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할말,잇슈(issue)다! 05 - 플랫폼 노동, 결국 '현실'의 암초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혁신'의 물결인가

글 입력 2021.05.1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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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야흐로 ‘플랫폼’의 시대에 살고 있다. 프랑스어 ‘flateforme’에서 유래되어 ‘주변보다 높은 평평한 장소’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는 ‘플랫폼’(platform)은 본디 정보 통신 분야에서 다목적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간 ‘매개물’을 의미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화’의 흐름이 전 세계로 확장되기 시작하면서 플랫폼은 ‘자체적으로’ 혹은 ‘파생적으로’ 특정한 재화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의 ‘틀’로 거듭났다. 나아가,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스마트폰의 보급을 통해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에 이어 ‘모바일 리터러시’(mobile literacy)의 확산이 이어짐에 따라 플랫폼은 더더욱 우리의 삶과 한층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오늘날 플랫폼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FAANG’(미국 IT 산업을 선도하는 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의 앞 글자를 딴 개념)과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 등 중국계 신흥 기업들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들은 2010년대 들어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권에 진입한 것은 물론, 폭넓은 네트워크 서비스와 발전된 데이터 처리 기술을 바탕 삼아 전 세계 시장에서 그 지배력을 크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기존 노동 방식과 달리 ‘저고용’ 방식을 채택한 이들은 직접 개발, 제작한 각종 상품 및 서비스를 판매하기도 하지만 광고 등을 통해 다른 산업군 혹은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많은 이윤을 창출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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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서도 2010년대를 기점으로 운송 및 배달 서비스, 숙박, 가사 및 개인 서비스, 디자인 및 마케팅, 법률 및 회계 등 다양한 플랫폼 기업들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부동산, 음식 배달, 미용, 운송, 숙박, 가사, 자동차 대여 및 수리 등과 같이 특정 오프라인 장소와 온라인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0년 O2O 서비스 산업조사」에 따르면 2011년 본격적으로 출시된 국내 O2O 시장의 거래액은 2019년 기준 약 97조, 2020년 기준 약 126조 원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를 통해 국내 O2O 시장이 매년 20~~30%의 전년 대비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운송 및 배달 서비스 특히, 유통 물류 업계와 배달 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유통·물류 업계의 경우 전국 각지에서 확보한 다수의 물류창고와 배송센터를 바탕으로 상품보관부터 제품선별과 포장, 배송에 이르기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풀필먼트 시스템’(fulfillment system)을 선보이며 식료품 시장을 중심으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국내 유통·물류 업계 2위인 ‘쿠팡’은 ‘로켓배송’을 통해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 지난 3월 국내 이커머스(e-commerce) 기업 최초로 미 증권거래소(NYSE)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100조 원을 돌파했다. 이에 국내 이커머스 분야 선두에 있는 ‘네이버’(NAVER)가 ‘신세계그룹’ 그리고 ‘CJ대한통운’과의 지분 교환을 통해 ‘반(反) 쿠팡 연대’를 결성하는 한편 유통·물류 업계의 신흥 강자로 불리고 있는 ‘마켓컬리’와 ‘헬로네이쳐', '오아시스' 등은 국내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늘려감과 동시에 쿠팡에 이어 미 증시 상장을 노리는 등 유통·물류 업계 내 플랫폼 간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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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좌측부터 SK 커리어즈 저널, 이데일리)

 

 

배달 업계 역시 2020년 기준 업계 추산 약 15조 원, 공정거래위원회 추산 약 23조 원의 거래액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혜 아닌 수혜를 받고 있다. 국내 배달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은 지난 2019년 업계 2위 기업 ‘요기요’와 합병을 한 데 이어 무려 7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창업 10년 만에 매출 1조를 달성했고 후발주자로 나선 ‘쿠팡이츠’와 ‘위메프오’도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한 번에 한 음식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 서비스라는 차별화 전략을 선택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제로배달 유니온’과 같이 서울시와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역시 공공 배달 앱을 출시하는 등 유통·물류 업계 못지않은 치열한 양상이 예상된다.

 

문제는 플랫폼 문화, 플랫폼 생활 아래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늘어가고 있는데 반해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과 관련된 문제들은 여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있었던 ‘쿠팡맨’ 故 장덕준 씨 사건을 되돌아보자. 당시 장 씨는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약 1년 4개월 동안 강도 높은 노동을 이어갔으나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의 유족 측은 장 씨가 생전 정규직(무기계약직)이 되기 위해 근무를 이어나갔으나 근무 기간 약 15kg이나 체중이 줄어드는 등 쿠팡 측이 제시한 ‘시간당 생산량’(UPH, Units Per Hour)과 같은 업무에 상당한 부담을 느껴왔음을 주장하며 산업재해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올 2월, 신청 4개월 만에 근로복지공단은 대구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진행한 끝에 당시 업무부담과 업무시간이 고인의 사망과 상당한 인과성을 갖는다고 판단, 산재 신청을 받아들였다. 위원회 측의 조사에 따르면, 장 씨의 경우 일용직 계약 형태의 비정규직에 해당했지만 주 6일의 고정 야간근무에 투입되었으며 근로일마다 평균적으로 9.5~11.5시간에 달하는 중노동에 임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장 씨의 근무지였던 대구 칠곡 물류센터의 경우 연일 무더위가 이어졌음에도 추가적인 냉방 설비를 갖추지 않았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 사용 의무화의 영향으로 이전보다 업무부담이 가중되었음을 근거 삼아 산재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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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포쓰저널)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유가족에게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하며 근무환경 개선을 다짐했다. 쿠팡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사고 이후 신성(칠곡)과 김해, 양산 등에 물류센터가 신설됨에 따라 장 씨가 근무했던 물류센터의 인원과 업무량이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당 물류센터가 영남권 최대 물류센터라는 점, 지난해 2월 신천지교회 발 집단감염의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었다는 점, 그리고 신설 물류센터의 가동 시기가 지난해 5월 이후였다는 점 등을 들며 실제로 업무부담 감소를 비롯해 업무환경 개선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올 3월에는 또 다른 유통 물류 플랫폼 기업인 ‘마켓컬리’가 블랙리스트를 운용해 저성과자를 비롯해 회사 내 문제를 공론화시킨 직원들을 업무에서 배제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플랫폼 기업의 ‘갑질’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이에 마켓컬리 측은 업무 평가를 중심으로 근태 불량으로 판단될 경우에 한해 채용을 중단한 ‘정당한’ 절차였음을 밝히며 블랙리스트가 없다는 주장을 이어나가고 있으나 내부 고발에 이어 코로나19 확진 통보에 있어서도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공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뒤늦게 밝혀지면서 노동계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은 일반 소비자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달종사자들에 대한 일부 아파트 주민들의 ‘갑질 논란’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 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급 아파트 및 빌딩들을 중심으로 입주자들의 안전을 위해 접촉을 최소화한다는 명목 아래 단지 내 오토바이 운행 금지를 비롯해 배달종사자들의 복장(헬멧 및 패딩)에 대한 제한, 화물 승강기 이용 강제, 방문 기록 작성 의무화 등의 강압적 조치가 이뤄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에 배달종사자들은 2019년 결성한 배달 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을 중심으로 배달종사자들의 인권 침해 사례들을 밝히는 데에서 나아가 배달종사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배달업 및 배달종사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멸시를 부추길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한 법적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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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경제)

 

 

그렇다면,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 것인가? 이를 위해 우리는 먼저 플랫폼 노동만이 갖는 자체적인 ‘특수성’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물리적 공간 내에서 노동자들의 시공간적 제약과 물리적 기계의 활용을 통해 이루어졌던 기존의 노동 방식과 달리 플랫폼 노동은 네트워크 내에서 공유되는 데이터들을 수집, 축적, 활용한다는 점에서 ‘비물리적’인 차원에서 ‘확산적으로’ 이뤄진다. 이는 곧 끊임없는 데이터의 상호 교환 과정을 바탕으로 하는 플랫폼 노동에서는 고용과 비고용의 경계는 물론, 노동의 시간이나 양에 대한 측정 기준 역시 ‘가변적으로’ 이뤄짐을 의미한다.


또한, 고용주(자본가)-노동자 간 관계 위에서 고용-노동이라는 ‘단층적’ 계약이 이뤄졌던 기존의 노동 방식과 달리 플랫폼 노동은 플랫폼 제공자(기업)-플랫폼 사용자(소비자)-서비스 공급자(플랫폼 노동 종사자) 간 3자 관계 위에서 ‘다층적’으로 이뤄진다. 이때, 기업은 단순히 플랫폼 제공자로서 역할을 담당할 뿐이며 소비자에 이어 플랫폼 노동 종사자 역시 서비스에 필요한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플랫폼 노동은 서비스 공급과 수요에 있어 ‘분산화’를 유도한다. 이는 곧 기존의 노동 방식보다 ‘개별적’이고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플랫폼 노동의 마지막 ‘특수성’으로 이어진다. 고용(계약) 과정을 비롯해 서비스 이행 과정에 이르기까지 기업 혹은 소비자가 ‘필요할 때마다’ 이뤄진다는 점에서 플랫폼 노동은 그 자체로 ‘불안정성’을 항상 내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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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노동자연대)

 

 

이에 대해,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 역시 엄연히 플랫폼 기업과의 관계를 통해 임금을 받는다는 점에서 임금노동자의 성격도 가지며 스스로 고용 상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리랜서(혹은 독립사업자)의 성격 또한 가지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어디까지나 기업이나 소비자의 일방적인 의뢰에 따라 ‘단기적’ 혹은 ‘일회적’으로 고용되며 자신의 실적에 따라 소득(income)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은 임금노동자처럼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고정적인 임금(wage)과 함께 사회적 보호 및 지원을 받지도, 프리랜서(혹은 독립사업자)처럼 자신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충분한 자원을 갖출 수도 없다.


또한, 직종 및 근무 형태가 워낙 방대한 까닭에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은 ‘공식적’이고 ‘지속적’인 직업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하는 권리 요구의 측면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단체교섭권과 같은 기본적인 차원의 노동 권리는 물론,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와 열악한 근무환경. 불공평한 이익분배 시스템 등 부수적 차원의 노동 권리에 대한 요구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나아가,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은 중간에 계약이 파기되거나 소득 정산을 제대로 받지 못하더라도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없으며 업무 수행 도중 위험이 발생했을 때 산재보험의 혜택 역시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출처 : 유튜브 채널 KBS 다큐)

 

 

결국, 노동자로서의 ‘공식성’을 거부당한 채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은 임금노동자와 프리랜서(혹은 독립사업자)의 경계에 놓이게 되며 이는 곧 사회적, 법적 ‘주변화’라는 위기를 불러일으킨다. 다시 말해, 분명 근로자의 성격을 보이고 있음에도 고용과 해고로부터 ‘자유로운’ 노동도,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벗어나 ‘자율적인’ 노동도 하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에게는 '일자리'(job)가 아닌 '일거리'(work)만이 남게 될 뿐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플랫폼과 사업자(입점업체) 간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중점에 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입법을 예고하는 한편 12월에는 2021년 상반기까지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플랫폼 자본주의 내 거래 질서의 정립 및 정비뿐만 아니라 자율적인 상생과 협력을 도모하고 나아가, 플랫폼 내 분쟁 해결과 플랫폼 노동 피해 구제 절차 역시 이전보다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게 함으로써 플랫폼 생태계의 ‘안정성 구축’과 ‘생산적 발전’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노력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다행히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경우 입법예고 4개월 만인 올 1월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플랫폼 노동 문제 해결의 청신호가 켜진 듯했으나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의 경우 논의 단계에서부터 각계각층의 많은 우려와 반발을 사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특별법 조치가 결국 플랫폼 노동 종사자를 기존의 노동자와 동등한 지위를 갖는 노동자로서 인정하지 않겠다는 전제 아래 이뤄진 졸속행정이라며 반발했고 기업 측에서도 법률 시행 이후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 및 행정 업무의 증가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이는 지난해 5월 중앙노동위원회가 모바일 운송 플랫폼 ‘타다’ 소속 드라이버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던 사례는 물론, 플랫폼 노동 종사자를 기존 노동법 체계로 보호하려는 현 국제적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 역시 이어지면서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출처 : 유튜브 채널 YTN news)

 

 

한편, 해외에서는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의 근로자성을 비롯해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 및 법적, 제도적 보호에 대한 논의를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유럽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권리 보호 및 신장을 위한 노력들을 이어나가고 있다. 2019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플랫폼 노동 논의와 쟁점 검토>에 따르면 국제 노동기구(ILO)를 비롯해 해외 노동법 및 노동정책 연구 기관과 노동계에서는 플랫폼 노동 환경과 조건, 플랫폼 노동 종사자의 특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와 연구조사를 진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유일하게 디지털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의 노동 3권을 인정한 프랑스와 세계 최초로 플랫폼 기업과 노동조합 간 단체협약을 이끌어낸 덴마크의 사례와 같이 유럽 국가들의 자체적인 노력 역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또 다른 사례로는 ‘우버’(Uber)을 둘러싼 미국 내 논의를 꼽을 수 있다. 모바일 차랑 예약 플랫폼 서비스 ‘우버’는 스마트폰 기술을 통해 승객과 운전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 연결해주며 기존 택시 이용료보다 적은 금액으로도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2013년 우버의 본사가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에서 택시 기사들을 중심으로 우버라는 플랫폼이 단순히 네트워크 서비스만을 제공한다고 보아야 하는 것인지, 기존의 ‘옐로 캡’(yellow cab, 미국의 택시 회사명이자 영업용 택시를 이르는 말)과 같이 여객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일기 시작했고 이는 급기야 우버 드라이버들의 근로자성에 대한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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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2018년 근로자성 인정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근로자와 독립계약자를 구분하는 새로운 검증 기준을 제시, 지난해부터 이를 바탕으로 제정한 AB5 법령(Assembly Bill No. 5)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해당 법령을 통해 우버 드라이버들은 독립계약자가 아닌 근로자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으며 근로자로서의 기본 권리 역시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2020년 말 미국 대선 이후 우버 드라이버들의 지위가 다시 독립계약자로 전환하려는 우버 측 대체입법안이 주민투표를 통해 통과되면서 우버 드라이버들의 근로자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금 제기되었으나 플랫폼 노동에 대한 사회적 논의뿐만 아니라 법적 논의 또한 필요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실제로 그 과정이 구체적이고 효과 역시 실질적으로 나타났던 사례였다는 점에서 우버의 사례는 노동법 및 노동정책 연구 전문가들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번 4월부터 기존의 ‘여객자동차법’을 개정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시행, 운송 관련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기존 제도권 내로 수용하는 한편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다 다양해진 택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끔 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있었던 ‘타다’를 둘러싼 갈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존 택시 업계와의 상생을 비롯해 플랫폼 간 공정 경쟁, 가맹형 브랜드 택시의 확대 및 개선 등 여전히 많은 과제를 떠안고 있다.


물론, 해외에서 이뤄졌던 시도들을 국내의 사례에 ‘일괄적으로’ 그리고 ‘단번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앞선 사례들로부터 확인할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한국의 ‘근로기준법’이나 ‘공정거래법’이 해외 법규제와 내용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적용 이후 상이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배경 아래에서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한 ‘효율성’의 문제 그리고 적용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 및 방향성에 대한 ‘목적성’의 문제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우리에게는 플랫폼 자본주의 등장 이후 새로운 형태, 새로운 관계로 정립된 플랫폼 노동에 대한 ‘총체적’ 이해가 요구된다.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의 근로자성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고용 상태의 보전,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에 이르기까지 플랫폼 노동과 관련해 다양한 학문적 논의는 물론, 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귀를 기울이는 태도 역시 요구되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이미 사회 곳곳에서 무인 키오스크나 로봇, 인공지능(AI) 등에 의한 ‘노동 유연화’ 혹은 ‘노동 대체’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저고용을 중심으로 하는 플랫폼 노동이 낳을 수 있는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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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넥스트이코노미)

 

 

나아가, 플랫폼 노동의 또 다른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 그리고 소비자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분명 과학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플랫폼 기업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모델 출현은 우리의 삶을 보다 간단하고, 보다 간편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데이터 네트워크를 통해 소비자로부터는 데이터 자본을, 저고용 방식을 통해 플랫폼 노동 종사자로부터는 노동 자본을 착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 있어 참여자가 아닌 중개자라는 입장을 취하며 사회적·도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플랫폼 기업의 안일한 태도는 종국적으로 고용도, 소비도, 성장도 이어나갈 수 없는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아가, 기존에 있던 노동 혹은 사업 그리고 함께 길을 걸어갈 다른 플랫폼 기업에 대한 ‘몰지각’하고 ‘몰인정’한 태도 역시 자체적인 효율성의 극대화를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더라도 장기적인 차원에서 시장은 물론 사회의 ‘불공정’과 ‘불평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비자들 역시 생활 속에 가까워진 플랫폼 문화, 플랫폼 노동, 플랫폼 기업 등 플랫폼 자본주의의 산물들에 대해 자신만의 인식을 갖춤으로써 ‘디지털 리터러시’와 ‘모바일 리터러시’에 이은 ‘플랫폼 리터러시’(platform literacy)를 확보하고 성찰적 차원에서 플랫폼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노동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내 노동 현장의 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함과 동시에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법적, 제도적 차원에서 보다 강도 높은 조정 및 정비를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일례로, 노동인권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과로사’를 살펴볼 수 있다. 지난 2014년 과로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규정하는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을 제정·시행하는 등 최근 들어 과로사 방지를 위한 연구와 지원 나아가, 노동권 교육을 아끼지 않고 있는 이웃 나라 일본과 달리 한국의 경우 연평균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과도한 업무부담으로 인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로사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업무시간의 양에 치우쳐 설정되어있는 과로사 산재 판정 기준과 전국 6개 질병판정위원회별로 나타나는 과로사 산재 승인율의 편차 문제, 입증에 대한 책임 전가 등 산재 신청 및 승인 과정에 있어서도 여러 문제에 부딪치고 있다는 점 역시 인식해야 한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였던 칼 야스퍼스(Karl Theodor Jaspers)는 역사철학적 관점에서 동서양의 실존 개념이 출현하게 된 기준점을 ‘기축시대’(Axial Age, BC 800 ~ BC 200)라고 정의했다. 그에게 있어 기축 시대는 인류의 정신적 발전에서 중요한 전통 및 문명이 발전한 시기이자 인류가 역사 속에서 자기 이해의 가능성을 파악하기 시작한 시기로서 실존적 인간이라는 존재가 탄생할 수 있는 ‘존재적 토양’을 의미했다. 어쩌면 우리의 어제에 이어 우리의 오늘을, 마침내 우리의 내일을 바꿀지도 모르는 플랫폼 자본주의 역시 인류의 또 다른 존재적 토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보다 새롭고 보다 건강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바라봄과 동시에 다지려는 우리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함을 전하며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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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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