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전능함과 좌절감 사이에 매달린 현대인을 위한 책 - 스케일이 전복된 세계

글 입력 2021.08.2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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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다 보면 가끔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싸일 때가 있다. 모퉁이 너머의 살인마를 상상할 필요도 없이, 불안은 당장 가장 가까이 있는 스마트폰을 보는 것만으로 밀려온다. 나는 이 작은 기계에 의존해 편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이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나에게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정보를 수집하는지 알지 못한다. 차라리 갑자기 생긴 마법 지팡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정도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인공물, 빅데이터 분석, 양자 단위를 분석하는 새로운 과학이론들 자체가 일반적인 한 인간의 이해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나는 내 방에서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나를 둘러싼 모든 것 중 다수의 손에 의해 가공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리고 나는 개중 어떤 것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이처럼 전자공학의 비약적인 발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전능함과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다양한 기술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동시에, 그 어떤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이제 유튜브에서 개인화된 서비스를 받는다. 우리는 자유롭게 취향에 맞는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게 되었지만, 편리성의 탈을 쓴 알고리즘 안을 헤엄치게 된다.


빅데이터 아래에 개인은 물방울이 아닌 물결로 정의된다. 개인은 휩쓸리기를 선택했다고 믿지만, 그 흐름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은 것을 잊는다. 개인화 서비스는 결코 개인을 위해 맞추어진 서비스가 아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제공 받지만, 거대한 알고리즘의 가장 표면적인 부분을 사고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알고리즘 개발자에게 자유롭게 '지각하고 사고할 자유'를 많은 부분 양도하게 된 셈이다.


다시는 이해의 범위를 넘어선 과학 이론은 어떤가? 얽힘 현상은 물질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양자 컴퓨터 개발은 현실화되었고, 더 발전하면 과학 공상 그리기에서만 등장했던 것들이 우리의 생활에 등장할 것이다. 발전된 인공지능은 개인을 좀 더 표면적인 방식에 머무르게 한다. 같은 방식으로 기술이 가져다줄 발전은 우리의 생활을 크게 발전시키겠지만, 복잡성과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놀라운 기술발전이 가져다주는 사용자의 편의성으로 인해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을 충분히 지각하고, 이해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표면적인 명확성에 적응한 거지, 결코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 삶의 반경에 속하는 범위에서 기능만을 취하며 소비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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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을 강박적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각자의 맡은 작고 협소한 일을 수행함으로써 결과의 과실을 함께 따먹는 사회에 산다. 하지만 정말로 그거면 문제가 없는 걸까?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것들을 입고, 기능만을 취하면서 살아가면 되는 걸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하지만 인류의 오랜 역사가 증언하듯, 착각 속에 적응하며 산다는 것은 최선의 전략이 될 수 없다. 특히 앞으로 인류가 살아가는 데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생활 범위 안에서 죄책감이나 의식 없이 생활한다. 에어컨을 얼마나 틀건, 플라스틱을 얼마나 쓰건, 그것은 생활의 영역에 머무른다.


물론 환경 문제는 개인이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끔찍한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서는 개인이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가 지각하는 범위가 우리 생활 영역뿐이라는 것은 분명 우려할만한 일이다. 왜냐면 우리의 지각 범위 밖에 있는 것들은 철저한 무관심 속에 놓이기 때문이다.


어렴풋이 깨닫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상호의존적 세계다. 우리는 최소한 캘리포니아의 아몬드로 만든 아몬드 우유를 한국에서 별생각 없이 쪽쪽 거리는 축복을 누릴 수 있는 만큼의 재앙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상호의존적 세계에서는 캘리포니아에서 기후변화로 아몬드 농사가 망한다면, 아몬드 우유를 더이상 먹지 못하는 것 정도의 타격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누리고 생활하는 것들은 우리의 지각 범위 이상으로 얽혀있다.


물론 대부분 문제에서 촘촘한 인류의 연결망은 다른 대체재와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하지만 어떤 문제는 무신경하게 흘려보낼 수 없다. 오늘날 마주한 수많은 문제가 무신경하게 넘길 수 없는 일들의 결과다. 사실, 재앙 수준의 기후변화와 환경파괴와 세계 간 초연결이 만들어낸 '팬데믹'이라는 현상 자체가 그렇다. 그 과정을 살펴볼 때마다 이 모든 재앙의 범인을 특정 국가에 의한 것으로 지목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그 피해가 미약해 보일 수 있으나, 렌즈를 세계로 조금만 넓혀도 기후변화가 얼마나 인류에게 끔찍한 과제가 되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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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뷰할 책 '스케일이 전복된 세계'는 인간의 지각범위를 넘어선 세계에서 혼란과 착각을 줄일 방법을 소개한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스케일의 전복'에 초점을, 2부에서는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증대한 세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스케일 전략'을 소개한다.


1부는 스케일 감각회복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이 파트에서는 인간의 지각과 측정의 측정 단위의 불확실성을 다룬다. 책은 인간의 지각 방식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객관적이라고 믿고 있는 '측정'이 사회 문화적 맥락과 실제 측정 환경에서 얼마나 부정확한 것인지 일깨워주는 데 그 목표를 둔다.


1부에서 중점적으로 기술하는 주제는 '스케일의 전복'이다. 책에서 정의하는 스케일은 사물을 측정하거나 비교하는 체계로 사용되는 숫자의 범위로써, 인간의 지각과 판단의 근거가 된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말하는 '스케일'을 '도식'의 일종으로 이해했다. 도식이란 사물이나 사건에 대해 구축하고 있는 일종의 지식뭉치와 같은 것으로, 도식을 통해 우리는 빠르고 효율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예를들어 똑같이 마트에서 당근을 사더라도, 상품의 특성과 상품의 유통을 이해한 어른과 그런 것을 배운 적 없는 어린아이가 물품의 질과 가격을 바라보는 방식은 다를 것이다. 책의 언어로 바꿔보자면, 어른은 다양한 정보망과 폭넓은 경험으로 인해 이 당근이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스케일(한국에서의 당근,재배지에서의 당근, 도매과정에서의 당근, 소매 과정에서의 당근, 소비자에게 소비되는 당근)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는 아주 일부의 스케일만을 이해할 것이다(소매과정에서의 당근,소비자에게 소비되는 당근). 이처럼 스케일은 학습될 수 있으며, 배경과 전경에 따라 자유롭게 변화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스케일이 전복된다는 것은, 비약적인 기술발전으로 스케일을 쉽게 파악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인터넷 이미지를 통해 스케일 혼란을 설명한다. 우리는 컴퓨터에서 같은 사이즈로 제시된 600*600픽셀 그림과 2544*2544 픽셀 이미지를 구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실제 이를 현실로 옮기면, 전자는 우표 정도의 크기고, 다른 한쪽은 작은 포스터만 한 크기다. 화면으로 보이는 이미지 공간과 현실 이미지 간 인지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저자는 모든 것이 비물질화 되고 일상이 네트워크화된 현대사회에서는 기존의 스케일 감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효과적인 데이터 수집과 분석으로 인해 또 다른 스케일을 형성하게 된 것으로는 '빅데이터'가 있다. 출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빅데이터의 활용은 이미 일상으로 녹아들었다.


현대사회의 변화무쌍한 스케일은 디도스 공격, 감시 시스템에 대한 우려와 같이 우려할만한 변화에 적용될 수 있다. 거대 감시 조직의 침투보다 방구석에 처박힌 해커가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역시 전례 없는 스케일의 변화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스케일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 놓는다. 따라서 고전역학을 통해 원인과 결과를 파악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되었다. 이러한 현대 사회에서 현대인은 새로운 스케일 감각을 기를 필요가 있다.


2부에서는 스케일 전략에 관해 기술한다. 본 리뷰는 책을 소개하고 평론하는 데 의의가 있기 때문에,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전하지는 않으려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스케일 프레이밍'이었다. 틀을 의미하는 프레이밍이라는 단어에 맞게, '스케일 프레이밍'은 다양한 범위를 틀로 삼아 사고하는 사고전략이다.


저자는 십의 거듭제곱을 이용해 각 범위를 표현한다. 십의 거듭제곱은 10까지 이어진다. 각각 개인, 가족, 이웃, 마을, 도시, 지역, 국가의 일부, 국가, 대륙, 지구다. 하지만 이러한 프레이밍은 임의적인 것으로, 상황에 맞게 조정될 수 있다. 요지는 미시적인 것부터 거시적인 것까지의 스케일을 의도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사고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세우기 위해 이 프레이밍을 활용하는 사례를 제시한다.


이 사례에서 개인 수준에서는 개인 수준의 자전거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건물과 인도 수준에서는 주차 시설이나 이용 도로나 시스템과 같은 서비스와 공간과 같은 건축 설계에 초점을 맞춘다. 작은 도시 수준에서는 전용차선과 같은 도시 디자인 수준에 맞춘다. 좀 더 멀어져 전체 도시 수준에서는 서비스 설계문제가 된다. 공유 서비스가 재정적 성공을 거두어야지 시스템이 정착하기 때문이다. 대도시권 수준이 된다면, 자전거 이용을 위한 교통 당국 간 이해관계가 조정되어야 하니 지자체와 정부 당국의 협조가 초점이 될 것이다.


전국적인 수준이 된다면, 연방정부의 정책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자동차 보조금 문제나 자전거 이용을 위한 자금지원과 같은 폭넓은 문제가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국제적 수준까지 올라간다면, 자전거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광산이나 공장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논의해야 된다.


저자는 이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질문을 마주하다 보면 새로운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고 분석한다. 스케일 프레이밍 전략은 지역적인 문제가 전체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각 스케일의 개인들은 자신 만의 능력을 최대화하는 스케일에서 행동할 필요가 있으며, 새로운 협력자를 더 넓은 범위의 스케일에서 찾을 수 있다. 요컨대, 현대 사회의 혼란스러움을 거부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자신의 영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스케일에서 노력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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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과학 분야에 책이 꽂혀있지만, 이 책은 이전에 리뷰한 책인 '선택설계자'처럼 일종의 의사결정 전략 책처럼 읽히는 감이 있다.


책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저자의 전체적인 인상을 먼저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 글에는 일반적으로 저자의 취향이나 특성이 드러난다. 나는 이 저자가 예술가적 태도를 취하는 기술 저널리스트로 느껴졌다. 책 전반에서 예술에 대한 열정과 고찰이 드러나며, 기술적 사례를 많이 든다. 이러한 책의 특성에 걸맞게 책의 저자인 제이미 헌트는 디자인스쿨 초학제 디자인 대학원 과정 설립자기도 하다.


많은 디자이너가 실용성에 기반을 둔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관심을 둔다. 이 책도 그렇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이 책을 통해 세계의 스케일을 분석적으로 관찰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실망을 느끼게 될 수 있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이 '스케일의 전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나 또한 기대하던 것과 다른 것들을 접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사실 좀 더 고백하자면, 책이 최종적으로 결론은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속시원한 대답을 해주지는 않는다. 사실, 이 이상의 결론을 내리는 것도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전에 리뷰했던 의사결정을 다룬 책들이 답이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사실 그조차도 운 좋은 승자들의 결과물에 기댄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도 이 책이 제안하는 '스케일 전략'은 프로젝트 기획이나 의사결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용한 전략이다. 이 책의 제안은 이 혼란스러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현대인에게 주어진 눈먼 막대로서 기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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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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