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목적 없는 삶과 공부에 대한 대답, 얼룩말 [만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글 입력 2021.04.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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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진심으로 당신이 맞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남들이 다 그렇다고 말하니까 그렇게 맞춰가는 건가요?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인간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다들 한 번쯤 가져봤을 것이다. 이러한 철학적인 질문들을 품으며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할 때가 종종 있다. 아무리 학력이 높고 나이가 많아도 그 질문 앞에서는 한없이 무지해진다. 특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미래가 두려울 때, 이 질문과 함께 세상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되지 않은,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어린 소년이 되어버린다.

 

나의 경우 중학생 때가 특히 그랬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와 함께 이전과는 다른 선택들이 눈앞에 하나둘 요구되기 시작했다. 선택과 삶이 연결되며 어느새 삶의 주체가 되기 시작했다. 얹어지는 선택의 무게들 속에서 순식간에 아틀라스가 되었다. 금방이라도 질식될 것 같은 두려움.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숨어서 벌벌 떨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앞에 놓인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면, 스스로에 대한 끊임 없는 질문 속에서 대답을 찾아야만 했다. "난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인간은 어떤 존재이고, 잘사는 것이란 어떤 것일까?"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따라가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의 말에 따라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후회없는 삶이 될 것이라고들 자주 이야기 했으나 보다 본질적인 정답을 찾고 싶었다. '옳은 길'에 대한 막연한 존재가 계속 주변을 맴돌았다. 불안감이 울컥, 뱃속에서 들끓었다. 불안이 하루하루를 잠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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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얼룩말에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주인공 한세태가 있다. 한세태는 그저 부모님께서 '착한 아이구나'라고 이야기할 삶을 살아왔고, 그렇게 착한 아이로서 대학을 졸업한 평범한 취준생이다. 대학 졸업과 함께 자취를 시작하다가 방을 알아준 형의 착각으로 역사학 연구자 김우민의 집에 잘못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그런 우연한 계기로 둘은 함께 사는 룸메이트가 된다.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잘 모르는 상태로 그저 '주변에서 시키는 대로' 살아온 한세태와는 너무도 다른 김우민. 역사를 사랑하는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한 정답을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어떤 것이 그의 삶의 옳은 길인지를 알고 묵묵히 공부한다. 그런 김우민을 마주하며 그저 시키는 대로 살아왔던 한세태는 '취업'이라는 막막함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볼 질문을 얻는다.

 

그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적당한 곳에 취직만 하면 될 줄 알았던 그의 생각이 자꾸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신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의 질문 속에서 한세태는 김우민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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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인 한세태에게는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과 함께 '學'에 대한 의문이 존재했다. 대학교만 가면 된다는 학창 시절 속에서 대학교만 바라보며 그저 살아왔을 뿐이다. 그러나 대학교가 공부의 목표가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목표 없는 공부는 공장 속 부품 같은 하나의 수단이 되었고, 학교는 졸업장을 따기 위한 곳이 되어 그저 취업을 위해 다니는 곳이 되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주변에서 하라는 대로, 주변에서 옳다는 대로 살았을 뿐인데 어째서 그에게 남은 것은 의문과 공허함 뿐이었을까.


세태의 말을 들은 김우민은 끊임없이 역사를 공부하고 삶을 고민하는 본인 또한 과거의 세태와도 같은 시절이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는 어느 순간 공부가 가진 진짜 의미를 깨달았던 떄를 회상하며 세태와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공부가 가지고 있는 무수한 가치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저 외우고 점수를 잘 받는 것이 공부라는, 굉장히 단순명료한 보통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내용이다. 공부한 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그 모든 과정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가 공부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결국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며 무수한 생각 속에서 과거의 지혜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현명함을 배우는 것이 공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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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가장 많은 이유로 "시험을 보기 위해서", "대학을 가야 하기 때문에"라는 대답만을 들어왔던 중학생의 어린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외우고 점수만 잘 받아왔을 뿐 거기에 대해 진심으로 무언가를 받아들였는지에 대해 자신을 되돌아보다가 문득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부끄러웠다. 그저 외우고 점수를 잘 받아서 기뻤다.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삶 속에서 나는 무엇을 남겼는가? 그 모든 공부가 나에게는 어떠한 의미가 있었는가? 이 모든 공부가 미래에 전부 쓰이는 것이 아닐 텐데 왜 외워야 하는가 투덜거리던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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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보호자를 잃은 나에게는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알려줄 존재가 상대적으로 일찍 사라졌다. 한 번의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끝없는 고민과 압박으로 눈물 흘릴 틈 없이 외로웠던 중학생 때였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질문의 속, 들려오는 것은 메아리쳐 끊임없이 되풀이된 물음 뿐. 그저 '잘 살고 싶다'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렇다면 다시 고민하게 된다. 잘 사는 것은 무엇인가.


수많은 책을 읽어도 '잘 사는 것'에 대해 와닿는 것은 없었다. 그저 진부한 이야기들만을 마주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 혹은 착하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세상을 떠다녔다. 그러나 주변에서 말하는 그런 '잘사는 것'에 맞추어 살다보면 언젠가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중학생의 어린 나이에서도 그것이 진짜 답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론 사회적으로 성공하면서도 착하게 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이 내가 가진 의문의 본질적인 대답은 아닐 것이었다.


나는 이제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함께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인간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나만의 대답을 알고 있다. 인간의 삶은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 그리고 성장하는 것. 배우는 것. '협력'하고 '참고'하되 '따라'하지 않는 것. 그 모든 과정에서 단단한 "나"를 만드는 것. 이 모든 것이 나만의 인간의 특징이자 존재 이유, 그리고 삶의 방향이다. 이러한 나만의 정답이 구축된 이후 나는 방황하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 확신만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그리고 이 모든, 자신의 답을 얻어낼 수 있었던 이 웹툰을 읽은 것이 내 인생 중 가장 큰 공부라고 생각한다.


문득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할 때, 혹은 거친 바람에 갈대처럼 몸을 가누지 못할 때 이 웹툰을 본다. 단숨에 1화부터 마지막화까지 보고 나면 어느새 정신이 맑아지고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 만에 가슴에 차오른다. 안개 꼈던 앞이 맑아진 것처럼.

 

그렇기에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세상이 두려운 이들 또한 이 웹툰에서 위로와 자신만의 정답을 얻는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스스로에 대한 대답 없이 주변의 상황에 따라 흘러가는 많은 사람들이 확신 없는 슬픔에 잠기는 모습을 자주 본다. "막막하다" 라는 말을 끊임없이 듣는다. 그럴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이 웹툰을 추천한다. 이 웹툰과 함께 그들이 조금이나마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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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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