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혼자 산다는 것, 안'슬기로운' 자취 생활 [문화 전반]

자기를 들여다보는 습관만이 1인 가구를 구한다
글 입력 2021.06.2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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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 지 어언 5년이 넘었다. 함께 살 때도 크게 잔소리를 하는 타입은 아니셨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 대학교와 직장 탓에 자연스럽게 자취를 하게 되었다. 문제는 그런 내가, 요즘 따라 부모님의 잔소리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택근무도 길어지고,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 자체가 길어지다 보니 옷을 입을 때가 되어서야 자연스럽게 붙은 뱃살과 달라진 몸의 모양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새삼 나도 모르게 나를 내버려 뒀구나 싶은 생각에 본격적으로 자취를 시작한 이후로부터의 지난날을 돌이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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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다 = 자유롭다 = 통제하기 어렵다?


 

혼자 사는 삶은 자유를 준다. 원하는 시간에 자고, 원하는 시간에 먹을 수 있고, 주어진 범위 내에서 원하는 대로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대학생 때부터 과제가 많고, 예술 업의 특성상 하나의 과제가 덧셈 뺄셈처럼 딱딱 떨어지지 않았던 탓에 밤샘도 불사하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야식으로 풀곤 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학교에 다니고, 또 다른 일을 하며, 여러 곳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할 방법을 몰랐고, 또, 시간이 부족하다 느꼈던 탓에 먹는 거로 즉각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나쁜 습관을 계속 쌓아온 것이다.

 

게다가 더욱 바빠진 삶 속에서, 일 중독자처럼 일에서 오는 성취감을 행복으로 삼았던 나였기에 작은 성취들에 만족 않고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접하고 싶었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일이 없어도, 새로운 것들을 배운다는 목적하에 인터넷 서핑을 하고, 유튜브를 봤고 점점 더 빠르게, 더 많이 빨아들이는 성능 좋은 진공청소기가 된 것처럼 먹고 마시고 보며 흡입했고, 그런 나를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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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뱃살과 도파민 중독을 얻었다. 스마트폰과 SNS, 유튜브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엔 일말의 아까움도 못 느끼면서, 운동하러 나가는 시간이 왜 그렇게도 아까웠던 건지. 일에서 능력과 성취를 차곡차곡 쌓아감과 동시에 혼자인 상태일 때 더욱 파고드는 외로움과 공허함을 내 건강을 해치는 방법으로 쌓아온 것을 인정한다.

 

혼자라는 것은 이토록 자유롭고, 의식하지 않으면 통제가 어렵다. 어느 것도 강제되는 것이 없는 환경에선, 타인의 시선, 감시자, 관찰자도 없어서, 내가 나의 '생활'을 돌이켜보지 않는 이상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 버린다.

 

나 이외에 나와 내 주변 반경을 관찰해주고, 관심 가져주는 이가 없다는 것은 의지력이 강하고, 자아 성찰과 실천력이 투철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망가지기 쉽다는 것과 같았다.

 

책 <태도의 말들 :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엄지혜 지음_ 에서, 작가가 정신과 전문의 김병수와 나눈 인터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성격은 생존 본능과 연결되어 있다"

 

"사람의 성격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방향으로 형성된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생존에 가장 적합하게 구성되었습니다."

 

 

그런 성격이 차곡차곡 만들어온 나의 나쁜 습관들은 혼자서 '생존하기 위함이었다'라는 말로 변명하게 된다. 하지만, 삶이 계속되는 한 생존의 문제는 앞으로도 쭉 나와 함께 지속할 것이고, 결혼이 쉽지 않은 요즘, 내가 결혼하기 직전까진 쭉 혼자 살아야 할 텐데 내가 가진 나쁜 습관은 장기적으로 나쁜 결과를 낳을 거란 당연한 결론이 나왔다. 쉽지 않지만 생존으로 비롯된 이 나쁜 습관들을 조금씩 바꿔나갈 필요를 느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변화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이런 도파민 중독과 나쁜 습관들이 개인의 건강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고, 궁극적으로는 업무와 퍼포먼스 그리고 삶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것을 찾게 되고, 즉각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할 때 유튜브를 보는 습관들은 집중력 감소를 부추겼다.

 

 

 

혼자 잘 살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것들 - 좋은 습관 만들기, 하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여러 책과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 개인의 의지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되며, 환경을 잘 세팅하는 것의 중요성을 최대한 빨리 깨달을수록,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즉, 매번 극적인 의지를 써서 무언가를 달성해야만 하는 게 아니라, 생각과 의지를 쓰지 않고도 극복해내고, 또 할 수 있는 환경과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책 '해빗'에서도 말하듯, 정말 간단하게는 운동을 꾸준히 하기 위해 집 멀리에 있는 헬스장이 아니라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헬스장 등록을 한다거나, 일과 업무의 공간을 분리해 신경이 분산되는 것들을 줄인다거나 하는 등의 간단한 설정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 세팅 역시 결국엔 일상에서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보는 행위가 우선 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또 내 생활을 그리고 있는지에 따라 그에 맞는 습관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의 사회는 대부분 가정이 원자화되어 혼자 사는 이들이 더욱더 많아지며 나쁜 습관에 얼마나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지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여러 지표가 말해주듯 사람들의 이런 중독문제가 사회의 원자화로 인해 더욱 심해졌음은 명확한 사실이다. 억만장자이자 천재 사업가인 나발 라비칸트 (Naval Ravikant)는 소셜미디어, 정제 설탕, 음란물 등의 중독을 끊는 것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어릴 적에 듣던 말인데, 파스칼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모든 인간의 문제는 혼자 방에 30분 동안 앉아 있지 못해서 생긴다. 이 말은 정말 맞는 말입니다. 저는 항상 자극을 필요로 했는데 아이폰이 세상에 나왔을 때 지루함은 사라졌습니다. 절대 다시는 지루할 일이 없어졌죠. 저는 제 뇌가 항상 움직이고 엔진처럼 쉬지 않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스마트폰 때문에) 뇌를 쓰지 않는 것은 질병입니다. 결국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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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 라비칸트

 

 

어쩌면 혼자 있는 것은 자유롭지만 때때로 외롭고, 때때로 초라하기도 하고, 때때로 놀라우리만큼 지루하기도 한데, 이런 일상 속 가끔의 틈을 채우기에 가장 쉽고 빠르며 매력적인 것들이 특히 도파민 중독으로 이끄는 나쁜 습관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외면하고,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지도 말이다.

 

 

 

혼자 살기 위해, 내 생활을 주기적으로 '진단'한다


 

그리고 혼자 산다는 것은 결국 제삼자의 눈으로 나의 삶을 '진단'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과 같다. 병원에 가면 의사가 병을 진단해주지만 혼자 살다 보면, 병원에 가야 할 적정한 순간조차 놓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개인화 된 삶일수록 각 개인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이기적이지 않으며 혼자 있는 법을 익히지 못한 것에 있음을 인정하며, 자유와 방종은 종이 한 장 차이인가 싶다가도, 우선 나를 어떻게 다시 설정할 것인지 고민했다.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롭기는 싫은 내가 무엇을 하며 혼자의 시간을 보내야 건강하고도 멋진 삶을 보낼 수 있을지 말이다. 그리고 그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 어떤 습관을 다시 리셋해야할지까지도.

 

이렇게 며칠에 걸쳐 내 지난 생활을 돌이켜보며 끝마친 회고를 통해 내 삶의 방식에서 어떤 습관들이 생겼고, 그중에 무엇은 버리고 어떻게 바꿔나갈지 등을 고민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새로 설정했고, 작은 습관들을 바꾸어 나가려 노력 중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해왔나 반성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무의식중에 그동안 나는 '나'를 인생에서 평생 함께하는 동반자가 아니라 내 성공의 발판이 되는 수단으로 삼아왔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깊은 미안함과 반성이 들었다. 나를 소중히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어 노력했으나, 그 과정에서 썩 바람직하지 못한 것들을 소비하고 빠르게 해소하며 스트레스를 없애왔고, 그렇게 '성취'와 '일'을 위한 수단이 되었던 나에게 미안했다. 앞으로는 나쁜 방식으로 나아가기보다는, 건강한 방식으로 진전해가야 함을 느꼈다.

 

 

 

나 자신을 내 생활의 감시자이자 관찰자로 만들기, 그리고 반복하기


 

결국, 나 자신이 나의 감시자이자, 관찰자가 되어 수시로 나의 '생활'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고, 그런 결심이 섰을 무렵, 우연히 유튜브 '닥터 프렌즈'의 정신과 의사가 추천한 책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를 접했다. 평소에 좋아하는 유튜버였기에 추천한 책을 의심 없이 선택했다. 또 이 책은 BTS의 RM이 추천한 책이기도 한데,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매직샵' 개념이 담긴 실화 기반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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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이 책은 마음과 이성을 동시에 사용할 때, 비로소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는데, 내면의 집중 이를테면 명상 등을 통해, 혼자서도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그런 습관만이 삶 자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돌이켜봄을 통해 작가가 어떻게 원하는 것들을 마음과 이성을 활용해 성취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실화라 더욱더 깊은 이해로 다가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향성이 잘못되었거나, 올바른 방향성이 아닌 성취는 결국 작가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리셋'을 불러왔는지 잘 느꼈기에, 주기적으로 꾸준히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고, 올바른 방향성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함을 느꼈다.

 

책을 다 읽었을 무렵 '요가'학원을 등록했고, 명상과 요가로 꼭 하루에 한 번 내 생활을 돌아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시작 단계에서 집중을 이어가려고 노력 중이지만, 적어도 내가 나의 삶을 '의식'하고 있으며, 내가 내 생활을 '관찰'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나쁜 습관을 버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바라봄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환경에 취약해지는 존재인지도 파악해가는 중이다. 그리고 스마트폰에서 유튜브 앱을 지우며 도파민 디톡스를 실천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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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살고 싶다


 

뱃살에서 시작된 습관의 성찰이 이성과 마음을 돌이켜보는 배움을 연이어서 하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자가 진단과 돌이켜봄을 통해 나쁜 습관을 리셋하며 온전히 '혼자서' 살아낼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 학교와 회사, 어떤 단체나 조직 속 규율이 없이도 나 혼자서 원하는 삶을 그릴 수 있는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다.

 

 

-참고 : 이상한 리뷰의 앨리스 '내 안의 슈퍼파워를 꺼내는 방법'

 

 

[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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