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네 하루가 궁금해!

다시 돌아온 블로그
글 입력 2021.10.1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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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_ 네이버 블로그팀 공식 블로그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건 올해 3월이었다. 월초에 시작했으니 어느새 꽉 채운 3개월이 넘었고, 비공개 글을 포함하여 140여 개의 글이 쌓였다.

 

물론 그 중 상당수는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그리고 컬쳐리스트로서 쓴 오피니언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 서로이웃은 약 25명이다. 블로그로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웃을 쌓고자 하는 활동도 아닌지라 조금씩 모인 서로이웃은 모두 내가 좋아하는 선배, 친구, 혹은 후배. 그리고 그들이 내가 블로그를 좋아하게 된 이유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올해 3월 1일, 나는 아트인사이트의 22기 에디터가 되었고 영광스럽게도 문화 초대를 받을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의 내게는 개인 인스타그램을 제외하고 문화 리뷰를 게시할만한 개인 채널/플랫폼이 없었고 그렇게 나는 아주 오랜만에 블로그에 다시 발을 들였다.

 

내 기억 속에 블로그는 굉장히 희미하면서도 오래된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초등학생 때쯤이었을까, 한창 관심 있는 분야의 카페에서 열심히 활동할 때였다. 일주일에 한 번으로 컴퓨터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을 시절. 가끔 블로그에 이런저런 글도 끄적여 보고, 숙제나 수행평가에 필요한 자료들도 스크랩해뒀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올해 돌아온 내 블로그는 정말 휑했다. 대문에 군더더기 없이 적힌 '(내 아이디)님의 블로그'는 마치 남의 집에 간 것처럼 더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곧 새집에 가구를 들이듯 차곡차곡 내 글과 사진, 그림들이 쌓여가자 블로그는 외출 후 돌아오는 나만의 공간이 되었다.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온 날이면 어울리는 음악과 함께 사진 일기를 썼고, 열심히 하고있는 대외활동도 기록해 두었으며, 가끔은 순간적으로, 혹은 지속적으로 드는 생각을 퇴고 없이 써 내려간 뒤 비밀글로 발행하기도 했다.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점점 많은 지인이 블로그를 시작했고, 우리는 함께 일상을 나누었다. 20대의 블로그 소비가 늘자 네이버 블로그팀에서는 '#오늘일기 챌린지'를 열기도 했다. 나는 챌린지에 참여하여 매일 글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매일같이 노트북을 켜고 끄던 루틴에 이웃 블로그 새 글을 확인하는 순서가 더해졌다.

 

한 달 일상, 하루에 있었던 일, 새로 산 옷, 요즘 생각 등 친구들의 하루가 연이어 올라왔다. 새 글이 올라왔다고, 블로그 탭에 빨간 숫자가 뜨면 괜히 신이 났다. 비밀댓글이 가능하니 자유롭게 공감도 달고, 위로도 달고, 애정도 달았다. 마치 어릴 적 그토록 소중했던 교환일기를 쓰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타 SNS에서는 '친구들이 블로그에 써줬으면 하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 인기를 끌었다. 가방에는 뭘 들고 다니는지, 요새 읽는 책은 무엇인지와 같이 대부분 단순하고 가벼운 질문들이다. 원래, 교환일기는 그런 거다.

 

나는 또 돌아왔다. 트위터는 140자의 글자 제한이 있고,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줄줄이 문장을 쓰는 것보단 간단한 한마디에 해시태그를 더하는 게 멋이라더라. 수많은 친구들의 소식을 굳이 묻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 같아 재미있고 유용했던 인스타그램이었는데, 나는 점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더 긴 이야기를 원했다. 이웃 새 글이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아 블로그 탭이 잠잠한 날, 나는 작게 속삭여본다.

 

친구야, 네 하루가 궁금해!

 

 

[이건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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