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육식에 숨겨진 비밀 -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 [영화]

글 입력 2021.07.1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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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요즘 제일 많이 하는 걱정 중 하나는 ‘아프면 어떡하지’라는 것이다.

 

“아픈 줄 모르고 살다가 30대가 되니 몸이 예전과 다른 게 느껴지더라”라는 인생 선배들의 흔한 후기와는 달리, 나는 20대 중반인 지금도 이미 체력이 달림을 느끼고 잔병치레가 잦다. ‘십 년 후, 이십 년 후, 육십 년 후에는 대체 얼마나 아프려고 이러나’하는 생각에, 평소에 어떻게 해야 건강을 챙길 수 있을지 고민이 늘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던 사람이 만든 다큐멘터리가 하나 있다. 킵 앤더슨 감독의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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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 (2017) 감독: 킵 안데르센, 키간 쿤

 

 

이 다큐멘터리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 싫은 맞는 말’이 가득하다. 왜 인간은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해야 하는지, 고기뿐 아니라 우유, 치즈 등을 포함한 모든 동물성 식단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간의 몸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한다.

 

고기 섭취가 현대인이 앓고 있는 수많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 정도야 기본적인 상식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폭로되는 동물성 식단의 위험성과, 순수 채식이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실로 놀라운 수준이었다. 동물성 식단이 이토록 즉각적이고 치명적인 수준의 위협을 인체에 미치는데도 여전히 육식 위주의 식단이 너무나 당연한 게, 그 위험성이 더 강조되지 않은 게 의아할 정도로.

 

WHO는 10개국의 800건이 넘는 연구를 검토한 결과 가공육(소시지, 햄, 베이컨 등)을 담배, 석면과 같은 수준의 1군 발암물질로, 붉은 고기는 2군 발암 물질로 지정했다. 킵은 가공육과 암의 연관성에 대해 밝힌 여러 연구의 발표 후에도 미국 암 학회가 여전히 가공육을 추천 식단 중 하나로 꼽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의문을 가진다.

 

킵은 학회에 항의 전화도 해보고 직접 인터뷰를 하러 찾아도 갔지만, 동물성 식단과 암 사이의 관계에 대해 묻는 인터뷰에는 응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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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뿐만이 아니었다. 체중 감소 전문 외과 의사 가스 데이비스 박사 등은 당뇨의 주요 발병 원인이 탄수화물과 당분 섭취가 아니라 혈관에 지방을 축적하는 육류 섭취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 당뇨 협회는 오히려 붉은 고기와 가공육이 포함된 식단을 추천하고 있었다.

 

심장병 역시 마찬가지. 내과 명의로 뽑힌다는 닐 버나드 박사에 따르면 음주나 당분은 심장 질병과 연관성이 낮은 반면, 흡연과 동물성 식단은 치명적이다. 그런데 흡연의 위험성은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공감하고 있는 데에 비해, 동물성 식단의 위험성은 그만큼 알려지지 않았다.

 

동물성 식단에 대해 경고를 해야 마땅한 단체들이 오히려 해당 식단을 권장하고, 구체적인 인터뷰 요청은 거부하기를 반복하자 킵은 의구심을 가진다. 그리고 해당 단체들의 스폰서를 알아본 결과, 사실 그들이 동물성 식품 업계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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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 트레일러


 

햄과 베이컨의 위험성을 알려야 하는 단체가 가공육 식품 업계로부터 돈을 받고, 우유나 계란이 사실은 완전식품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몸에 안 좋다는 걸 알려야 하는 단체가 낙농업계로부터 돈을 받는 식이다. 그렇게 자본에 의해 가려진 위험을 떠안는 건 고스란히 일반 시민들의 몫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혼란 상품’에 관한 이야기였다. 정확하고 일관된 정보가 대중에게 주어지지 않고, 누구는 이게 나쁘다 누구는 저게 나쁘다는 식의 공방이 계속되면 소비자는 ‘도대체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혼란 상태에 빠진다.

 

식품 업계의 입장에서는 대중에게 동물성 식품이 몸에 좋다는 인식을 심는 데까지 이르지 않고 이러한 혼란만 유발해도 충분하다. 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주로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 하고, 믿기 싫은 정보는 쉽게 과장과 거짓으로 매도당하기 때문이다.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 역시 공개된 후 많은 비판과 논란에 휩싸였다. 물론 그중에는 몇몇 정당한 비판도 있었다. 예를 들어, 작품에서 채식을 실천한 후 건강을 회복 사례로 등장한 환자들의 의학적 데이터가 더 구체적으로 제시되었어야 한다는 등의 비판은 나 역시 공감이 갔다.

 

하지만 작품이 제시하고 있는 동물성 식단의 위험성에 관한 교차 검증된 객관적 자료들을 아무런 근거 없는 비방으로 깎아내리는 목소리들도 많았다. 해당 작품에 출연한 의사(유튜브 채널 ‘PLANT BASED NEWS’), 비건 유튜버(유튜브 채널 ‘Mic the Vegan’) 등이 이러한 비난에 대해 다시 한번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반박한 자료들을 보며, 자본과 권력의 논리에 따라 진실이 공격당하는 현실을 폭로한 다큐멘터리가 같은 방식으로 공격당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채식을 하는 이유로 가장 흔히 알려진 것은 동물권 보호다. 최근에야 환경 파괴와 육식 간의 관계가 대중에게 알려지며 환경 문제 해결에도 채식이 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동물성 식단이 인간의 몸에 미치는 위험성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은 다른 종을 위한 윤리적 차원에서도, 전 지구적인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채식은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아프지 않기 위해서도 식단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말해준다.

 

이 다큐멘터리를 본다고 모두가 바로 순수 채식 식단을 실천하게 되는 건 아닐 것이다. 개인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 혹은 이 이야기를 얼마나 신뢰하는지에 따라 각자의 밥그릇에 크고 작은 변화는 찾아올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건강에 육식/채식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궁금한 사람이라면, 혹은 질병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다큐멘터리를 시청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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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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