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모임] 샐리 루니의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함께 읽기

글 입력 2024.04.0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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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소설속에 담겨 있는 다양한 가치를 파악할 수 있는 쉬운 방법 중 하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읽는 것이다. 한 권의 소설을 읽을 때, 모든 사람이 읽는 텍스트는 동일하지만 각 독자는 서로 다른 부분에 대해서 더-읽거나(over-read) 덜-읽는(under-read) 경향이 있다.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현재 자신을 형성하고 있는 가치관에 따라 자신에 눈에 더 잘 띄거나 덜 띄는 부분들이 있고, 결국 모든 사람은 작품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에 다다르게 된다.


이것은 사람이 세계를 인식하는 양상과도 유사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의 감각과 사고로 인식하기에는 너무나도 넓은 공간이고, 결국 각 사람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니까 “인간 사회는 ~~한 공간이다”라고 단언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이 유일한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해서 살아가게 된다. 따라서 내가 세계를 보는 방식은 나와 타인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기준이 되고, 그러한 의미에서 자신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곧 자기 자신이다.


이번 아트인사이트 오프라인 도서 모임은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타인의 세계관을 엿보고 스스로의 가치관을 다시금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3월 16일 오후 신사역 부근의 한 카페, 샐리 루니의 신간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를 읽은 우리는 함께 모여 서로의 해석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일견 로맨스 소설처럼 보이는 이 작품속에는 계층성과 시대성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현시대 젊은 세대의 모습들을 예리하게 포착되고 있다. 이번 모임을 통해서 우리 아트인사이트 구성원 네 명의 각기 다른 관점으로 이 문제적인 소설을 더 종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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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는 샐리 루니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영문과 대학 동기였던 앨리스와 아일린은 졸업 이후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앨리스는 소설이 크게 성공하며 성공한 작가로 활약하게 되는 반면에 아일린은 더블린의 작은 출판사에서 적은 봉급을 받으며 일하게 된다. 아일린은 어릴 적 같은 동네에서 자란 사이먼과 관계가 발전하게 되고, 앨리스는 데이팅앱에서 만난 펠릭스와 관계를 이어나가게 된다. 이 두 쌍의 남녀가 이루는 관계,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샐리 루니의 소설이 전개된다.


이번 모임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를 읽은 소감을 나누고 다양한 쟁점(?)들에 대해서 토론을 하게 되었다. 이전에 발표했던 장편소설 「노멀피플」은 샐리 루니를 맨부커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시키고 드라마로 제작인 되는 등,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나의 경우에는 「노멀피플」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소설도 읽을 수 있었고, 기존 소설에서는 한 쌍의 남녀만이 등장하는 것과 두 쌍의 남녀와 두 여성 사이의 관계에서 전개되는 이번 소설이 다채롭게 느껴졌다. 그러나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서 새롭게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계층성을 초월하는 인물들의 공통된 세계 인식이다. 소설 내내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다른 두 여성 주인공의 일상이 대비가 되며, 자본주의가 두 인물의 태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묘사된다. 나에게 있어서 이 부분은 샐리 루니 소설의 전반적인 특징의 일부 같이 여겨져, 별 의심없이 자연스럽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그런데 함께 이야기를 해보니, 이러한 계층 차이와 무관하게 모든 주인공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성 역시 있었다. 미디어에 대한 감수성, 불확실한 세계에 대한 불안 등, 소위 MZ스러운 세계 인식은 계층이나 지위와 무관하게 모든 인물에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특징이 샐리 루니 소설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있어서 또 재미있게 느껴진 부분은, 우리 모임에서 나를 제외한 모두가 소설의 플롯과 인물들에 대한 모종의 답답함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소설의 주인공이 생각에 잠기고 고민하고 주저하는 과정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졌는데, 이러한 부분들이 한편으로는 너무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해서 소설이 전개되는 속도를 제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받다 보니, 평소에 우유부단했던 내 자신의 모습과 그로 인해 답답해하던 내 주변 사람들의 반응들도 함께 떠올랐다. 소설을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에서도 나의 성격, 그리고 평소 주변인들의 성격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즐거웠다.


이 외에도 우리는 소설의 여성 주인공들의 서술시점, 감각적이거나 육체적인 장면 묘사들의 주제의식, 그리고 로맨스 소설이라는 장르 구분의 문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나에게 있어서 이날 독서토론을 한 경험은 대학생 때 문학 수업을 수강했을 때, 혹은 동아리 활동을 했을 때 이후로 오랜만의 경험이었다. 소설책 한 권으로 주제를 한정시켜서 이야기를 시작하더라도 결국은 삶에 대한 문제들, 그리고 나와 타인에 대한 구체적인 주제들로 대화가 확장되가는 경험은 언제 다시 해도 즐겁게 느껴진다. 평소에 꺼내기 힘든 주제들, 그렇지만 삶에 있어서 언제나 중요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 뜻깊에 느껴지는 자리였다. 앞으로의 모임들에서도 좋은 이야기들 더 많이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승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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