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존재와 사유, 삶이 준 가능성

사유하는 일상의 풍경
글 입력 2021.04.1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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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사유

사유하는 일상의 풍경, 이보균 

 

348쪽

값 16,000원

출판사 내일의문학

출간일 2021년 3월 31일



존재와 사유 입체표지.jpg

  

 

글이 예쁘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호흡이 짧다. 감상이 다채롭다. 한 책에 수만 가지의 감정과 개인의 생각이 들어있다.

 

<존재와 사유>를 읽으며 인간에게 끊임없이 사고하는 존재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달을 수 있다. 작은 하나도 간단히 넘어가는 일이 없어 피곤하게 느낄지 몰라도, 생각은 행동의 원천이고 행동은 인간의 가치를 상승시킨다.

 

'복세편살'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복잡한 세상 속에서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굴뚝같다. <존재와 사유>도 그렇다. 갈수록 팍팍해져 가는 우리네들의 삶에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풍경의 풍요로움을 맛볼 수 있다. 사유의 힘은 살아갈 기준을 주고 명분을 준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힘이 본인에게 없으면, 단편적으로 인터넷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해할 수 없는 무례함을 생산해내는 것과 다름이 없다.

 

반문할 수 있다. 어떻게 그리 단정 짓느냐고, 내게 이유는 간단하다. 구닥다리 한 말이지만 펜은 칼보다 강하며 아는 것이 힘이다.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 이것은 사실이다. 알기 위해 배움을 포기하면 안 된다. '배움'이 거창한 것도 아니다.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배운다 해서 무턱대고 배우기도 힘들다. 우리들의 삶은 각박하기 그지없으니 바쁜 시간을 쪼개기도 벅차다.

 

그러면 시작은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배움의 로직 혹은 시스템부터 배워야 한다. 그리고 시작이 바로 <존재와 사유>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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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존재와 사유> 11쪽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저기 보이는 나무 한 그루로 저자는 두세 페이지의 생각을 써 내려간다. 거창하지 않다. 자기 방식대로 사소한 한 가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깊이를 키우는 과정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사유'다. 또 자신의 사유를 나누고 다른 사유를 받아드린다.

 

물론 일상생활에 무리가 갈 만큼 사유의 세계에 빠지라는 것이 아니라, 사유를 통해 삶이 풍요롭고 다채로울 수 있도록 확장에 도움이 되는 수단이자 습관으로 또 살아가는 동기부여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 사유는 신중한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는데 힘을 실어준다. 간혹 나와 비교해 생각이 깊다. 신중하다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물론 성향과 성격, 타고난 기질 차이도 있다. 신중한 데 비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만, 그런 사람을 관찰해보면 알 수 있다. 보통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다. 사유는 세상을 보게 해 주는 관점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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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존재와 사유> 137쪽

 

 

저자 이 보균은 인문 에세이스트이다. 일상 속의 순간을 포착해 스치는 생각들을 모아 글로 묶고, 묶인 글은 저자의 결을 가져 책으로 탄생한다. 부드럽고 강한 문체다.

 

출퇴근이 물리적으로 조건이 열악한 편이라 주로 나는 지하철에서 버리는 3시간을 책으로 때운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 끼어 보기도 하고, 환승 때문에 귀를 쫑긋 세우느라 집중력을 분산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막힘없이 읽어내리다가도 어? 하고 다시 첫 문단부터 돌아가기도 한다. 3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가벼워서 서서 읽기도 괜찮았다.

 

날이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애매한 날씨 덕에 후끈한 지하철에서 아침부터 지칠 뻔하다가도 <존재와 사유>를 읽으며 분위기를 환기한다. 그러니까 독서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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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존재와 사유> 173쪽

 

 

또 첫 시작부터 말했듯이 글이 예쁘다. 투박한 문체인데 어휘 선택이 부드럽고 힘이 있다. 직관적인 단어로 독자로써 이해하기도 좋다. 책은 총 5부로 나뉘어 배려, 시선, 연결, 인식, 시간에 대해 말한다. 고리타분하게 느낄 수 있지만, 부드럽게 끊임없이 이어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본인의 인생이 어디까지 어떻게 걸어왔는지 말해준다.

 

책의 부제는 사유하는 일상의 풍경이다. 책은 주제에 충실했다. 출근하랴, 일하랴, 챙기랴, 집안일 하랴 등등 의무로 가득한 일상에 읽게 된 <존재와 사유>는 잠시 돌아볼 틈을 만들어주었다. 나와 같은 일상 속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는 사유의 통로를 열어준다. - 외람된 이야기지만, 요즘 빅데이터를 공부해서 그런지 '언제 어디서나'를 자꾸 '유비쿼터스 적인'이라는 단어로 튀어나온다. 익숙해지려고 하도 습관을 들이다 보니, - 언제든 다시 집어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듣고 싶던 교양 과목을 듣는 기분과도 같았다.

 

그리고 사실 나는 마무리에 소질이 없다. 지금의 글과 같이 내가 <존재와 사유>를 읽고 느낀 이 감정을 쏟아내고, 끝에 어떤 것이 남았는지 아직도 표현하지 못한다. 예를 들자면, 제목이 있고 중제목이 있는데, 소제목은 아직 모르겠단 말이다. 그래도 중제목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는 것에 나를 다독이며 칭찬한다. 이 또한 사유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또 고백할 것이 있는데, 사실 미술을 꿈꾸면서도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학창 시절 내내 장래 희망에는 예술가, 혹은 작가를 적은 적이 있다. 그래서 쌓아둔 짤막한 글이 많다. 주제는 순간 느꼈던 찰나의 감정 정도로 축약된다. 글을 쓰는 힘이라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느꼈고 흥미가 있어 멈추지 않았다. 인생의 사유를 포기하는 시절에는 모든 것을 놓았지만, 이 도서를 통해 또다시 인생의 동기부여를 느꼈고, 다시 시작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독서를 통해 나 자신을 위한 위로를 받았을 수도 있다. 완전하고 온전한 나를 위한 일상이 내게 주는 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존재하고 사유하는 것은 삶이 준 엄청난 가능성이다. 나는 가능성을 놓지 않기 위해 한 글자씩 더 적어보려 한다. 그것도 온전히 나를 위해서다.

 

 

 

이서은.jpg

 

 

[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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