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그들 모두의 진화 -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영화]

글 입력 2021.06.0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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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받은 아이들에게도 시간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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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을까. 조금이라도 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언젠가의 내’가 이제 제발 그만 좀 자라길 바라는 ‘오늘날의 나’에 이르게 된 것은.

 

어렸을 땐 ‘어른’이란 말이 마냥 근사하기만 했는데, 이젠 그 말 안에 겹겹이 쌓인 현실의 굴곡과 막막함을 실감한다. 솔직히 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어른이 아닐 수 있는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유예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게 된 순간 알았다. 나는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그래도 <디지몬 어드벤처> 속 선택받은 아이들만은 영원히 20년 전 모험담 속에 주인공으로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그들의 시간 또한 나와 다를 바 없이 꾸준히 흘러갔던 모양이다. 세상에. 태일이와 매튜가 졸업 논문 주제를 고민하고, 취업난 앞에 심란해하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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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서 어른으로 그리고...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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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들에게 시련이 찾아온다. 그것은 평생 함께일 줄 알았던 파트너 디지몬과의 이별이다. 이 야속한 이별의 원인은 ‘가능성의 소실’이다.

 

선택받은 아이들은 모두 ‘선택’받기 이전에 ‘아이’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이므로 선택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디지몬은 가능성을 가진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인연인데, 아이들만큼 그 가능성이라는 것을 풍부하게 가진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은 언젠가 어른이 된다.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황금기를 지나,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삶의 권태기로 접어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 권태기 속에 디지몬은 함께 할 수 없었다.

 

여기서 운명은 아이들에게 마지막 선택지를 준다. 디지몬과의 이별은 파트너를 진화시킬 때마다 앞당겨진다. 이를 반대로 말하자면, 진화만 시키지 않으면 조금이나마 이별을 유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진화시킬 것인가, 진화시키지 않을 것인가. 물론 이별이라는 결과는 고정된 것이지만, 차악은 최악과 비교하면 최선이 되는 법이다.

 

하지만 선택지는 또 다른 시련을 불러왔다. 파트너를 진화시키지 않고선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시련을. 그 앞에서 태일이와 매튜는 망설이지만, 결국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이별을 선택하게 된다.

 

 

 

그들 모두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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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성장은 통증이 뒤따라오지만, 마음의 성장은 통증이 앞서 오는 법이다. 이별을 각오하면서부터 시작된 통증은 이별을 앞둔 순간, 태일이와 매튜를 몰라볼 정도로 크게 자라게 했다. 그들이 선택한 마지막 진화는 비단 파트너 디지몬들만을 위한 건 아니었던 것이다. 어떤 이별은 그렇게, 만남 못지않은 성장을 가능케 하기도 한다.

 

태일이와 매튜는 그렇게 자라났고, 아구몬과 가부몬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예전에는 그것이 그저 진화한 상태를 유지할 힘이 다했기 때문으로만 여겼는데(실제로 그게 맞기도 하겠지만), 이렇게 다시 보니 그 의미가 다르게 보였다. 시련을 해결한 뒤, 웃자란 태일이와 매튜를 올려다보며 “내일은 뭐할거야?”라고 물어보는 아구몬와 가부몬이 그들과 함께했던 우리 모두의 추억을 대신하여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두려워 말고 앞으로만 나아가. 우리는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너의 뒤에 있을 테니까.”

 

오직 디지몬으로만 이룰 수 있는 이 성장담 앞에서 나는 정말 오랜만에 뒤를 돌아보았다.

 

 

[임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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