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과 자연, 전혀 다른 두 개의 전시 [전시]

글 입력 2021.06.2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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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하반기, 신사동에는 두 개의 전시가 나란히 열렸다. 스페이스 씨에서 열린 <호랑이는 살아있다>와 호림박물관 신사분점에서 열린 <2020민화Ⅱ, 庭園의 풍경_인물·산수·화조>다. 도보 약 10분 밖에 걸리지 않는 두 전시는 ‘인간’과 '자연'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전시를 구성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 외에는 전혀 다른 이미지와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바쁜 일정에 쫓겨 전시를 자주 즐기지 못했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이에 작년에 동일한 날 함께 관람했던 두 전시 <호랑이는 살아있다>와 <2020민화Ⅱ, 庭園의 풍경_인물·산수·화조>를 이야기하며 두 전시를 비교해보고, 이번 상반기, 자주 전시를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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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전시관 스페이스 씨에서 열린 <호랑이는 살아있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호랑이를 주제로 한 기획전시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신성하고 영험한 동물로 여겨지며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스며들어 있었다. 과거 민가에 내려올 정도로 개체수가 많았던 호랑이는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그 모습을 보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오랜 기간동안 장식품, 미술품 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사회 녹아들어 자신이 이 땅에 발을 붙여 존재했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호랑이는 살아있다>에서는 이러한 인간들의 생활 속에서 보였던 호랑이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인간과 호랑이의 공존에 대한 메세지를 전달한다.


건물의 지하 두 층에서 이루어졌던 이번 전시는 밝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시간 순으로 스토리텔링이 진행된다.


전시에 입장하여 지하 1층으로 내려갔을 때 가장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근세 시대에 중국과 조선에서 그려졌던 호랑이 그림들이었다. 그림 스타일과 호랑이의 이미지, 그려낸 모습 등의 차이점에서 같은 호랑이라는 동물을 그렸음에도 그 호랑이를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도 달랐으며, 덕분에 두 나라가 어떻게 호랑이를 대했는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전시관 가운데에는 호랑이와 관련된 물품들을 볼 수 있었다. 조선에서 사용되었던 호랑이의 몸과, 그 모습을 활용한 물품들, 이를테면 혼례 가마 위에 덮었던 호랑이 무늬, 관복의 중앙에 부착했던 흉배 속 호랑이, 그리고 호랑이 발톱으로 만든 노리개 등은 모두 당시 호랑이를 신성시하고 용맹함의 상징으로 바라보았던 우리 조상들의 시선을 나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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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 전시는 과거 호랑이와 공존했던 사람들의 모습과 시선에 집중했다면, 지하 2층 전시는 과거에서 벗어나 현대에서의 호랑이와 인간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계단에 내려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다큐멘터리 영화 ‘할렘의 밍’이었다. 할렘 속 아파트에서 살았던 호랑이 밍, 그리고 그 호랑이와 함께 있었던 앙투완 예이츠의 이야기를 담은 이 다큐멘터리는 밍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앙투완 예이츠의 모습과, 앙투완 예이츠가 밍에게 물리며 911에 신고했던 당시 상황을 교차편집했다. 지하 1층에서 막연하게만 다가오는 과거 인간과 호랑이의 모습과는 정반대되는 내용이다. 단순히 '과거에는 호랑이와 함께 살며하며 이러한 작품들을 남겼습니다.'라고 이해했던 것에서 벗어나 '사람을 물어버리는 위험한 짐승'이라는 현실을 바라보게 해준다. 하지만 그러한 호랑이와 동거하며 그와 정신적으로 교감을 나누고, 애정으로 보살폈던 앙투완 예이츠의 다정한 눈빛과 목소리는, 호랑이와의 공존에 대한 양면을 관객들에게 확실히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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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의 밍을 보고 나오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제시카 세갈의 ‘낯선 친밀감’이 보인다. 이 작품은 물 속에서 한 여성과, 호랑이 한마리가 마주보고 함께 수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낯선 친밀감이라는 작품 제목과 함께 이 작품에서는 여성과 호랑이가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호랑이에 대한 위험성, 그럼에도 호랑이와 함께 지내왔던 다정했던 앙투완 예이츠의 나날들을 보여줬던 '할렘의 밍'과는 정반대되는 작품이다. 어떠한 복잡한 편집도 없다. 설명글도 없다. 그저 물 속에서 함께 유영하는 한 여성과 호랑이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미 '할렘의 밍'을 보고 온 관객들은 이러한 '낯선 친밀감'을 보며 호랑이에 대한 각자의 이미지로 의미를 부여하고 작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한국에서의 호랑이 멸종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잃어버린 호랑이를 찾아서’를 전시하며 이 전시회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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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전시된 <2020민화Ⅱ, 庭園의 풍경_인물·산수·화조> (이하 정원의 풍경)는 같은 인간과 자연을 주제로 했음에도 앞서 이야기한 <호랑이는 살아있다>와는 확연히 다른 전시 분위기와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과 호랑이의 이야기를 담았던 이전 전시와는 달리, 이번 전시회는 인간의 모습과 동식물의 모습, 풍경의 모습을 각각 나눠서 보여준다. <호랑이는 살아있다>가 전시회를 통해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면, <정원의 풍경은> 하나의 전시회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전달했다. 총 4층으로 구성된 이 <庭園의 풍경_인물·산수·화조>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물도, 산수도, 화조도로 나누어 전시된다.


<정원의 풍경> 내부는 앞서 보았던 <호랑이는 살아있다>와 다르게 고요하고 적막하며 관람객들의 발자국 소리 외에는 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거대한 전시관 안에서 다른 작품과의 넓은 거리를 유지하며 오롯이 등에 비쳐지는 민화들은 더욱 더 관람객들에게 장엄하고 웅장하게 다가온다. 섬세하게 디테일이 살아있는 민화들을 전시하기 위해 설정된 이러한 환경은 관람객들이 전시에 깊게 몰입하고 작품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작품인 민화 위에는 얇고 투명한 유리들이 덧씌워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유리의 존재를 눈치챌 수 없을 정도였기에 작품의 관람을 전혀 방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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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가 관람객에게 준 재미 중 하나는 바로 작품에 대한 해설이 없다는 것이다. 관람객이 해설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다른 팜플렛이나 도구들이 제공되지도 않았다. 어두운 공간 속에는 작품과 제목, 그리고 관람객만 존재한다. 불친절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으나, 이 전시회의 주요 작품들이 민화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시회에 전시되었던 수많은 민화 속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있었다. 성대한 만찬이 열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기도 했고, 왕이 행차하는 듯한 모습이 그려져 있기도 했다. 한 켠에서는 두 남성이 함께 바둑을 두거나 낚시를 하기도 했다. 하나의 그림에 하나의 이야기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저마다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곳곳에 숨어있었다. 어둡고 조용한 전시관이었기에 관람객들은 그 민화의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 집중해서 민화를 뜯어볼 수 있었다. 어떤 민화인지 추측해보기도 하고, 민화의 주가 되지 않는 요소들까지도 작품 속에서 찾아내며 함께 즐길 수 있었다.


해설이 없었으나 전시 중간중간에 벽면에 존재했던 당시 인물들의 민화에 대한 글귀가 인상깊었다. 당시 왕이나 다른 인물들의 민화에 대한 예찬이 많지 않은 개수로 쓰여 있었다. 이는 작품을 관람하며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지는 않았으나 전시를 관람하며 작품의 아름다움에 대해 끊임없이 감탄한 관람객들의 공감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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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살아있다>는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집중했고, <2020민화Ⅱ, 庭園의 풍경_인물·산수·화조>는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카테고리별로 구성된 전시회의 작품 하나하나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 자유롭고 캐주얼한 분위기 속에서 AR 사진 이벤트, 설문조사 이벤트 등을 하며 관람객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이루어진 <호랑이는 살아있다>와 달리, <2020민화Ⅱ, 庭園의 풍경_인물·산수·화조>는 관람객들이 작품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방해가 될 모든 요소들을 배제했다. 관람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주기 위해 작품의 해설을 적어두었던 <호랑이는 살아있다>와 달리, <2020민화Ⅱ, 庭園의 풍경_인물·산수·화조>는 관람객들을 위해 작품의 해설을 적지 않았다.

 

이처럼 <호랑이는 살아있다>와 <2020민화Ⅱ, 庭園의 풍경_인물·산수·화조>, 두 개의 전시만으로도 알 수 있듯 전시는 저마다 다양하게 기획되어있다.

 

나는 전시를 관람하고 나서 되새길 때이면 내가 지금까지 다녀왔던 또다른 전시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함께 생각해본다. 전시는 다른 콘텐츠들보다도 유독 그 다양성에 제한이 없다. 공간 안에서 단순히 시각과 청각적인 부분만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오감 모두를 자극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전시를 가게 되면 어떤 스타일의 전시일지 기대하며 그 전날 밤부터 설레게 된다.

 

이번 글을 작성하다 보니 아쉬움이 다시금 밀려온다. 지금까지 바쁜 일정에 놓치고 말았던 전시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다시, 전시에 가고 싶다.

 

 

[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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