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역사 서술의 주관성과 객관성, 역사란 무엇인가 [도서]

<역사란 무엇인가> E.H. 카
글 입력 2021.05.1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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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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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을 준비하면서 접한 <역사란 무엇인가>는 어렵지만 필수적인 서적이었다. 전공이 역사·인문 계열이기에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고전이며, 지금도 조금씩 읽으며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역사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만이 아니라 문명과 사회 속 관계를 포괄하는 특성이 있어 현대 사회에서도 중요한 역사 철학 서적이다. 실제 대학 면접을 보면서 받은 질문은 다음과 같다.
 

 

역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역사란 무엇인가>에 관하여, 저자의 관점이 아닌 나의 역사관을 답해야 하는 질문이었다. 당시 나는 역사란 사실로서의 역사와 기록으로의 역사로 구분되며 과거부터 현재를 아우르는 학문이라 답했다. 덧붙여 미래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을 이해하지 않고선 발전이 불가하기에 인문학 중에서도 역사학이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 보아도 많이 부족한 답변이기에 <역사란 무엇인가>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내용을 정리하기 전에 영화 <변호인>에 등장한 <역사란 무엇인가> 관련 장면에 대한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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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에서 ‘부산 학림사건’을 다루는 장면은 어처구니없는 군부 독재 시절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서적은 바로 <역사란 무엇인가>였다.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E.H. 카가 공산주의자이기에, 학생들에게 공산주의 역사관과 사고방식을 포식하게 한다는 것이다. 사실 E.H. 카는 영국의 외교관으로서 소련으로 파견을 나갔던 것인데, 소련에서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공산주의자라고 단정 지은 것이다. 영화 <변호인>에서도 이를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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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H. 카(Edward Hallet Carr, 1892-1982)는 영국 출신으로, 세계적인 역사학자이자 정치학자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하였고 영국 외무부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6·25전쟁 당시 영국의 외교관으로서 소련으로 파견을 나가있었는데, 긴 기간 동안  <소련사>도 저술하였다.

『역사란 무엇인가』는 그가 1961년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한 G.M. 트리벨리언에 관한 강의를 엮어서 만들어졌다. 책은 총 6장으로 나뉜다.
 

  

[제1장 역사가와 사실]

 

그는 ‘역사가가 해야 될 일은 다만 참 사실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험주의 지식론을 비판한다. 결국 ‘사실’,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은 역사가가 그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야 의미를 얻는 것이다. 이것을 강조하면서 카는 객관적 역사를 배제하는 태도나 역사상의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다.

 

역사가는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어난 사실 그 자체만으로 파악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스스로가 비판하고 평가해서 선택하고 재배열해야 한다. 결국 역사가는 사실에 대한 비천한 자도 아니고 지배자도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가와 사실과의 관계는 평등한, 주고받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제2장 사회와 개인]
 
역사가의 연구 대상이 개인의 행동일까, 사회적인 제반 힘의 작용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러한 구분 자체가 혼란을 야기한다고 한다. 그는 역사를 연구하기에 앞서 역사가의 역사적·사회적 환경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과거는 현재의 빛에 비추어질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고, 현재는 과거의 빛에 비추어야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즉, 역사를 연구하기에 앞서 역사가의 역사적·사회적 환경을 연구하라는 것이다. 역사가는 개인이면서 사회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과거의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리고 현재의 사회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을 증대시키는 것, 이것이 역사의 이중적인 기능이라 했다. 내가 보기엔 지배력이라는 용어가 과연 적합한 것인지, 과거와 현재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언급하면서 지배력이라고 해석되는 것은 번역자의 견해일지 궁금했다.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제3장 역사와 과학과 도덕]
 
과학이란 용어에는 수많은 다양한 방법과 기술을 이용하는 지식 분야들이 포괄되어 있으므로 역사를 과학에 포함시키려고 하는 사람들보다는 역사를 배제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미심장한 부분은 배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자기들만의 특별한 동아리에서 역사가들을 배제시키고 싶어 하는 과학자들이 아니라, 인문학의 한 분야로서의 역사의 지위를 옹호하고 싶어 하는 역사가들이나 철학자들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각해 본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역사학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둘째, 감히 말하건대 역사학을 더욱 과학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요구 사항을 더 엄격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또 하나의 방법은 과학자들과 역사가들의 목표가 동일하다는 점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촉구하는 것이다. 과학자, 사회과학자, 역사가는 분야가 서로 다르지만 모두가 동일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과 환경에 관한, 다시 말해 환경에 대한 인간의 그리고 인간에 대한 환경의 영향에 관한 연구이다.
 
 
[제4장 역사에서의 인과관계]
 
저자는 어떤 결과가 나타난 것에는 절대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결국 역사를 적는 것은 역사가이기에 원인이 역사적 과정에 대한 역사가의 해석을 결정하는 동시에 역사가의 해석이 원인의 선택과 정리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역사에서 필연적인 것이란 없다. 마르크스는 역사에서의 우연을 3가지 측면에서 보았다. 첫째, 우연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둘째, 하나의 우연은 다른 우연에 의해서 상쇄되며, 결국에는 우연이 저절로 소멸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연은 특히 개인의 성격으로 설명된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보기에 솔직히 우연이 상쇄되고 스스로 소멸한다는 이론이 불만족스럽고 설득력도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역사란 역사적 중요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의 과정인 것이다. 우연적인 원인은 일반화될 수 없다. 그러나 또 하나의 논점을 지적해야만 한다. 우리가 역사에서의 인과관계를 다루는 데에 열쇠를 제공해 주는 것은 바로 이렇듯 어떤 목적이 고려되고 있는가 하는 관념이다. 그리고 이 관념은 필연적으로 가치판단을 포함한다.
 
지금껏 우리는 과거와 현재라는 진부한 관용구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가르는 상상적인 분할선으로서 일종의 관점적인 실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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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를 통해 역사를 쓰는 주체, 역사의 사실이라는 관념을 판단하는 기준이나 그 판단 방식의 주관성에 대한 회귀, 역사의 주체는 누가 될 것인지 생각지도 않던 부분들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특히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분리하여 생각했었지만, 이를 구분 짓는 개념은 단지 지금이라는 찰나의 순간의 전후 관계일 뿐이고 여전히 우리는 동일한 시간대에 속해 있다는 카의 언급에 놀라기도 했다.
 
카의 진보가 옳다는 표현을 하고 싶지도 않거니와 그 반대편이라 누군가 칭하는 보수가 틀렸다는 말을 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이 책에서 언급된 카의 논리 흐름의 구조나 그 논리 전개 방식을 공부해가며 다양한 감성과 이성의 것들을 동의하고 비판하고 싶다.
 
카는 각각의 장의 끝에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그 주장들은 하나의 문장으로 귀결된다.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가 나누고 있는 대화이다”

 

 
[황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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