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검정치마(Black Skirt) 유니버스 2편 [음악]

검정치마, 과거의 음악들
글 입력 2021.10.1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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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검정치마는."

 

[TEAM BABY]는 검정치마를 대표하는 앨범이 됐다. 듣기 좋은 앨범이지만 최고의 앨범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도 2010년대에 그의 이름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 앨범임에는 틀림없다. 검정치마 유니버스의 안내자를 자처한 이상 [TEAM BABY]를 기준으로 그의 노래들을 소개하는 것이 마땅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왜 이 글을 썼는지 곰곰이 되짚어 봤다. ‘검정치마 감성’, ‘검정치마스러움’이라는 표현에 약간의 싫증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TEAM BABY]는 ‘TEAM BABY’일 뿐, 검정치마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1집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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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국내에서는 분명히 트렌드를 선도할만한 앨범이었다. 조휴일은 청소년기를 뉴욕에서 보냈으니 그가 미국 인디 록 스타일을 들려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놀라운 것은 가사엿다. 그의 가사는 동년배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감각적이고, 날카로웠으며 맛깔스러웠다.


- 권석정, 텐아시아, 사운드네트워크

 


조휴일 씨는 본래 펑크 밴드를 했었다. 검정치마가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펑크의 이미지와는 꽤 거리가 있어 쉽게 상상하기 힘들지만, 그의 1집 [201]을 들어보신다면 펑크밴드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첫 트랙부터 날 것 그대로의 기타 사운드와 직설적인 가사가 쏟아진다. 3집으로 그를 처음 접했던 분이시라면 목소리 빼곤 전혀 다른 음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질감이 들 수도 있다.

 

[201]의 201은 조휴일 씨가 미국에서 살던 도시의 지역번호다. 그의 음악적 자양분은 미국에 있음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세련된 뉴욕의 댄서러블한 락과 팝, 모던 록을 넘나드는 본 앨범은 후에 그가 발매한 앨범들의 예고편이었다.  팝 적인 면모는 2집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에 녹아들어있고, 로맨틱한 무드는 3집 Part1 [TEAM BABY]에 담겼다. 검정치마의 유니버스를 얘기하는데 있어 그가 한국에 가져온 날 것 그대로의 앨범 [201]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이 앨범이 발매될 당시, 인디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밴드들의 데뷔 앨범이 줄줄이 나왔었는데 (장기하와 얼굴들, 국카스텐), 그중에서도 본 앨범은 밴드 사운드에 충실하면서, 락과 팝의 균형을 잘 잡은 앨범을 꼽힌다. 당대 유행하던 포스트 펑크(개러지)의 노선을 밟으면서 팝적인 매력도 놓치지 않았다. 검정치마의 앨범 중 가장 세련되고 음악적으로 완성도 높은 앨범임에 틀림없다. 몇 년 전 유행했던 로파이(Lo-fi) 팝이나 베드룸(bed room )팝과 유사한 점도 있어 팬심을 담아 시대를 앞선 앨범이라고 말하고 싶다.

 

좋아해줘

: 검정치마의 사랑은 일방적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위해 죽을 수도, 죽일 수도 있을 정도로.(나랑 아니면) 그럼에도 [TEAM BABY]의 사랑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연인과의 확실한  1집의 <좋아해줘>는 구애의 노래다. 내가 아플 땐 달래주고, 넌 나에게 확신을 줘야 해. 왜냐면 불안하니까. 거친 기타 사운드와 뿅뿅 거리는 신디 사운드. 젊은 청춘의 불안정한 사랑 노래. [TEAM BABY]의 프리퀄이라 생각하시면 어떨지.

 

강아지

: 샤우팅을 하는 조휴일과 애둘렀지만 외설적인 표현. 라이브 공연 셋리스트에도 뒤쪽에 배치되어 있던 것 같은데, 이건 라이브로 들어야 한다. 날 것 그대로의 밴드 사운드를 좋아한다면 반가울 노래. 20대 마지막에 선 청춘의 절박함이 드러난다. 본인의 나이를 개 나이에 비유하며 (나는 개 나이로 세 살 반이야. 모르고 싶은 것이 더 많아) ‘어른이 되기 무서워!’라고 절규한다. 그가 ‘펑크’를 했다는 증거와도 같은 트랙이다.

 

Antifreeze

: 최근 백예린 씨가 리메이크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노래. 명곡은 시간이 지나도 기억된다더니, 조휴일 씨에게 ‘연금’과도 같은 트랙이 되지 않을까 싶다. 리메이크 곡은 백예린 씨의 음색을 살리려 노력했다면 원곡은 분위기에 집중했다. 빙하기가 찾아온 아포칼립스적인 상황에서도 둘만의 사랑이라면 얼음까지 녹일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 전주를 들으면 B급 SF 로맨스 영화와 같은 스토리도 낭만이 된다. EVERYTHING과 더불어 최고의 도입부라 생각하는 노래.

 

Tangled

: 1편에서도 말했듯 검정치마는 사랑 스폐셜리스트다. 근데 로맨틱한 사랑만 있는 게 아니지. 사랑에 배신당할 때도 있는 법. 1절은 영어, 2절은 한글로 된 가사는 비유가 많아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을 피운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이별인 것 같기도 하고) 이별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X발 나 어떡해’라고 욕지거리를 뱉는 모습에선 이별한 이의 절망감이 느껴지기도. 그래도 ‘Love stay with me’라고 한다. <기다린 만큼 더>와 비슷한 감정선이다.

 

I Like Watching You Go

: Part2 [THIRSTY]는 서사성이 있다. 좋은 시선을 기대할 수 없는(혹은 없던) 사랑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I Like Watching You Go도 그렇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커플의 사랑 이야기다. ‘어느 아빠나 마음은 똑같겠지만 이게 어딜 봐서 비슷한 걸까. 나는 이마 대신 입에 맞추네.’ 사랑의 유형에 관한 첫 번째 이야기라는 점에서 [THIRSTY]의 프리퀄이라 할 수 있는 트랙. 그리고 [TEAM BABY]로 입문한 분들에겐 검정치마의 발칙한(혹은 그로테스크한) 면을 볼 수도 있는 노래다.

 

 

 

2집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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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걱정하지마 자기야, 난 수영하고 있을 뿐이야'예요. 제목은 음반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해요. 제가 검정치마란 배에 탄 유일한 선원이자 선장이고 음반은 1집 활동 때 경험하고 만난 사람들을 기록한 항해일지입니다.

 

- 조휴일, 2011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

 

 

컨트리한 색깔이 강한 앨범이다. 1집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이였다면, 2집은 사운드를 조금 가라앉힌 채 조휴일 본인의 감정을 극대화했다. 1집에서 언뜻 보여줬던 신랄한 면모(상아, Avant Garde Kim)가 잔뜩 날을 세워져 있다. 1집의 성공 이후, 그가 한국에서 겪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느낀 바를 표현했는데, ‘이 사람 진짜 피곤했겠구나’ 싶다.

 

아마 이 앨범에서 가장 사랑받는 곡들은 [Love shine], [International Love Song], <젊은 우리 사랑> 세 곡이지 않을까. 셋 다 사랑 노래다. 이 앨범의 전체적인 결과 안 맞는 곡들이다. 본인에 대한 기대와 억측,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이 주된 테마일 텐데. 근데 또 타이틀 명은 ‘Don’t you worry baby’다. 지금 겪고 있는 감정이 잠시 지나가는 것일 뿐이라고,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 같다.

   

조휴일 씨는 이주민이다. 어릴 적 미국으로 넘아가 오랫동안 미국생활을 했다. 그래서일까. 이 앨범의 컨셉은 항해다. 넘실거리는 파도보다는 잔잔한 호수같은 고요한 바다의 풍경이 연상되는 앨범이다. 수면 아래 휘몰아치는 물살은 한국에서 1집의 성공 이후 매스컴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부대 끼며 산 조휴일 개인의 감정이겠지. 각 트랙마다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가 있다. 트랙이 유기적이라기보단 하나의 감정을 깊이 있게 그렸다. 그가 고향인 한국에서 음악을 하며 겪은 감정들을 트랙마다 녹였다.

 

Love shine

: 선원의 노래라고 생각하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오는 노래. [TEAM BABY]를 좋아하신다면 틀림없이 맘에 드실 것. 사족을 붙이자면 연애시절, 한국에 있는 와이프 분에게 바친 노래일 것이다. 마지막 트랙인 <앵무새>에 '부산'이 나오는 걸 보면 아마도 맞을 것. 이 앨범에도 조휴일 본인의 연인에 관한 노래가 많다. 가사의 공백에 본인만의 이야기를 넣는다면 오래오래 들을 수 있는 곡이 될 것이다.

 

외아들

: 조휴일 씨가 누군가와 통화하는 음성으로 시작한다. 아마 오래전 지인에게 연락이 온 것 같은데, 자기를 모르냐는 질문에 조휴일 씨는 ‘어...’하고 얼버무린다. 진짜 모르는 걸 수도 있고, 이런 전화가 한 두 번이 아니라 상황을 모면하고 싶을 것 일 수도 있다. 형, 동생, 오빠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조휴일 본인은 외아들이다. 노래 마지막엔 부모님께 ‘내가 외아들이 맞나요?’하고 묻는다. 그가 한국에서 느꼈을 감정이 여실히 드러난 트랙.

 

날씨

: 이 앨범에도 사랑 얘기가 있다. 진중하진 않고, 상대방과 거리를 좁힐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사랑. 사랑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감정들이다. 날씨 얘기 하나만으로도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가 있었다. 그러나 서로의 감정은 다르고, ‘우린 이제 친구야. 내가 원하는 건 절대 이게 아닌데.’라는 가사에서 상대방에게 차였다는 걸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방은 연인이 생겼고, 화자는 날씨 얘기를 하던 때를 떠올리낟.

 

아침식사

: 연인과의 즐거운 아침식사. 바쁜 하루 일과 겨우 틈내서 마주하는 순간인데 전화가 온다. ‘빵 말고 생각나는 숫자는 없는데’라는 걸 보니 돈 관련 얘기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했는데 유명해지고, 그게 족쇄가 돼서 개인적인 시간도 침해당하는 순간을 그렸다. ‘언제나 알 수 없는 비즈니스, 친구는 있다가도 없고, 적은 너무 많아 셀 수도 없고... ’ ‘실컷 계신기나 두드려라. 정말 아쉬운 건 없어. 하나 있다면 우리 짧은 아침식사뿐’. 조휴일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예상이 가지 않는가.

 

기사도

: 앨범에서 가장 격렬한 음악이다. 감정의 흔들림도 가장 심하고. 원나잇에 관한 얘기다. 화자는 술을 진탕 마시고, 알지 못하는 사람과 가벼운 마음으로 하룻밤을 보내려고 하는데, 상대방이 진실된 속마음을 얘기한다. 화자도, 상대방도 공허한 마음을 못 이겨 대안으로 서로를 찾은 것임을 안다. 밝고 신나는 사운드와 달리 가사는 현대인들의 텅 빈 감정과 하룻밤의 허무함을 그렸다. 여러분들도 가사를 음미하면서 어떤 이야기일지 추측해 보는 게 어떨까?

 

 

 

조심스러운 이야기


 

검정치마는 부드러운 노래만 하는 아티스트가 아니다. 그는 누구의 취향에 맞추어 노래를 만드는 가수가 아니다. 인디신에 있을 때도, 오버에 올라왔을 때도 그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TEAM BABY]는 그가 오버에서 낸 첫 앨범이다. ‘취향’의 영역이 확고했던 시절 냈던 1, 2집과는 거리가 있다. 그가 의도했건 안했건, [TEAM BABY]는 대중적인 앨범이 됐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아티스트가 됐다. 그리고 검정치마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는 '가수'로 받아들여졌다. 내가 생각하기엔 그렇다.

 

[THIRSTY]가 발매 됐을 때 분위기를 기억한다. 당혹스러움과 난감함. 누구는 혐오적인 시선으로 검정치마를 바라봤다. 키워드와 단어로 정리해서 무슨 논란이 있었는지 구태여 언급하고 싶진 않다. 다만 과거에 그가 낸 음악들도 그런 시선을 받았다. ‘음악하는 여자’, ‘강아지’, ‘I Like Watching You Go’등등. 예술가의 오만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나 역시 [THIRSTY]를 한동안 멀리했다. 그의 의도를 어렴풋이 의도했지만, ‘오판’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이전 음악들을 돌려 들으며 신보를 기다린 입장에서 조금의 변호의 글을 쓸 것 같다. 무언가를 느끼는 건 개인의 자유라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다만, 내가 느끼기엔 검정치마 본인은 이전부터 그런 반응을 예상한 것 같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빌려 다시 평가해봐야 할 것 같다. 내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나의 가능성만을 제시한다는 기분으로 '가수'가 아닌 '아티스트' 검정치마에 대해 조심스럽게 써내려 갈 뿐이다.

 

 

-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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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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