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키랜드의 수장, '키'의 레트로 스페이스 - 'BAD LOVE' [음악]

글 입력 2021.09.3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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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신과 대중 간의 줄타기는 어떻게 하나요?

 

A. 이번에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안 하면 후회할 거 같았어요. (중략) 키가 강렬하고 컨셉추얼한 것에 강하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에센셜 키’랄까요.

 

- VOGUE 인터뷰 중

 

 

키의 첫 미니 앨범 〈BAD LOVE〉가 지난 9월 27일 발매되었다. 아이스크림이 흘러내리는 듯한 우주 괴물, SF물에 나올 법한 총을 들고 있는 키, 그리고 그 옆을 맴도는 외계인들. ‘레트로 스페이스’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키의 우주에 모인 친구들이다.


화려하고, 묘하게 B급 감성인 데다, 살짝 기괴한 느낌까지 드는 키의 티저 이미지들에는 이 콘셉트를 선보이기까지 14년간 머릿속에서 구상만 했다던 키의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음악뿐만 아니라 콘셉트나 앨범의 전체적인 비주얼 요소부터, 피지컬 앨범 구성까지 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하나 없다.

 

〈BAD LOVE〉는 지난 2019년 3월 발매한 정규 1집 리패키지 〈I Wanna Be〉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선보이는 새 솔로 앨범으로, 타이틀곡 'BAD LOVE'와 선공개 곡 'Hate That…'을 포함하여 키만의 키치하고 신선한 레트로 스페이스를 만날 수 있는 여섯 곡이 수록되어 있다.

 

 

 

BAD LOVE


 

 

 

곡이 진행되는 내내 깔리는 강렬한 신스 사운드와 박진감 넘치는 비트가 레트로한 무드를 자아내는 곡이다. 'BAD LOVE'이라는 제목에 맞게 가사는 스스로 선택한 악몽 같은 사랑에 망가져 가면서도 상대를 놓지 못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누가 들어도 레트로 분위기인데, 모순되게도 무척이나 현대적이고 세련미가 가득하다. 귀를 따갑게 때리는 비트와 소위 말하는 금속성 목소리인 키의 보컬이 잘 어우러진다. 우주적인 앨범의 콘셉트와 이 곡이 직접적으로 연관돼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한 곡에 앨범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듯하다.

 

곡이 전반적으로 높은 편인데, 청량하게 내지르는 보컬과 몽환적인 신스 소리가 겹쳐져 내는 시너지가 엄청나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고음 속에서 특히 막힘없이 이어지는 후반부의 부드러운 고음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이토록 끌린 존재

너는 Rated-R

-

널 빛이며 어둠이라고 불러

자라난 Bad monster


Don’t need that kind of love, called love

(도망쳐 더 멀리 It’s bad love)

다 지긋지긋해 이딴 bad love

 

 

 

Yellow Tape



 

 

테크노 기반의 디스토션 사운드에 프렌치 터치가 더해진 팝 댄스곡이다.

 

도입부의 사이렌 소리와 다양한 FX 소리가 귀를 잡아끄는 곡으로, 'breathe in, breathe out' 이라며 속삭이는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이 부분이 곡의 긴장감을 더욱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심지어 급브레이크를 밟은 자동차에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로 곡이 끝나, 마지막까지도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한다.

 

글 도입에 첨부한 키의 티저 이미지처럼, 왠지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서치라이트에 걸린 주인공이 두 손을 들고 있는 모습이 상상되기도 한다.

 

가사에는 프로파일러가 사건 현장을 탐문하는 모습을 사랑에 비유해 녹여냈다. 실제로 타이틀곡 후보였다고 하는 만큼, 'BAD LOVE'와 함께 더블 타이틀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멋있는 곡이다.

 

만약 이 곡이 타이틀이었더라면 분명 'BAD LOVE'보다 쉽고 가볍게 들을 수 있었겠지만, '이 곡을 타이틀이라고 생각했을 때, 무언가 떠오르는 모습이 없었다'는 키의 말에서 본인이 하고 싶었던 것을 모두 담아낸 것만 같은 이 앨범의 콘셉트를 찬찬히 생각해보게 된다.


 

쉴 새 없이 쫓고 쫓긴 밤

깊이 잠긴 끝을 본 순간

잡힐 듯이 빠져나가는 널

기꺼이 한 번 더

I can’t breathe without you

 

 

 

Hate that... (Feat. 태연)


 

 

 

이번 앨범의 선공개 곡으로 감성적인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곡이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을의 회색 도시와 무척 잘 어울린다. 계속 듣다 보면 잘게 쪼개진 하이햇 소리가 빗소리 같기도 하다.

 

앨범에서 유일하게 살짝 분위기가 다른 곡이기에 먼저 들려주어 곧 발매될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면서도, 앨범의 전반적인 콘셉트는 그대로 베일에 감춰둘 수 있었던 곡이라고 생각한다.

 

초반부는 키가, 후반부는 태연이 이끌어가는데 둘의 목소리가 확연히 다른데도 잘 어울려서 놀랐다. 특히 초반에는 잠깐 '잔잔한 분위기에 비해 키의 목소리가 너무 돋보이나'라는 생각을 했음에도, 나중에는 그 생각을 잊을 정도로 완벽히 곡에 녹아들어 있다. 무척 튀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어떤 장르든, 누구와 부르든 잘 어우러지는 키의 특성이 잘 드러난 곡이다.

 

 

어느새 나는 너에게 Nobody

나쁜 기억 그 이하의 타인

버려진 후엔 지워질 뿐인 걸

-

And I hate that I hate that

you're happy without me

And I pray and I pray

나만큼 아파하길 Baby

혼자 무너져가는 이별이 실감 나

 


 

Helium (헬륨)


 


 

 

에너제틱한 비트와 펑키한 베이스 리프 위에 장난스러운 탑 라인이 어우러진 곡으로, 키의 목소리가 가장 돋보이는 곡인 것 같다. 독특하게도 이 곡은 정규 1집 〈FACE〉의 Imagine처럼 모든 가사가 영어이다.


멜로디에 영어가 더 잘 붙어,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하며 들뜬 마음을 마치 헬륨가스를 마시고 우주까지 날아가는 모습으로 재치 있게 표현한 영어 가사를 썼다고 한다.

 

곡의 짜임새가 무척 마음에 든다. 키의 톡톡 튀는 목소리로 시작해서 첫 번째 벌스는 살짝 끈적한 느낌으로, 두 번째 벌스는 연인에게 말을 거는 듯 짧게 툭툭 던지며 곡을 이끌어 나가, 듣는 재미가 가득하다. 왠지 패션쇼에 나올 법한 힙하고, 세련된 곡이다.


 

Out here drowning for you

No, I can’t get enough

So much kiss in the air, I’m dying for your touch

I would suffocate if I let you go

You’re the reason I can breathe

You’re the reason I can breathe

 

 


Saturday Night



 

 

글루미한 신스 패드와 리드미컬한 베이스 라인으로 이루어진 곡이다. 키가 작사한 곡으로 '팬데믹 이후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사람이 이별까지 겪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한 곡이라고 한다. 즐거운 랜선 파티 속에서 술을 마셔도 마시는 것 같지 않고, 춤을 춰도 추지 않는 것 같은 허전함이 담겨 있다.

 

사실 슬픈 분위기의 곡은 아니다. 그런데 마냥 신나는 곡이라고 하기에는 아련하고 가라앉은 느낌이다. 거기에 ‘공허함’을 표현한 가사가 들어가니 묘한 분위기의 곡이 만들어진 듯하다. 키에 따르면 'Saturday Night'는 밝지만 내면 자체가 밝은 느낌을 주지 않는, 고독함을 즐기면서 즐기지 않는 것 같은 곡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직접 작사한 곡이라 그런지, 유독 곡에 대한 이해도가 무척 높은 게 느껴졌다. 밝으면서도 밝지 않은 곡의 분위기가 목소리에 그대로 담겨 있다. 즉, 이 곡에서 키의 보컬은 그 안에 어떤 서사가 담긴 것만 같다.


 

이제 더는 못하겠어

따뜻함이 그리워

-

I don’t think I can dance on a Saturday night

This Saturday night 의미 없어 without you

마지막이 오면 거칠게 바뀌는 Beat

이 짜릿함도 재미없어 without you

 

 


Eighteen (End Of My World)




 

 

따뜻한 분위기의 아날로그 패드와 아르페지에이터 사운드가 들어간 곡이다. 여린 분위기로 시작해, 후렴에서 시원하게 탁 터진다. 가사에 이끌려서 그런지는 몰라도 곡 분위기가 무척 청춘스럽다. 다만 마냥 밝은 청춘보다는, 화려한 미래를 꿈꾸면서도 어딘가 외로운 듯한 느낌이다.

 

이 곡 또한 키가 작사한 곡으로 정규 1집 〈FACE〉의 'This Life'와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두 곡 모두 키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하고,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이기에 유독 여운이 많이 남는다. 분위기만 보았을 때는, 〈FACE〉 앨범의 'I Will Fight' 같기도 하다. 특히 전주부터 왠지 마음이 울렁인다는 점에서 많이 닮았다.

 

가사에는 지금의 키가 열여덟 살의 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꾹꾹 눌러 담겨 있다. 이 가사를 통해 열여덟 살의 키에게 '어차피 세상은 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기에 사리고, 가리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말을 제일 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아울러 어린 시절의 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만 가득 담은 편지와 같은 이 곡을 스스로에게 들려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한다.

 

나는 현재 열여덟의 키와 같은 곳에 서 있다. 그렇기에 그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출발선에 서 있는 지금, 이 곡을 들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지 않기 위해 상처 주는

내가 질려서 또 귀를 닫는 나지만

-

Don’t let it all fall down

꿈꾸며 더 날아라

나의 Eighteen

나의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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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이 앨범이 '레트로 스페이스'라는 콘셉트가 아니면 어떻게 묶였을까 싶을 정도로 전곡이 우주처럼 신비롭고, 어디서 뭐가 나올지 긴장을 놓칠 수 없게 통통 튀는 느낌을 지니고 있다. 거기에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그렸던 콘셉트라는 말이 앨범의 완성도에서 그대로 드러나,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곡들이 모여 '키'라는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낸다.

 

이번 앨범의 콘셉트에 빗대어 말하면 우주의 여러 구성원이 모여 키만의 우주가 된 것 같다. 'KEYLAND'의 세계관이 'KEY's ODYSSEY'로 더 넓어진 느낌과 동시에 〈BAD LOVE〉는 키 본인만 할 수 있는, 본인의 색을 가장 잘 보여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네이버 포스트, SMTOWN 신곡 포스트, [EVENT] 키의 범우주적 사랑법, "BAD LOVE" with 미공개 사진, 2021. 09. 27.

멜론, 키 (KEY), BAD LOVE - The 1st Mini Album 상세정보, 2021. 09. 27.

VOGUE, '키'가 가진 열쇠, 2021. 09. 24.

Twitter, @SHI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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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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