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을 겨울을 부드럽게 감싸는, 펄스테이 머스키 마일드(Musky Mild)

글 입력 2021.10.0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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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쓰기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일까. 우선 개인적인 취향으로 여름은 아닌 것 같다. 활동량이 많건 적건 상관없이, 여름에는 날씨가 덥고 습하기 때문에 누구든 땀이 쉽게 난다. 그래서 각 개인의 체향이 상대적으로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향수를 썼다간 향수의 향기가 아름답게 나기보다 오히려 지저분하게 땀냄새와 얽혀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에 쓰기 좋은 가벼운 향의 향수들이 있는 건 맞지만, 개인적으로 여름에는 절대 향수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면서 날이 더워지는 시기부터 이미 향수를 쓰지 않는 편이니 더 말해 무엇할까.


그런 차원에서, 사실 향수를 쓰기 좋은 계절은 점점 기온이 내려가는 시기인 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여름이 이미 지나간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어떤 향을 써도 너무나 좋다. 특히 날이 점점 추워지는 상황에선 무게감 있는 향을 써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그런 차원에서 바로 지금, 가을의 정취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10월 초 이 시기는 다양한 향수들을 뿌리며 향을 즐기기에 아주 적합한 때라고 할 수 있다. 옷차림도 여름보다 더 다양하게 입을 수 있는 만큼, 향수가 빛을 발하는 계절이 이제 우리 코앞으로 성큼 다다른 것이다.


그런 내 생각을 어떻게 알았는지, 이번에 아트인사이트에서 '당신의 차가운 겨울을 감싸줄 향수'라는 문구로 머스키 마일드(Musky Mild)라는 향수를 소개했다. 그렇다. 지금은 가을이지만 묵직한 향수들까지 다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겨울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이렇게 향수의 계절이라 할 수 있는 시기에, 겨울을 감싸줄 향수가 소개된다고 하니 어떤 제품일지 너무 궁금했다. 더군다나 머스키 마일드라니. 머스크 향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더더욱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 펄스테이 소개 >


펄스테이 (perfume + stay = perstay)


펄스테이는 1인 조향사 펄스(pers)로부터 설립되었으며,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러 조향사들이 모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채로운 공간에서 발견한 이야기를 향으로 표현하며, 이야기의 정체성을 다양한 모션으로 전달합니다. ’향기롭다’ 단순하지만 확실한 향수로서의 본질을 위해 화려함은 배제하고 미니멀리즘한 구성에 중점을 뒀으며 절제된 무드로 완성된 디자인은 오로지 향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다양한 향기들 속에서 자신 혹은 그 누군가를 위해 향을 선택하는 일. 그것은 진정한 나만의 자유를 찾아 즐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나를 세상에 드러낼 용기가 있는 당신에게 펄스테이는 새로운 자유를 선사합니다.


새로운 하루의 시작과 새로운 만남의 앞에서, 당신이 몸을 뉘고 생각을 정리하는 그 공간에 서도 향기는 당신과 함께합니다. 그렇기에 펄스테이는 세심한 연구와 정밀한 포뮬러를 바탕으로 예술적 영감과 창조적 감각을 더해 탄생한 무한한 향의 하모니가 삶에 더욱더 깊고 풍성한 가치를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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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스테이는 국내 조향사들이 모여 만들어진 니치향수 브랜드다. 기존에 써봤던 일반 향수가 롤리타 렘피카, 샤넬, 베르사체 정도였고 니치 향수는 몇 년 전에 썼던 보디시아, 최근에 알게 된 오브뮤트 밖에 없었기 때문에 펄스테이도 새롭게 나의 향수 브랜드 리스트에 추가하게 됐다. 그런데 사실 니치 향수라고 해서 크게 다를 건 없다. 그냥 일반적인 향보다는 좀 더 다양한 소수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향수라고 보면 된다. 이제는 국내 백화점에 조말론을 시작해 딥디크, 바이레도, 아닉구딸, 산타마리아노벨라, 펜할리곤스, 메종프란시스커정 등 다양한 니치 향수 브랜드들이 입점해있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니치 향수 시장은 한국에서도 꽤 커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런 시장에서 국내 조향사들만으로 구성된 펄스테이가 머스키 마일드를 비롯해 오리엔탈 체리, 플라워 베드 같은 라인업으로 니치 향수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것은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


펄스테이는 머스키 마일드를 두고, 겨울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에 본 하늘과 구름에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해질녘의 붉은 노을, 그 노을빛에 곱게 물든 구름, 그 멋진 광경을 보며 풀리고 위로받는 지친 마음 이 모든 것들을 펄스테이는 향수 한 병에 녹여내고 싶었던 것이다. 조향사가 무엇에 영감을 받았는지, 향을 맡아보지 않고 텍스트로만 본 상태에서도 어떤 느낌을 구현하고 싶었는지가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매일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 중에 펄스테이가 말하는 저 풍경과 저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매일 퇴근길에 느끼는 마음일 테니까.


그런 차원에서 향수에 대한 펄스테이의 접근이 정말 좋았다. 물론 특별한 날을 위해 신경써서 힘을 주는 향도 좋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봤을 법한 감정에서 시작해서, 향수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공감하며 향에 이입할 수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내 일상까지도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는 향수라고 한다면, 그 누구에게든 매력적으로 와닿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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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키 마일드는 이름에서부터 향이 어떨지 느껴지는 게 있다. 그래서 베이스노트를 확인했을 때 역시 하는 마음이 들었다. 펄스테이에서는 머스키 마일드의 베이스 노트로 화이트 머스크, 베티버 그리고 바닐라를 사용했다. 니치 향수가 아닌 일반 향수 중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샤넬 넘버5의 베이스 노트로도 들어가는 재료들이다. 베이스 노트들을 보면 파우더리하면서도 부드럽고, 촉촉한 듯하면서도 어쩐지 모르게 살짝 알싸한,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달콤함이 주가 되는 향이 자연스럽게 연상될 것이다.


베이스 노트가 부드러우면서도 조금 무게감 있게 진중한 머스크 위주의 향으로 간다면 미들 노트와 탑 노트는 다르다. 먼저 미들 노트의 경우, 오렌지 플라워와 자스민, 튜베로즈로 구성되어 있다. 미들 노트는 꽃 향기들로 베이스 노트와 다른 텍스쳐를 보여주는 것이다. 재료명만 보아도 꽃 향기가 만개한 듯한 베이스 노트에서는 보다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면모가 도드라질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가장 처음으로 시향자가 맡아보게 될 향은 베이스도, 미들도 아닌 탑 노트다. 이 탑 노트는 베이스, 미들 노트와는 또 다르게 차별화되어 있다. 만다린과 블랙 커런트로 향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다린은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감귤계를 말한다. 바꿔 말하자면 만다린 향은 시트러스 계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주 상큼하고 산뜻한 향인 것이다. 기존에 시트러스 계열 향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조말론의 라임바질 앤 만다린 향이 나는 제품을 써보고 새삼 만다린 향의 매력을 깨달은 바가 있었다. 블랙 커런트 역시 쌉싸름하고 달콤함이 공존하면서도 시트러스 계열의 생기가 느껴지게 하는 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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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키 마일드를 받은 바로 다음날,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펄스테이라 쓰인 상자를 열었다. 50ml의 용량으로 구성되어 있는 머스키 마일드 병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병이 특이한 모양이 아니라 정직한 직육면체 형의 모양이어서 한 손에 가볍게 쥘 수 있는 구조였다. 검은 무광 뚜껑을 따고 보니, 분사구도 무광의 검은색 형태였다. 분사구 쪽이 갑자기 메탈색이었다면 조금 언밸런스하다고 느꼈을 것 같은데, 색을 통일감 있게 처리해서 만족스러웠다.


몸에 먼저 뿌리기 전에 분사력을 체크해보고 싶어서 우선 허공에 분사해보았다. 분사력이 괜찮았다. 분사구 자체를 누르는 것도 불편하지 않았고 향수가 제대로 잘 뿌려지는 게 확인이 되어, 다음으로는 왼쪽 손목에 향수를 뿌렸다. 그리고 바로 오른쪽 손목을 덧댄 다음 귀 뒤에 향수가 닿을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출근길을 나서기 직전, 펄스테이의 머스키 마일드를 뿌리고 집을 나섰다.


이렇게 머스키 마일드를 뿌리고 나가면서 놀랐던 것은, 어떤 향일지 대략적으로 예상하고 있기는 했지만 정말 내 취향의 향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처음 뿌렸을 때 코를 찌르고 들어오는 알코올 향이 느껴지지 않아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향수 뿌리는 순간 느껴지는 알코올 향 때문에 향수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데, 머스키 마일드는 그런 점이 없어서 누구나 편하게 쓸 수 있는 향수라는 게 느껴졌다. 실제로 펄스테이에서는 머스키 마일드뿐만이 아니라 다른 제품들에서도 초반부에 알콜 베이스가 많이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써서 조향한다고 하니 머스키 마일드뿐만이 아니라 펄스테이의 제품 자체를 사용할 때 안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향의 재료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부드럽고 포근함이 느껴지는 향이었다. 점점 추워지는 요즘 날씨를 감안한다면, 머스키 마일드를 받은 지금부터 내년 봄까지 쭉 쓸 수 있는 향수라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재료를 보며 예상했던 향이라곤 하지만, 완전히 뻔한 향이 아니었다. 묘하게 톡톡 튀는 느낌이 있어 익숙함과 신선함이 어우러진 향이었다. 아주 모순적이지만, 아이 같은 사랑스러움과 어른다운 성숙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향이라고 해야 할까. 탑, 미들 노트와 베이스 노트에서 텍스쳐를 다르게 가져감으로써 전체적인 향의 깊이감이 더욱 풍부해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아침에 분사한 향수가 퇴근한 이후 저녁까지도 은은한 잔향으로 남아있었다는 점이다. 지속력이 상상 이상으로 좋았다. 머스키 마일드가 오드 퍼퓸이기 때문에, 그래서 지속력이 좋다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드 퍼퓸 치고도 정말 지속력이 인상적이었다. 베이스 잔향이 오래도록 지속되면서 살냄새와 어우러져 더욱 향기가 자연스러워지는데, 그게 정말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말 그대로, 머스키하면서도 마일드한 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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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인 향 없이, 자연스럽게 나를 감싸는 향이었다. 그래서 머스키 마일드를 뿌린 하루 종일, 너무 기분이 좋았다. 아주 사소한 향수 한 방울로도, 하루 종일이 향기롭고 아름다워지는 게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향을 경험해보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그 중에서 내 취향이 아니었더라도 좋은 향들을 만날 수도 있어 그 여정이 항상 즐거운 법인데, 이 와중에 내 취향을 완전히 빼다 박은 향수를 만난다면 그건 얼마나 천재일우인지 모른다. 요즘처럼 시향하기 쉽지 않은 코로나 시국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머스키 마일드와의 만남은 100%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머스키 마일드가 이렇게 만족스럽게 와닿고 나니, 펄스테이의 다른 라인업인 오리엔탈 체리와 플라워 베드까지도 궁금해진다. 내년에 날씨가 다시금 따뜻해지기 전까지, 점점 추워져가는 이 가을과 겨울동안 내내 펄스테이의 머스키 마일드와 매일을 함께 하게 될 것이라는 확정적인 예감이 벌써부터 든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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