고 편해지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주에 새로움을 느낀다.

 

공연시간을 온전히 새로운 넘버로만 채운다면 사람들은 쏟아지는 정보에 부담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면서도 몇 개의 넘버를 반복하는 것은 관객의 몰입을 높이면서 결국 뮤지컬을 기억하게 한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귀에 익은 넘버를 부르는 이치이다.

 

뮤지컬은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줘도 모자랄 시간에 왜 같은 노래를 다시 부를까? 같은 노래, 즉 리프라이즈 넘버는 우리를 뮤지컬에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다. 리프라이즈 넘버를 들을 수 있는 링크를 남기며 글을 마친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속 리프라이즈이다.

 

 

 



 

[이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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