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를 전부 알고자 했던, 나의 오만함을 반성하며 - 노력의 기쁨과 슬픔

너무 열심인 '나'를 위한 애쓰기의 기술
글 입력 2021.05.2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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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럴까?"

 

나 자신에게도 끊임없이 묻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끊임없이 물었던 질문이다. 지난겨울, 분명히 '다음 학기에는 꼭 휴학해야지'라고 마음먹었는데 어쩌다 벌써 (또다시) 재학생으로서의 한 학기가 마무리되어가는 5월의 끝자락인지.

 

이런 나에게 '너무 열심인 나를 위한 애쓰기의 기술'이라는 부제목을 단 이 책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책이었다. 책을 신청할까 말까, 고민하다가도 계속 눈에 밟히는 책이었달까?

 

 

때로 노력은 무용할 뿐 아니라

비생산적이기까지 하다.

 

 

위는 저자가 독자에게 건네는 첫 마디이다. 내 머릿속에서는 '뭐? 내 노력이 무용하다고? 이렇게 힘들게 사는데?'라며 잔뜩 흥분한 나와, '그래서 이 책이 무슨 교훈을 말해 줄지, 들어나 보자.'라며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는 내가 한데 모여 왁자지껄 떠들었다.

 

독립출판물에도 관심이 많은지라 에세이를 참 많이 읽었다. 점점 많은 책과 작가님들을 만나면서, 나와 맞는 책을 찾는 스킬은 늘었고,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와는 거리를 두려 애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내가 원하지 않는 메시지만 잔뜩 적힌 책에 실망도 많이 했다.

 

'계속 노력하세요!'라고 말하는 자기계발서에는 '저는 힘든데요?'라고 반문하고 싶고, '조금 쉬세요.'라고 말하는 자기계발서에는 '쉴 시간은 없어요'라고 트집 잡고 싶은 것이 나의 이상한 심보다. 하지만 이 책은 '노력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데카르트, 사강 등 프랑스 학자와 작가들의 이야기를 근거로 들어 천천히 나를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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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

 

 

철학적이고 진중한 책을 읽으며 나는 뜬금없이 '무한도전'에서 시작되어 최근까지 밈으로 쓰이고 있는 '하하버스'가 생각났다. '주변에서 인기가 많고 늘 화제가 되는 인물이지만 정작 나는 몰라'라는 설정이 핵심인 하하의 세계관, 하하버스.

 

이 책에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바도 이와 비슷하다. '주변에서 봤을 때 즐기고 잘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나는 정작 거기에 연연하지 않아'. 실제로 책에서 '발몽 신드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발몽'은 그 어떤 여자도 진심으로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치명적인 바람둥이로 살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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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생각이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길을 알려줄 수 있게끔

그 다양한 면모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생각을 멈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자는 계속해서 생각을 멈추기를 요구한다. 나는 생각을 멈추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으로서, '숙고는 언제나 문제를 두 배로 불린다'라는 작가의 의견을 쉬이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늘 머리로는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던 것 같다.

 

우울하고 남들과 대화도 하기 싫어지는 날, 지친다는 이유로 혼자 생각에 잠기다 보면 어디가 끝인지 모를 정도로 깊은 바다에 빠지게 된다. 이후 기분이 조금 나아졌을 때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결 편안한 상태인 나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몇 번이고 겪었음에도 늘 반복되는 건 '나'라는 사람을 고작 20년 조금 넘게 봐 오고서는 나에 대해 다 알고자 하는 오만한 생각이자 어리석은 발버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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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숨을 잘 참으려면 숨을 참겠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생각하지 않은 채 행동해야 한다.

나 자신이 행위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마치 동물들처럼 말이다.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은 늘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무언가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기보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때 느껴지는 찝찝함이 싫었다. 쭉 이렇게 살아오다 보니 강박은 고쳐지지 않았고, 친구들이 교실을 다 떠난 뒤에도 알림장을 확인하던 초등학생은 핸드폰 캘린더와 메모, 거기에 직접 적는 일정 정리용 노트가 없으면 조금도 버티지 못하는 대학생으로 성장했다.

 

3년째 대학교에 다니고 있음에도 늘 불확실한 나 자신이 싫었고, 늘 답을 찾으려 애썼다. 이 정도면 경험도 많이 해 봤잖아, 어느 정도 길이 잡혀야 하는 거 아니야? 라며 스스로 다그쳤고, 가끔 단단한 목소리로 자기 꿈을 이야기하는 친구들을 시샘했다.

 

그래도 나도 성장이란 걸 했는지, 이전보다는 훨씬 느슨한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성장보다는 적응일지도 모르겠다. 혼자 계속 고민하고 생각해 봤자 진전이 없다는 걸 깨닫고, '어차피 지난 일이네'라며 스스로를 세뇌하는 것이다.

 

가끔은 누군가를 무작정 원망했다. 어떤 스타 강사는 TV 토크쇼에 나와서 40대가 되어도, 50대가 되어도 자기 꿈을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하는데 왜 저에게 벌써 선택을 요구하시나요. 제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왜 저에게 벌써 평생 하고 살 일을 정하라 하시나요.

 

*

 

하지만 답은 생각하려 하지 않을 때 생각나는 것이었다. 나는 흐르는 시간을 내버려 둘 필요가 있었다. 의심과 상념 없이 그렇게 과거를 보내고, 오늘을 살고, 미래가 다가오도록 두면 된다.

 

 

원하면 이룰 수 있다가 아니라

이룰 수 있다면 제대로 원한 것이다.

 

 

원하지 않고, 이루자. 걱정하지 말고, 시작하자. 나를 다 알려고 하지는 말되, 행동하는 자신을 믿자. 줄 위의 줄타기 곡예사는 생각을 시작하는 순간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된다.

 

늘 불안함에 떨던 나의 자리에서 벗어나, 아무런 노력 없이 단순하게 한 발짝만 걸어 나가보자. 그 순간, 나는 날 옭아매던 모든 것들에서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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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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