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카게에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 카게에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 :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전

글 입력 2021.08.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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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앨리스 달튼 브라운 : 빛이 머무는 자리 후기]라는 전시를 보러 갔는데, 전시를 보고 나서 바로 이틀 뒤, [후지시로 세이지 :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전] 전시회를 보러 가게 되었다.

 

우연히도 두 전시회 모두 빛과 관련된 전시회라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약간은 결이 달랐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일상 속의 빛을 탐구하던 사람이라면 후지시로 세이지 작품 전시 빛과 그림자라는 반대되는 성질을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다.


분명 빛이라는 공통된 부분에서도 세부적으로 스타일이 달라지니, 과연 이번 전시에서는 어떠한 빛과 그림자를 만나게 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안고 예술의 전당으로 향하였다.

 

 


카게에 (그림자 회화)


 

우선 후지시로 세이지라는 작가는 처음 들어보는 작가였다. 작가도 그렇지만 동양의 디즈니라고 불리는 카게에라는 장르조차도 처음 들어봤을 만큼 이색적인 장르였다. 카게에는 [카게 - 그림자], [에 - 그림] 이라는 뜻의 일본어이다. 즉 번역하자면 '그림자 회화'라고 볼 수 있다.


카게에는 다소 생소한 장르지만 쉽게 표현 하 자자면 밑그림을 그리고 그림에 따라 잘라 셀로판지를 붙이고 조명을 비주어 색감, 그림자로 표현하는 독특한 장르의 작품을 말한다.


우리가 거리에 나가기만 해도 이 카게에를 모티브로 나온 라이팅 간판이나 광고판을 볼 수 있는데 지금 어딜 가던 흔히 볼 수 있는 매체의 시작이 바로 이 카게에 라고 볼 수 있다. 카게에는 애초에 국내에서 경험할 수 없는 전시회다 보니 전시 애호가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정도라고 하니, 어떤 전시회일지 더욱 기대가 된다.

 

 


후지시로 세이지



후지시로 세이지는 1924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남다른 재능으로 수채화, 유화, 에칭 등 여러 교육을 받기도 하고 [일본 앙데팡당전]에 몇 차례 출품을 할 정도로 실력가였지만 그는 카게에에 전념하였고 실제로 그는 세계 유일의 카게에 거장으로 불리니 그 방면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초토화된 도쿄에서 평화를 기원하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골판지와 전구를 사용한 카게에를 만들어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이번 전시는 전쟁 시대의 참혹함을 겪은 작가의 평화, 사랑, 공생을 소재로 전개되기 때문에 그가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를 아름답고 환상적인 모습으로 경험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NHK 방송 개국 시험 방송에서부터 여러 콘텐츠를 개발하였고 일본 대중들에게도 깊이 스며들었고 수많은 기업에서 사랑을 받게 된 작가이다.

 

 


초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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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처음부터 카게에 작품이 등장하진 않는다. 회화 작품이 먼저 등장을 하는데 그 가운데 있던 [치오의 초상]이라는 작품이 먼저 기억에 남는다. 그림은 차갑고 푸른색의 색감으로 되어있는데 인상파의 작품처럼 보이는데 마치 피카소의 청색시대 시기의 작품을 보는 느낌도 들었다.


이 그림은 서영회사 선전부에 입사하여 같이 일 한 여성을 그림으로 그린 건데, 이 계기로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즉 이 치요의 초상은 후지시로 세이지의 아내의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냥 카게에의 이야기만 담은 것이 아닌 후지시로 세ㅣ이지가 그림을 시작하고 영향을 받은 사람이나 발전 과정을 처음에 볼 수 있었다.

 

 


모노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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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와 아기토끼와 고양이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초기 카게에 작품에서는 작가의 흑백 작품(모노크롬)부터 만나 볼 수 있다. (참고로 카게에 작품은 일반 그림과 애자가 아니라 모든 것이 전부 빛이 나는 아크릴 판이다.)

 

작가의 시그니처라고 볼 수 있는 난쟁이 이야기부터 시작하는데 새카만 실루엣과 빛만 있는 것이 아닌 흰색, 회색, 명암까지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는 빛의 밸런스나 재료, 질감, 투과율까지 모든 것을 계산해서 레이어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기억에 남던 [담배와 난쟁이]라는 작품 속 담배연기의 표현이 너무 사실적이라 조금 가까이서 그림을 보았다. 연기를 표현한 것은 바로 솜으로 보였다.


이러한 오브제의 활용은 나중에 신문이나 잡지 같은 것을 오려서 집의 벽면이나 돌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오브제 활용을 좋아하는 편이라 인상이 깊었다.

 

 


색채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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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사랑의 기적_사진제공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그러고 나서 점차 색이 들어가지기 시작하는데 그 가운데 하나인 [불꽃놀이]라는 작품은 칼로 불꽃을 하나하나 다 잘라 빛을 투과시켜서 만들었다.

 

칼질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만든 게 눈에 보여서 너무 신기하고 아름답고 예쁘다는 느낌이 들었다. 컬러 또한 종이의 질감, 느낌, 특성, 빛의 투과율 등등 여러 변수들을 다 계산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느낌아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섬세하게 표현이 된 색채 작품들을 보면서 강렬하고 화려한 이미지들을 만날 수 있다.

 

 


케로용과 모쿠자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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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로용 유토피아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 아는 여러 유명 이야기를 카게에 작품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목단기]나 [서유기] 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모노크롬으로 제작한 걸 다시 리메이크하기도 한다.


게다가 인형과 카게에 전용 극장인 [쥬느판토르 → 모쿠자바(목마자)]에서 헨젤과 그레텔, 피노키오, 신데렐라, 엄지 공주, 눈의 여왕 등등 안데르센의 작품을 카게에 인형극(뮤지컬)로 만들기도 한다.


이 상업 연극 가운데 일본 열도를 달군 캐릭터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케로용이라는 캐릭터이다. 정말 많은 순회공연을 다닌 개구리 캐릭터이다. 이 캐릭터는 후지시로 세이지가 탄생 시킨 오리지널 캐릭터이다.


일본 사람들이 개구리 모양의 동전 지갑이라던가, 개구리를 콘셉트로 하는 요괴, 캐릭터(개구리 중사 케로로) 같은 게 많아 개구리를 좋아한다고 여겼지만, 이렇게 개구리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캐로용이라는 캐릭터로부터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단 이름부터가 비슷하기 때문에 일리 있는 추리일 수도...

 

아무튼 이 캐로용의 인기로 인해 일본 인형극의 공연 양식이나 어린이 공연의 대중화를 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쿠라시노 테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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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일본을 대표하는 생활 정보 잡지로 이곳의 표지 일러스트를 8년간 그렸는데 어린 시절 전쟁을 겪었던 당시에 그린 그림과는 사뭇 다르다. 뭔가 좀 더 밝고 세련된 느낌이 들어 인기가 많았다. 컬러도 화려하고 파스텔톤으로 되어있는 느낌여서 눈에 많이 들어오던 회화 작품이다.


그림도 점차 색감도 화려해지고 세련돼지듯, 카게에 작품들 또한 숙련도가 올라 갈수록 상세하고 화려하게 변한다. 예수와 성서의 이야기를 카게에로 만들기도 하는데 천지창조부터 카인과 아벨, 노아의 방주, 바벨탑 등등의 이야기, 아니면 성 프란치스코 성녀 클라라의 빛, 등등 점차 화려해지는 작가의 작품을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평화, 사랑, 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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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다리는 내마음의 하프사진제공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후지시로 세이지는 처음에도 말했듯이 전쟁을 겪어봤기에 이러한 슬픔이 희망으로 바뀌길 원하며 현재 고통을 받는 기아로 고통받는 어린아이들이나 여러 문제들을 작품으로 남긴다. 특히 이런 원조 활동을 나선 미국의 뮤지션들에게 공감하여 뮤지션들의 모습을 그리기도 하는데 우리가 잘 아는 대표 뮤지션들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서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 피해지인 스스기 마을을 표현하거나 히로시마 원폭의 모습을 담은 [슬퍼도 아름다운 평화로의 유산]을 담는데 종이학이 날아가는 모습이 인상 깊던 이 작품은 20만 명이 죽은 이 흔적은 평화를 가져오게 되었지만 고통의 비참함을 알기 때문에 전쟁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작업을 하면서 작가는 작가의 방식 그대로 작품을 통해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난쟁이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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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은 고양이 눈_사진제공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후지시로 세이지 작품에는 중간중간 난쟁이와 고양이가 등장한다. 특히 [청명_도시 벚꽃]이라는 작품에서는 화려한 벚꽃의 모습이 보여 아름답다고 느껴지지만 도시 숲을 배경으로 가운데 고양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어 귀여움이 배가 된다.

 

또한 고양이들이 파티를 하는 작품도 인상 깊다. 아무래도 일본 사람이라 그런지 특히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영향이 작품 속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개인적으로도 고양이를 3마리나 키우고 있는 집사로서 고양이가 많이 등장하는 것이 너무 좋기도 했다.


난쟁이 또한 정말 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데 이름은 고비또, 작가의 분신으로서 수많은 곳에 등장한다고 하니 이 난쟁이를 작품 속에서 찾아보는 즐거움도 있을 것이다.

 

 

 

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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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소녀(수조)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목마의꿈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꽃과 소녀], [목마의 꿈], [만주사화], [코스모스 노래하다] 등등 몇 가지 작품에는 작품과 함께 물이 흐른다. 흐르는 물에는 작품이 비추어지는데 그 모습까지 너무 화려하고 아름답다.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물에 비추어진 전시 작품을 보는 것 또한 새롭고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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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게에 라는 작품은 뭔가 밝고 어둡기만 하는 흑백의 작품을 상상했지만 정말 아름답고 새로운 환상의 세계를 볼 수 있었다. 화려함도 화려함이지만 섬세하고 치밀하게 만들어진 작품이이라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후지시로 세이지 작가는 현제 98세의 나이로 아직도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전시는 후지시로 세이지가 생애 마지막 전시라고 여기며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한 전시라고 한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카게에 거장의 전시, 한번 전시회에 방문해서 거장의 작품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박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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