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스로 만드는 루틴의 묘미 - 링 피트 어드벤처 [운동]

글 입력 2021.08.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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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느니 차라리 공부를 할래요

 

어렸을 적, 자기소개란의 ‘싫어하는 것’에 꼭 써넣곤 했던 것은 ‘운동’이었다. 잘하지도 않고, 힘들고, 귀찮은 운동은 언제나 내게 외면의 대상이었다.
 
하다못해 몇 년 전, 재수 입시를 마치고 체중을 감량할 때도 나는 운동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먹는 것을 사랑함에도 평소보다 덜먹는 것이 운동보다 쉬웠다. ‘운동을 하느니 차라리 공부한다’. 내가 떠들고 다닌 진심 어린 망언이었다.

스스로 운동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작년 여름 이후부터다. 어떻게든 틈을 비집고 쏟아지는 스트레스에 속절없이 소모될 수밖에 없던 정신 에너지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 얄궂게도 신체였기 때문이다. 내 정신과 신체의 균형은 완벽하게 깨져 있었다.
 
억지로, 그리고 간헐적으로 조금씩 운동을 하던 그 전과 달리, 2020년 8월 이후로는 누군가의 강요나 설득 없이 내 의지만으로 꾸준하게 가벼운 운동을 이어갔다.

동네를 빠른 경보로 돌고 닌텐도 스위치의 ‘저스트댄스’ 게임을 오랜 시간 즐기며 땀을 흘렸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나는 ‘운동’의 목적으로 같은 기기의 본격적인 피트니스 게임, ‘링 피트 어드벤처(이하 링 피트)’를 구매했다.
 
 
 
운동 같은 게임, 게임 같은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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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은 평생의 파트너”
- 링 피트 어드벤처 소개 문구 -
 
 
운동 같은 게임, 게임 같은 운동.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 기준으로 ‘애매한’ 재미를 주는 링 피트는 닌텐도가 IP를 가진 닌텐도 스위치 전용 게임(혹은 운동)이다.
 
‘피트니스 어드벤처’라는 장르 설명답게, 피트니스 게임에 어드벤처 형식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운동에 필요한 레그 스트랩, 링콘이 동봉되어 있으며, 두 조이콘을 각 장비에 끼워 플레이한다.

링 피트에는 ‘판타지 세계를 모험하며 즐겁게 지속할 수 있는 장기간 피트니스 프로그램, 어드벤처 모드’를 포함한 총 5개의 모드가 존재한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링 피트 한다’는 표현 아래 주로 이용되는 모드는 이 어드벤처 모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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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모드는 주인공이 링콘에 해당되는 캐릭터 '링'과 함께 스토리의 최종 빌런 '드래고'에게서 세계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롤플레잉으로 시작된다. 플레이어가 실제로 걷거나 달리는 동작을 취하면 게임 속 주인공도 따라서 앞으로 나아가며, 기본적으로는 달리기를 통해 나아가지만 층간 소음을 방지하기 위한 ‘사일런트 모드’에서는 무릎을 굽혔다 떼는 것으로 전진이 가능하다.
 
링콘을 조이고 풀면서 달리며, 가이드에 따라 코스 주변의 코인을 획득하고 장애물을 넘는다. 코스는 달리기가 기본이지만, 가이드에 따라 ‘복부 비틀기’, ‘만세하고 링콘 당기기’ 등의 동작을 취하면 게임 속에선 노 젓기, 하늘 날기 등 다양한 움직임으로 바뀌어 표현된다. 이렇게 전진하다 보면 적을 만나게 되는데, 이때 ‘피트 스킬’이라는 이름의 실제 운동을 통해 전투를 진행할 수 있다. 피트 스킬은 총 40종류 이상 존재하며, 팔 운동, 배 운동, 다리 운동, 요가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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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진행도에 따라 다른 피트 스킬이 추가되며, 플레이어의 능력에 맞게 운동 부하도 조절할 수 있다. 더불어 제법 정확하게 측정되는 운동 점수(동작이 정확하지 않으면 점수를 적게 준다), 운동 중 격려와 닦달을 함께해 주는 링의 목소리, 운동을 마칠 때마다 알려주는 깨알 건강 지식과 내가 운동한 동작의 누적 횟수는 운동하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운동을 싫어하는 나 VS 게임을 좋아하는 나

 

링 피트를 시작하고, ‘운동 루틴’이라 부를 만한 것이 생겼다. 간단한 스트레칭 후 저스트댄스, 그리고 이어서 링 피트를 각 30분 내외로 하는 것이다. 횟수는 일주일에 3~4회. 그리고 스위치를 하지 않는 나머지 날은 동네를 1시간씩 산책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횟수를 못 채웠던 때도 있었지만, 이 운동 루틴을 나름대로 유지한 지도 8개월째다.

누군가는 ‘그게 어떻게 운동이냐’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이 루틴을 이어나가며 내게 일어난 작은 변화를 생각해 보면 이건 분명 운동이 맞다. 본격적으로 링 피트를 시작하기 전 운동 부하를 조절하는 페이지에서 당당히 ‘또래에 비해 운동을 전혀 안 하는 편’에 체크한 뒤, 10 아래의 최저 운동 부하로 시작했던 게임은 어느새 최고 운동 부하 30이 되었다.
 
눈에 띄는 신체적 변화로는 10초도 힘들었던 플랭크를 2분 이상 지속할 수 있게 된 것(-하지만 플랭크는 1분씩 끊어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한다-)이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근지구력이 조금이나마 생겼음을 느낀다. 더불어 체중 감량의 목적이 아니었음에도 약간의 체중이 감소했다는 것과 연이은 폭식(하하)에도 그전에 비해 살이 잘 찌지 않는 몸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정말 나만 아는 근육이 생긴 것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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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슬픈 말을 건네주는 링 피트
 
 
또한 땀 흘리며 힘을 들여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통해 바깥공기를 마시며 근육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나는 전보다 확실히 건강해졌다. 이전에 비하면 잠들기도 수월해졌고, 스트레스를 환기할 수 있었으며 생활을 버티는 힘도 만들었다. 신체적 노력은 건강하게 자신을 컨트롤하는 방법임과 동시에 나를 존중하는 방법임을 알게 되었다.
 
링 피트는 잘 만든 운동 게임이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야외 운동이나 짐에 가는 것이 힘든 근래에, 링 피트는 훌륭한 디지털 피트니스의 예시다. 게임의 형식이지만 타 게임들처럼 오락을 목적으로 한 콘텐츠나 게임적 상상력을 극대화한 콘텐츠를 삽입하는 대신, 피트니스의 역할에 충실했다.
 
때문에 단순하지만 확실한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혼자' 하는 운동에서 나름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운동을 혼자서 지속하기도 어렵지만, 그를 통해 긍정적 감정을 얻는 것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서, 링 피트의 설계와 그 성취는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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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운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얼굴은 자주 죽상이고, 설정해둔 운동 부하 30 때문에 잘 죽지 않는 몬스터들의 체력에 좌절하며 가끔은 공격력을 높여주는 포션을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직접 운동의 효과를 맛보고 나니 그 필요성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고, 다른 운동도 시도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갖게 되었다. 언젠가는 운동을 싫어하는 나와 게임을 좋아하는 나 사이의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운동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날을 위해 오늘도 ‘빅토리 포즈’를 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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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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