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밀접접촉자로 자가격리 8일째, 172시간동안 느낀 모든 것. [사람]

글 입력 2021.10.0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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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중 다급한 문자 하나.


 

문자.jpg

   

 

어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해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문자를 받았을 때는 내일 있을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를 청소하고 있었다. 휴대폰에서 “띠링” 알림이 울렸다. 알림이 끝나지 않은 채 동료분은 나를 아주 다급하게 불렀다. “oo님!!! 저희 코로나 검사 받아야 한대요!!!!!!” “네????? 누가요??? 저희요??? 왜요????” 그렇게 당황스러움과 함께 걸음은 선별 진료소를 향했다.

 

어떤 상황인지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작업을 하던 중 촬영의 대상이었던 분이 확진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그분과 밀폐된 스튜디오에서 4시간을 함께 보냈고 그 분은 마스크를 벗은 상태로 촬영을 했다. 물론 나는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그렇게 밀접접촉자가 되면서 정말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양성이면 어쩌지?”, “가족들은 어떡하지?”, “오늘 팀원들이랑 같이 밥 먹었는데 그분은 어쩌지?”. 생각은 생각의 꼬리를 물어 생각의 회오리를 끝나지 않았다. 다음 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번에 받았던 PCR 검사가 처음은 아니었다. 처음에 받았던 검사는 부산에서 살 때 고향으로 가기 위해서 가기 전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눈으로 확인받고 싶었다. 혹시나 내가 감염이 되었는지도 모르고 고향에 내려가면 일어날 파장에 대해서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검사받기 전에 나갔던 만남으로 슈퍼 확진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은 점점 쌓여갔다. 당시 무증상자도 많다는 게 이슈라서 나도 그 경우에 속하는 것은 아닌지 밤새 안절부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결과는 음성이었다. 음성이라는 결과를 받기 전까지 얼마나 떨었는지 지금도 그 시간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두 번째 PCR 검사


 

코로나 검사.jpg

 

 

나는 개인 방역에 철저한 편이다. 마스크는 두말할 것도 없이 입체형, KF94를 착용하고 건물 안으로 밖으로 나갈 때에는 손소독제를 반드시 사용하며 손을 씻지 않은 상태로 얼굴을 절대로 만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만, 그 누구보다 COVID-19에 감염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방역에는 최선을 다 했다.

 

COVID-19가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보다 바이러스에 대한 심각성이 무뎌진 때에도 누군가는 나에게 유난 떤다고 했다. 그렇게 개인 방역에 진심이었던 나는 일을 하는 도중 밀접접촉자가 되었다. 그 사람에게 다시 물어보고 싶다. “유난 떨었던 게 맞나요?”

 

두 번째 검사는 첫 번째 검사에 비해 아프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기를 두려움과 경험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검사할 때 “오늘은 꼭 다녀와야지!”라고 다짐을 했어도 인터넷 속 검사 후기를 보고 두려워서 “내일은 꼭 가야지!”로 미루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두 번째 검사에서는 먼저 받겠다고 나섰다. 받아본 경험도 있고 첫 번째 검사 때 인터넷이 과장된 것이라는 것을 느꼈고 어차피 받을 거 빨리 받고 집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PCR검사를 마쳤다. 결과는 음성이다.

 

 

 

자가격리 D-6


 

살쪘다. 방 안에서 차려주신 밥 먹고 챙겨주신 간식 먹고 움직임이 없으니 몸이 한순간에 무거워졌다. 이 무거운 느낌을 받았다는 것은 살이 쪘다 것에 대한 틀림없는 증거이다. 몸이 무거워진 느낌이 싫어서 유튜브에 스트레칭을 검색해 따라  했다. 시원했다. 온 근육을 싹~ 풀어주는 느낌이었다.

 

시원함에 이어 난이도를 높여 운동하기로 했다. 영상을 재생하고 시작한 지 1분 만에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과 조금만 더 참아보자는 생각이 충돌했다. 결국 그만하기로 했다. 물론 자가격리가 시작하기 전에도 체력은 안 좋았지만 일주일 만에 이럴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급격하게 몸의 변화를 다시 한번 느꼈다.

 

 

공부.jpg

 

 

시간이 아까웠다. 자가격리가 끝나는 날만 기다리고 있으니 시간이 굉장히 더디게 흘러가고 있다. 음성 판정을 받고 안심했지만 자가격리를 마칠 때에 다시 PCR검사 결과가 양성인 경우가 있다고 해서 완전하게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내가 걱정을 안고 자가격리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사실 달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도 양성이 음성이 되지도 않고 음성이 양성이 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혼란의 48시간을 보내다가 어렵게 정신 차리고 그 동안 회사 업무로 하지 못했던 일을 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영어 공부이다. 취업하기 전에는 토익같이 필요에 의해서 공부한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고 싶어 영어 공부를 했었다. 취업을 하고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 피곤을 쌓여 영어 공부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어쩌면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타이밍이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자격증 공부도 함께 했다. 검색광고마케터 1급을 합격하기 위해서 공부해야 한다. 전에 인터넷 강의를 듣고 필기 했던 노트가 있기 때문에 요점을 다시 복습하기에 좋았다. 과거의 나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챕터가 끝나면 챕터에 해당하는 기출문제를 풀었다. 어려웠는데 생각보다 정답을 많이 맞혀서 놀랍기도 하고 합격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무리 빈둥거림에 질렸어도 놓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OTT이다. 그동안 봐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찜해두었던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한동안 안 보면서 보고 싶고, 봐야 하는 콘텐츠가 많이 쌓였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오징어 게임’, 인생 드라마 ‘ 종이의 집 시즌5’ 그리고 지금 보고 있는 ‘그레이스 앤 프랭키’ 등 모든 콘텐츠를 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영어와 자격증 공부를 마치면 나에게 주는 보상처럼 하나씩 보고 있다.

 

 

헤이 마마.jpg

 

 

사실 이렇게만 하루를 보내면 자가격리하면서 가장 문제라고 생각했던 몸의 무거임은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은 K팝이다. 나는 평소 K팝을 굉장히 즐겨 듣는다. 또한 K팝을 듣는 리스너라면 공감할 텐데 K팝을 들을 때면 내적 댄스를 추고 있다. 그 내적댄스를 외적댄스로 표출해보기로 했다. 준비물은 노트북, 에어팟 그리고 편안한 옷이다. 에어팟에 음악을 재생하는 순간 내가 서있는 곳이 무대가 되기 때문이다. 첫 곡으로 요즘 유명하고 있는 ‘스트릿트 우먼 파이터’의 ‘hye mama’로 시작했다. 잘 추는 것? 중요하지 않다. 그저 흥이 나는 대로 몸을 움직이면 된다. 나는 체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30분만 움직여도 땀이 났다. 성공이다.

 

 

 

창문 넘어로 세상을 보면서


 

자가격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어려운 상황, 부족한 상황에서도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가격리를 하면서 언제든 나갈 수 있던 밖을 창문으로 바라보며 가을을 만끽하고 있고 삶의 에너지였던 산책을 나가지 못해 방 안에서 춤을 추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첫날에는 도대체 나에게 이런 일을 일어났는지 한탄스럽고 화가 났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마음은 사라졌고, 2주라는 자가격리 시간을 나름대로 알차게 보내보려고 한다. 일은 재택을 하고 있지만, 출퇴근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미뤄왔던 일을 하나둘씩 해결하고 있는 내 모습에 또 다른 느낌의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또한 같은 일이라고 해도 집이 주는 편안함으로 직장에서보다 여유롭게 일을 하고 있다. 삭막한 사무실을 벗어나 음악을 듣고, 업무를 마치고 여유시간이 생겼을 때에는 영어단어를 외우기도 한다. 확실히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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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하루빨리 외출하고 싶다. 뺨에만 닿던 바람의 온도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 신발을 신고 흙을 밟고 싶고, 2주 동안 만나지 못한 강아지와 신나게 놀아주고 싶다. 날씨가 서서히 추워지고 잇는데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싶다. 집에서 책 읽는 것도 좋지만 공원 벤치에 앉아서 책 읽고 음악을 듣고 싶다. 그리운 것들이 너무 많다. 방 안에서 그리운 것과 단절이 되니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익숙하게 지나가는 하루라서 소중함을 잊고 살았다. 나는 잃어봐야 소중한 줄 아는 인간이라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아직 자가격리를 해제하는 날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자가격리 시간을 나름대로 즐기며 격리 해제 날에 자유를 즐겨야겠다.

 

 

[황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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