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할말,잇슈(issue)다! 07 - 뉴 시니어 열풍, 도전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그리고 '언제나' 열려있어야 하기에

글 입력 2021.06.2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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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하고 정감 있는’, 그러나 때로는 ‘촌스럽고’ 때로는 ‘권위적이라고’ 여겨졌던 노년층들이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고 가장 발 빠르게 반응하는 2030 MZ 세대들 사이에서는 ‘할매니얼’(할머니와 밀레니얼의 합성어로 할머니 감성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를 지칭)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그 반응이 폭발적이다.


그 중심에는 지난 4월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오스카상)을 품에 안은 배우 윤여정 씨가 있다. 이번 윤 씨의 수상은 한국 영화의 위상을 널리 알렸다는 평가와 함께 ‘배우 윤여정’이기 이전에 ‘사람 윤여정’의 모습을 담아낸 소감으로도 많은 화제가 되었다. 때로는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때로는 위트가 가미된 겸손함으로 다가가려는 모습에서부터 연륜에서 빛나는 삶의 지혜, 그리고 기존의 통념을 뛰어넘는 패션까지 70대 중반의 ‘노배우’가 보여준 모든 것은 이른바 ‘윤여정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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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경제)

 

 

유튜브나 틱톡과 같은 SNS 매체에서도 ‘할매할배’ 시니어 스타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손녀 김유라 씨와 함께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박막례 씨는 젊은 세대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메이크업, 먹방, ASMR과 같이 새로운 문화에 도전하는 콘텐츠를 선보이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버 ‘밀라논나’로 활동하고 있는 장명숙 씨의 경우에는 수십 년간 패션업에 종사했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패션 선배’이자 ‘인생 선배’로서 젋은 세대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유명세를 얻고 있다. 틱톡에서는 6인조 시니어 모델로 구성된 ‘아저씨즈’의 패션 콘텐츠와 안무 콘텐츠가 유명 틱톡커들에 못지않게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며 ‘시니어 BTS’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노년의 삶을 그려내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도 등장하고 있다. ‘시니어벤저스’라고 불리는 현역 최고의 배우들이 한 데 모여 황혼기 노년들의 우여곡절을 그려낸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2016)와 한 노년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에 ‘타임루프’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더해 특별하게 담아낸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2019)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사로잡으며 많은 이들의 인생 드라마로 꼽히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방송 최초로 시니어 모델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으로 진행된 MBN <오래 살고 볼 일-어쩌다 모델>이 시니어 모델이라는 참신한 소재와 함께 지원자들의 감동적인 사연을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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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좌측부터 중앙일보, 경향신문)

 

 

이처럼, 오늘날 노년층들은 ‘달라지고 있다’. 어쩌면 ‘새로워지고 있다’라는 표현이 알맞을 정도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며 이들은 ‘뉴 시니어’(New Senior)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아재’ 혹은 ‘꼰대’라고 불리며 조롱 아닌 조롱을 당했던 ‘베이비 부머’(1955년생부터 1963년생을 지칭)라는 세대 집단이 있다.


베이비 부머 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으려는 ‘주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가족이나 사회에 의존하며 아무 의미 없는 생활을 보냈던 이전의 ‘실버 세대’와 달리 스스로를 시니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들은 자신의 건강과 외모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은 물론,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건강하고 활동적인 중장년층)나 ‘오팔(OPAL) 세대’(Old People with Active Lives, 삶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노년층)와 같이 다양한 이름으로 불릴 만큼 새로운 문화 주체이자 소비 주체로서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사회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베이비 부머들은 어떻게 ‘새로워질’ 수 있었을까? 우리는 그들만의 특별한 생애 주기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집단적 특수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뉴 시니어들은 교육과 고용의 기회를 보장받으며 나름대로 탄탄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한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전쟁 직후(1955년)부터 산아제한 정책 시행 이후(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은 중학교 무시험 전형제도 실시(1969년), 고등학교 교육평준화(1974년), 대학 졸업정원 정책(1981년) 등 교육 제도의 변화를 통해 교육기회가 점진적으로 확대되었던 시기에 학교를 다닐 수 있었고 이는 곧 취학률의 상승 그리고 전반적인 교육 성취도 신장으로 이어졌다.


이후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해 자리를 잡기 시작했던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베이비 부머들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경제 호황의 흐름 속에 사회에 연착륙했다. 사실 197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가져오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중화학공업화 추진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기업들의 과잉투자 및 과당경쟁이 발생하면서 위기를 맞았던 한국사회였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소위 ‘3저 호황’(저유가, 저금리, 저환율)의 흐름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고 이어 1986년과 1988년 두 차례에 걸쳐 국제 대회를 유치하며 경제 특수를 누리게 되었으며 1990년대 초반에는 건설 경기 호조까지 겹치면서 베이비 부머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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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좌측부터 서울신문, KBS 다큐스페셜 <저유가의 패러독스> 캡쳐)

 

 

물론, 베이비 부머 세대 앞에 ‘탄탄대로’만 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학창시절 부모세대의 학력이나 가족 내 형제자매의 지위에 따라 학력 격차를 경험하기도 했으며 사회 진출 이후에도 학력에 따라 고착화된 산업구조 속에서 소득 격차의 벽을 느끼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창 활발한 경제활동을 이어나가던 1990년대 후반에는 IMF 외환위기를, 근로 생애의 정점을 맞이하던 2000년대 후반에는 미국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하며 이들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최대 피해자로 쓸쓸하게 퇴장을 맞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전쟁을 경험하며 빈곤에 대한 걱정에 시달렸던 이전 세대에 비해 베이비 부머들은 훨씬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훨씬 여유로운 삶의 양식을 구축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은퇴 이후 시간적 여유까지 더해지면서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된 이들은 젊은 세대들 못지않게, 어쩌면 그보다도 적극적이고 활발한 소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집단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로, 베이비 부머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 새로운 문화, 다양한 문화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유한 ‘사회·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해온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했던 1980년대 중후반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각종 호황과 호조로 경제 특수를 누렸던 시기였을 뿐만 아니라 국제화와 세계화라는 이름의 개방 정책이 전면적으로 시행된 시기이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 당시 한국사회는 6월 민주항쟁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한 열망과 함께 민주주의 국가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편 두 번의 국제 대회 유치(1986 서울 아시안게임, 1988 서울 올림픽)를 통해 국제 협력 및 교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게 된다. 이는 곧 한국사회가 국제사회로부터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성장을 동시에 이룩한 ‘믿을 수 있는’ 국가라는 신뢰를 받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우리 사회는 빠른 속도로 서구화되기 시작했다. 해외여행이 전면 자유화되면서 대학생들은 공항에 몰려들기 시작했고 아파트와 자가용 등의 서구식 소비패턴과 여가와 노동을 분리해서 바라보려는 서구식 생활습관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를 잡았다. 할리우드에서 직접 배급하는 미국식 영화가 만들어지고 과거에는 들을 수 없었던 미국풍 음악이 흘러나오며 문화 산업이 크게 발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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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좌측부터 동대신문, 이머니뉴스)


 

이에 더해, 미디어 통신 기술 및 매체의 발전은 여전히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었던 한국사회의 숨통을 트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흑백 TV와 라디오밖에 없었던 1960~1970년대를 지나 1980년대 최초의 컬러 TV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990년대의 PC 통신, 2000년대의 핸드폰, 2010년대의 스마트 기기에 이르기까지 급속도로 발전한 미디어 환경은 한국사회에서 무엇이 우리의 문제인지, 무엇이 우리의 과제인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해주었다. 그 과정에서 당시 청년층이었던 베이비 부머들은 단지 변화에 적응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자체적인 리터러시를 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담론이나 사회 운동에 대한 논의를 주고받음으로써 한국사회가 이전보다 개방적이고 다층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베이비 부머들은 다른 연령 집단보다 규모의 측면에서 앞선다는 점에서 ‘인구통계학적’으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장래 인구 및 가구 추계>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5060 연령층은 약 167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연평균 성장률 또한 타 연령대 대비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저출생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이르면 2025년 한국사회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베이비 부머들을 비롯한 고령층의 사회적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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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그러나, 이와 같은 ‘장밋빛’ 전망과 달리 뉴 시니어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특히, 저출산-고령화의 악순환에 이어 2010년대 들어 뉴 시니어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이들이 베이비 부머들의 경제적 위기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베이비 부머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주거특성 변화 연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0년대를 기점으로 베이비 부머들의 소득 감소가 뚜렷해진 것은 물론, 소득 분위별 분포에 있어서도 고소득층 비중은 크게 감소한 반면 저소득층은 크게 증가하고 있었다. 또한, 은퇴자가 아니더라도 상용 근로자나 자영업자가 아닌 서비스·판매업, 기능직·단순노무직과 같이 임시·일용·무급종사자 비중이 늘어나는 등 이들의 고용의 질적 수준 역시 저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은퇴준비 계획에 있어 오히려 부채를 더욱 늘려가며 전체 자산의 무려 70% 이상을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에 의존하려는 경향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은퇴 이후에도 의료비, 자녀 부양비, 노후생활자금 등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베이비 부머들이 과거 경제성장과 함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며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었던 시기를 떠올리며 다른 방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부동산 투자에 높은 선호를 갖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처 : KBS 다큐)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은퇴 이후 연금자산과 비실물자산(금융자산)을 바탕으로 여유 자금을 확보하고 대출금을 상환해나감으로써 ‘안정성’을 취하려는 일반적인 방법과 달리 지나치게 위험한 방법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더군다나, 고령화로 인해 고정 소득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 자체의 변동성이 이전보다 훨씬 커진 상황에서 베이비 부머들의 ‘선택’은 결국 그들 스스로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이어서 채무 상환능력이 매우 취약한 차주)의 늪에 빠지게 만드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며 경고했다.


실질 자산에 이어 베이비 부머 세대들의 또 다른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금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은퇴 이후 소득 마련 방법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국민연금의 경우 2056년에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소득대체율 조정과 보험료율 인상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에 부딪히고 있으며 저소득자-고소득자 간 ‘형평성’의 문제 또한 안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의 경우에도 소득 인정액 산정 기준 및 방식을 둘러싼 의견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사상 초유의 인구 절벽과 함께 한국사회에 저성장을 넘어 역성장의 그림자가 점차 드리운 상황임에도 이와 같이 공적연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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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좌측부터 중앙일보, 일요주간)

 

 

한편, ‘정보격차’(Digital Divide) 문제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경제적 계층, 성별, 연령 등의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 문화적 요인들로 인해 지식이나 정보에 대한 접근에 있어 발생하는 불균형’을 이르는 ‘정보격차’는 오늘날 사회복지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사회 내 정보화 수준이 더욱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4대 ‘디지털 취약계층’(저소득층, 장애인, 농어민, 고령층)에 대한 세심한 논의와 함께 폭넓은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정부의 주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망을 구축한 데 이어 디지털 기기 보급 또한 빠르게 이뤄지는 등 정보 통신 기술과 관련된 인프라가 비교적 잘 마련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 2001년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국가적 차원에서 정보격차의 개념을 공식적으로 정립한 이후 「국가정보화 기본법」(2011), 「지능정보화 기본법」(2020)으로의 개정을 이어가며 법제적 차원에서 정보격차 해소 관련 정책 이행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스마트 기기 보급, 디지털 교육 시스템 강화 등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시행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당장 지난해 2월에 있었던 ‘마스크 대란’을 떠올려보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정보격차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당시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하자 정부는 정해진 요일에만 공적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 5부제’와 함께 민간 기업과 협동해 공적 마스크 판매처의 위치와 재고 수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마스크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출시된 이후에는 판매처의 사정이나 서버 오류로 인해 실시간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정보가 제때 반영이 되지 않는 문제와 함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 사용법 안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부 고령층들이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맨몸으로 거리를 떠도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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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디지털데일리)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스마트 기기 및 인터넷 접근 가능 정도를 의미하는 ‘접근수준’의 향상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보 데이터에 대한 기본적인 이용 능력을 의미하는 ‘역량수준’ 그리고 활용 정도 및 범위를 의미하는 ‘활용수준’의 측면 다시 말해, ‘실질적’인 디지털 정보화의 측면에서는 그 격차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디지털디바이드 관련 보고서 분석 결과 60대 이상 노년층의 미디어 활용 능력은 대부분 ‘문자메시지 열람 및 확인’과 같이 기본적인 업무를 간신히 수행할 정도로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으며 그마저도 월 소득 수준을 비롯해 직업 유무, 최종학력, 가족 구성 등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었다. 또한, 미디어 기기를 활용할 수 있더라도 ‘물리적’인 불편함(작은 글씨 크기, 복잡한 버튼 구성)이나 ‘심리적’인 불편함(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쇼핑이나 금융 서비스 등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인터뷰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정보격차의 문제는 비단 온라인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큰 심각성을 갖는다. 최근 들어 프랜차이즈 가게나 영세사업장뿐만 아니라 공공시설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키오스크(kiosk, 터치스크린 방식 무인 주문 및 판매기)의 경우 접근수준(물리 키보드 설치 및 점자 표기 부재, 이어폰 접속 안내 부재)에서부터 역량 및 활용수준(현금 결제 미지원, 지나치게 작은 글씨 크기 및 한영 혼용 표기, 지나치게 빠른 처리 속도, 결제 취소 및 주문 수정의 어려움)에 이르기까지 취약계층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웨어러블 형태의 재활 로봇이나 서점이나 공항 등에서 사용되는 서비스 로봇 등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각종 로봇들의 경우에도 취약계층의 눈높이에 맞는 도움을 제공할 수 있을지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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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BS노컷뉴스)

 

 

일각에서는 한국형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국내 시니어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고령친화산업’이라고도 불리는 시니어 산업은 지난 2006년 「고령친화산업진흥법」 제정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노후생활에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정의되었으나 최근에는 베이비 부머와 같이 적극적인 소비를 보여주는 집단이 편입됨에 따라 50대 이상을 주요 소비층으로 하는 방향으로 확대되었다. 특히, 고령화는 신체적 기능 쇠퇴와 심리적 위축은 물론, 사회 내 주변화(배제화)를 유발함으로써 삶의 질 저하나 경제적 빈곤 등 다층적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령층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통합성’ 그리고 그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체계성’ 및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15년 기준 한국사회 내 시니어 산업 업종 분포는 여가(34.9%), 식품(23.8%), 요양(11.9%) 및 의약품(13.8%) 순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었는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고령친화산업 실태조사 및 산업분석 참고) 이는 특정 분야(건강 및 의료) 그리고 특정 형태(상품 개발)에 치우친 분포라는 점에서 앞서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의 필수 조건으로 언급했던 ‘통합성’에도, ‘체계성’ 및 ‘전문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시니어 산업에 대한 관심을 촉진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려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부재한다는 점 역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우리에게는 진정한 ‘시니어 포용’ 사회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공동의 사회적 인식을 갖춰가려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걱정의 대상’, ‘우려의 대상’으로, 결국 누군가로부터 언제 어디서나 ‘도움과 돌봄을 받아야 하는’ 대상에 머물고 있는 시니어 계층의 현실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와 동시에, 재고용 및 재교육 정책의 법제적 노력과 함께 사회적,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은 물론, 시니어 대상 통계 생산 체제를 구축하려는 방법론적 노력 또한 필요할 것이다.


“(중략) 내가 진짜 무서운 건 하고 싶은데 못 하는 상황이 오거나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상황인 거지.

그래서 난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해.

할 수 있을 때 망설이지 않으려고.

끝까지 한번 해보려고.”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 中 ‘덕출’의 대사


얼마 전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는 어린 나이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나 잦은 부상과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발레리노 유망주 ‘채록’과 은퇴 이후 일흔을 넘긴 나이에 발레리노라는 어릴 적 꿈에 다가가려고 하는 ‘덕출’의 이야기를 통해 청춘의 성장기 그리고 노년의 도전기를 아름답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과 함께 가장으로서의 삶, 아버지로서의 삶, 남편으로의 삶 그리고 황혼기에 접어든 노년으로의 삶에 매번 부딪히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삶을 향해 도전하려는 덕출의 모습은 무한한 감동을 선사하며 많은 이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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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 스틸컷)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이 함께 날아오른 마지막 장면은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누군가는 너무 늦었다고, 또 다른 누군가는 너무 느렸다고 이야기할 때에도 가능성은 결코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잊어버리고 있던 것’이라는 사실을. 인생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만이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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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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