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밴드 음악의 감초, 베이스 [음악]

글 입력 2021.05.2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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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를 잘 쓴 노래는 도입부터 확연히 다르다. 몇 년 전부터 밴드 음악을 즐겨 듣기 시작한 나는 밴드들의 신보가 나올 때마다 유독 베이스라인을 유심히 찾아 듣고는 하는데, 이 베이스 기타의 존재감이 확실하게 드러난 곡을 청음 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는 한다.

 

지금 이 글도 오랜만에 그 베이스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곡을 발견해서 기쁜 마음에 기고하는 글이며, 따라서 오늘은 내가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접근해보려고 한다.

 

 

 

 

도입부에 쓰이는 베이스 리프는 펑키함이 가미된다. 별생각 없이 곡을 재생하자마자 베이스 기타의 둔탁한 리듬이 귀에 꽂히면 자연히 곡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고는 하는데, 작년 여름에 나왔던 BTS의 신곡 [Dynamite]를 그 대표적인 예로 꼽고 싶다.


디스코 장르를 재해석한 이 곡은 첫 소절이 끝나자마자 베이스 리프가 자기주장을 확실하게 표하며 음악이 끝나갈 때까지 그 텐션을 유지하는데, 무게감 있는 베이스 리프와 브라스 사운드가 어우러져 더 풍부함을 자아낸다. 아이돌 그룹의 타이틀 곡에서 베이스 리프를 살린 곡을 자주 접하기 힘들어서 그런지, 이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귀에 바로 꽂히는 기타 리프를 주변인들에게 극찬하고 다닌 기억이 난다.

 

나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냐는 말에 늘 밴드 음악, 브리티시 락 등을 언급하는 사람이라 밴드를 이루는 악기들의 흐름을 읽어나가는 것에 흥미를 갖는 편인데,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했던 말이 있었다. 베이스 기타를 추적하는 순간부터 밴드 음악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밴드 음악에 빠지게 되는 순서가 보컬에서 시작해 베이스로 끝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베이스 기타는 중후한 소리를 가졌기에 좀체 존재감을 비추지 않는 경향이 있어 밴드 음악의 마니아들은 둔탁한 베이스 리프가 선명히 들리는 곡에 더 귀를 쫑긋 세우고 듣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 둔탁함이 마치 어느 때는 심장박동 같기도 하고 그렇다.

 


 

 

그렇다면 심장박동 같은 베이스는 대체 뭘까. 이 음악을 듣는다면 고개를 주억거릴 것으로 생각한다. 이 곡은 원래 사운드 클라우드에서만 감상이 가능했다가 새롭게 편곡되어 음원사이트에 발매되었는데, 이 음원이 발매되고 확연히 달라진 사운드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다운된 느낌의 알앤비에서 좀 더 감각적인 분위기로 편곡되며 숨어있던 베이스 리듬이 존재감을 드러내게 되었다.

 

[Dynamite]처럼 도입부를 치고 들어오는 형식으로 베이스 기타를 쓰지 않아도, 어느 순간 베이스 리프에 귀가 사로잡히는 경우가 있다. 이 곡이 바로 그렇다. 숨어있던 베이스 기타가 한순간 나타나 짧게 치고 빠지는데, 그 부분이 이 곡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40초쯤 비트가 고조되며 가미되는 브릿지 구간에 베이스 기타를 사용하며 몰입도를 확 높였다. 2분 52초의 러닝 타임 중에 베이스 기타가 쓰이는 부분은 두 번밖에 되지 않지만, 그 존재감이 실로 확연히 드러나며 리스너의 집중을 환기시키는 매력이 있다. 짧은 순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베이스 리프는 이 곡을 계속해서 듣고 싶은 요인으로 작용한다.

 

 

 

 

 

'베이스'라는 말처럼 잔잔하게, 그러나 깊이 있는 울림으로 존재하는 음악도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보통 우리가 듣는 밴드 세션으로 구성된 음악들 대부분이 그러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다. 앞서 언급한,  [Dynamite]와 [Painting] 특별히 존재감을 드러내 베이스 기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편에 속하나, 베이스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베이스를 확연히 드러낸 노래를 찾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은 듯싶다.

 

요즘 부쩍 케이팝을 많이 듣고 있는데, 밴드 음악에 익숙해지고 나서는 케이팝 안에서 베이스 기타를 쓴 곡을 우연히 듣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위 두 곡은 내가 요즘 제일 많이 듣는 곡임과 동시에 베이스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곡인데, 베이스 기타가 곡 전체를 이끌어가면서 디스코풍 분위기와 착실히 어우러진다.  베이스 리프의 킬링 포인트를 선정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리프가 반복되어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개인적인 취향을 보태자면 나는 디스코 장르에 가미되는 베이스 기타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정통 락에 쓰이는 베이스도 정말 좋아하지만, 풍성한 사운드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디스코에서 주로 쓰이는 베이스 리프에 좀 더 마음이 간다. 위 두 곡에서 베이스의 존재감이  [Dynamite]와 [Painting]에서처럼 확연하게 드러나는 편은 아니지만, 나처럼 베이스 리듬에 귀 기울이고 듣는 사람에게는 이 감춰진 듯한 리프를 찾아내는 것이 하나의 흥밋거리인 셈이다.

 

글의 순서를 따라 음악을 천천히 들어본다면, 베이스 리프가 다르게 들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떨 때는 큰 존재감으로 내 귀를 압도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숨바꼭질하듯이 숨어 있다가 한순간 뿅 하고 튀어나오기도 하고, 어느 때는 내 귀에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베이스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보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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