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섯명의 예술가가 건네는 여름의 위로 [미술]

이 곳에서 예술적인 휴가를 보내보세요!
글 입력 2021.07.2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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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절정인 8월이 다가온다. 이전 같았으면 시원한 곳으로 휴가를 떠났겠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도 ‘집콕’하며 휴가를 보낼 우리에게 시원한 예술 작품을 몇 점 소개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여름하면 푸르른 바다와 넘실대는 파도 그리고 차가운 수영장 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당장이라도 그림 속에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다섯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보도록 하자. 이 글을 읽는 동안만큼은 코로나도 더위도 모두 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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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창해낭구도', 19세기


 

단원 김홍도가 바다에 매력을 느꼈을 시기에 <창해낭구도>를 그렸다.

 

이 작품은 먹을 기반으로 채색이 더해진 수묵채색화이다. 먹은 암초의 색을 표현하는데 탁월하게 느껴지며, 부서지는 파도의 결을 표현하는데도 효과적인 듯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먹의 묵직함이 바다의 깊이를 더 깊이 있게 보이게 한다. 먹은 바다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알게 한다.


<창해낭구도>를 그릴 때 김홍도는 바닷가에서 느껴지는 한가로운 정취를 담으려 했다고 한다. 출렁이는 물결과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암초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바닷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뿐만 아니라 암초 위 과감하게 표현된 하얀 갈매기들은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자세히 볼수록 당시의 바다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작품 오른편에는 시 한 구절이 적혀있다. ‘가고 오는 그윽한 모래톱 한가롭기 그지 없네’ 멋드러진 필체가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극대화 시킨다. 당시 김홍도가 느꼈을 여유로움을 함께 느껴보기 위해 가까이에서 또 멀리서 작품을 여러 번 살펴본다. 우리나라 특유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바다는 우리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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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생 마리의 바다 풍경', 1888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화가 반 고흐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고흐가 남프랑스에서 머물 때 한 어촌 마을을 방문해 그린 것이라고 한다. 지중해는 반 고흐가 추구했던 색채의 극대화를 녹여내기에 가장 탁월한 소재였다. 태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그가 지중해에 대해 애정을 드러냈음을 찾아볼 수 있다.


고흐는 지중해가 고등어의 빛깔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고등어의 푸른색, 초록색, 흰색 등 풍부한 색감이 지중해의 복잡 미묘한 아름다움과 닮아있다고 여겼다. 실제로 색감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고등어의 느낌이 나는 것만 같다. 파란색과 흰색의 대비가 철썩이는 파도의 생생함을 그대로 전달한다. 그리고 저 멀리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는 어두운 초록빛으로 표현해 망망대해와 같은 느낌을 준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파란색의 바다였겠지만 고흐의 눈으로 바라본 바다는 다채로운 색감이 섞인 바다였다. 예술가의 눈으로 바라본 바다는 더욱 예술적이다. 색의 향연 속에서 실제 바다보다 더 극대화된 아름다움을 느낀다. 어쩌면 나는 모르고 지나쳤을 이 아름다움을 고흐의 눈을 통해 찬찬히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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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Hockney 'A Large Diver', 1978


 

‘수영장 시리즈’로 가장 유명한 작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이다.

 

그의 수영장 시리즈는 여름에 더욱 찾게 되는데, 그 이유는 아마 감상자들이 수영장에서 느꼈던 청량감, 시원함을 누구보다 잘 표현해서이지 않을까 싶다. 물을 관찰하고 연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 그이기에 물로부터 느껴지는 다양한 감각을 작품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호크니는 수영장의 물결을 독특하게 표현한다. 이는 호크니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흰 선을 길게 이어 잔잔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묘사하기도 하고, 짧고 굵은 흰 선을 연달아 그려 빠르게 움직이는 물결을 표현하기도 한다. 섬세히 묘사된 물의 무늬와 파장에서 리듬감이 느껴진다. 다양한 물의 모습을 알고 싶다면 호크니의 그림을 보면 된다.

 

이 작품은 이제 막 다이빙을 해 물 밑을 파고드는 순간을 담았다. 일렁이는 수영장의 물이 그 순간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추상화된 물결의 무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햇빛에 비쳐 반짝이는 물결과 반사된 그림자는 맑은 날을 연상케 한다.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지는 이 작품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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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 Zener 'Rejuvenate', 2006


 

에릭 제너는 미국의 포토리얼리스트 화가이다. 작품 속의 요소들을 모두 생생하게 그려내어 마치 사진인 듯 착각하게 만든다.

 

그는 수영장 안과 밖, 물속의 고독한 인물 등을 주로 그리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모든 것의 원천이 물이라고 생각해 물에 대해 깊게 탐구했다고 한다. 작품을 그리며 물과 사람간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물의 영향력을 고민했다.


그는 물이 인간 본연의 모습을 발견하게 하는 존재라고 여겼다. 인간은 물과 접촉하는 순간 자신을 보호하는 초인적인 에너지를 발휘하기도 하며, 외부로부터 입은 상처를 뒤로하고자 고요한 물속으로도 파고들기도 한다. 또한 세상에 혼자 태어난 그 순간을 다시금 느끼게 하고,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을 그 고요한 시절을 상상해보게끔 만든다.


사실적인 그림 덕분에 고요한 물속을 상상하는 게 어렵지 않다.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고요히 살아온 나날을 돌아본다. 에릭제너는 물이 인간을 정화시키고 힘을 복원시키는 매체가 된다고 말한다. 잠시 눈을 감고 물속의 고요함을 떠올려 보자. 남은 한해를 잘 보낼 수 있도록 나를 정비할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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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트릭트 'Starrr Beach', 2020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대형 멀티미디어 설치 작품이다.

 

가로13m, 높이6m 크기의 벽에 엄청난 규모의 파도가 넘실거린다. 실제 파도 소리가 더해져 마치 진짜 바다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3분 정도 길이의 영상이 계속해서 반복되며 파도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일렁인다. 감상자들은 실제로 파도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에이스트릭트 그룹은 실감나는 파도를 표현하기 위해 오랜 기간 물의 특징과 성질을 분석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이미지화 시켜 디지털 멀티 미디어 그래픽 기법으로 완성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잘게 부서지는 파도가 손을 뻗게끔 만든다. 만지면 만져질 듯한 이 생동감에 현혹되어 멍하니 파도를 바라본다.


사그라들지 않는 코로나19로 훌쩍 휴가를 떠나는 것이 두려워진 요즘이다. 도심을 떠나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이 파도를 이렇게나마 만나본다. ‘동시대를 읽어내고 시대가 원하는 바를 실현해내는 것이 곧 예술혼이자 예술가의 정신’이라는 에이스트릭트 그룹의 철학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


여름 맞이 시원함을 줄 수 있는 작품 몇 점을 선정해 보았다. 글을 적는 내내 작품을 곱씹으며 필자 또한 더위를 잠깐이나마 잊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시대별, 작가별, 나라별 각기 다른 바다와 물을 만나는 것 또한 흥미로웠다.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하나 하나 느끼며 허한 마음을 달랬다.


다시금 팬데믹 시대의 예술의 역할을 느낀다. 예술은 인간의 심적‧미적인 욕구를 채워 준다. 이로부터 느끼는 정서적 풍요로움은 우리의 지친 심신을 위로한다.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채울 수 없는 이 공허함을 예술이 채워주는 것이다. 이 다섯 작가들이 건네는 위로가 글을 읽는 모두에게 전달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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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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