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늘을 후회하는 직장인에게 물음을 던지는 '소울' [영화]

우리네 삶은 두 번이 아니기에
글 입력 2021.03.16 08:3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common (6).jpg

ⓒDisney/Pixar

 

 

일 년에 그리 많은 영화를 보진 않는다. 영화관을 가기 어려웠던 작년엔 단 한 번의 예매 내역도 찍혀있지 않았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봤던 몇 편의 영화가 다였다. 2시간 내외로 압축된 한 작품의 세상 속에서 쉼 없이 집중하는 일이 꽤 피곤하고 소모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유쾌한 예능을 한 편 보는 것이 더 즐거웠다. 물론 지금껏 영화를 보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콘텐츠의 종류로만 보자면 영화를 즐겨 보는 이가 신기하다는 것이다.

 

이런 내가 요즘 영화라는 콘텐츠 덕분에 꽤 행복해졌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덕분이다.

 

 

이 글을 읽기 전 영상을 틀어놓길 권한다.

DisneyMusicVEVO (YOUTUBE)

 

 

끊임없이 찾아드는 일에 묻혀 '나'를 잊고 있던 지난 몇 주. 바닥에 가만히 누워 정신과 육체를 회복하는 순간이 잦았다. 마음이 따뜻할 새 없이 반복되던 직장 생활 속에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영화 한 편이 상영되고 있단 소식을 접했다. '소울'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다.

 

바다 앞으로 당장 달려가고 싶지만, 떠날 수 없었기에 집 앞 영화관으로 몸을 옮겼다. 여가를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예매했던 이 애니메이션 영화는 내게 뜻밖의 울림과 따뜻함을 안겨줬다. 잊고 있던 나의 ‘불꽃’과 행복을 회복하게 만든 것이다.

 

 

common (2).jpg

ⓒDisney/Pixar

 

  

이 영화는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지만, 재즈 뮤지션을 오랫동안 꿈꿔온 ‘조’가 서사의 중심이다.

 

누구에게도 재즈 뮤지션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악기에는 관심 없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안정적으로 살고 있던 조. 그는 어느 날 지인의 제안으로 한 재즈바에서 공연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조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게 되었지만, 공연 제안을 받은 날 도로를 걸어가던 중 발을 헛디뎌 한순간 죽음 앞에 놓이고 만다.


사후 세계로 향하는 길목에서 영혼의 모습으로 놓인 그는 꿈에 그리던 기회를 놓칠 수 없어 갖은 방법을 동원해 살기 위해 애쓴다. 결국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가 태어나지 않은 영혼의 멘토를 자청하며 지구로 다시 돌아갈 방법을 찾는데. 이 과정에서 ‘22’라는 이름이 붙은 영혼을 만난다.

 

우리는 조와 22를 통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깨닫게 된다.

 


common (5).jpg

'조'의 영혼(왼쪽)과 '22'의 모습 ⓒDisney/Pixar

 

 

 

질문 1. 후회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가



내가 오랜 시간 간직하는 영화는 늘 잊지 못하는 ‘한 컷’이 있다.

 

영화 ‘Midnight In Paris’에서 풍성한 음악과 함께 보여주는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이나, ‘call me by your name’에서 OST가 흘러나오며 보여주는 주인공 둘의 여행 같은 것이다. 영화 '소울'에서는 사후 세계에서 다시 살 기회를 얻어 집으로 돌아온 조가 문밖으로 나와 세상을 마주하는 장면이 그렇다.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사는 대로 생각하기 바빴던 요즘. 가슴 뛰지 않는 일상을 보내고 있던 나는 주인공이 다시 한번 얻어낸 삶의 기회를 보며 눈물이 고였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영화를 보고 나오며 이와 같은 물음을 여러 번 던졌다. 원하는 내 모습이 아니라고 마음이 말해주고 있었다.

  


common (4).jpg

ⓒDisney/Pixar

 

 

자주 하는 다짐이 있다. ‘할머니가 되어 후회할 일이라면 지금 하지 말자’라는 것. 평소 하던 다짐과 이 영화의 한 장면이 맞물려 큰 깨달음을 마음에 새긴다.

 

조는 어머니의 눈치를 보고, 자신에게 확신을 얻지 못한 채 재즈 뮤지션으로서 살아갈 용기를 내지 못했다. 결국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인생의 파노라마를 보며 씁쓸해한다. 그의 삶 속에선 어린 영혼에 멘토로서 보여줄 뜨거운 ‘불꽃’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를 돌아본다. 훗날 내 삶을 열거한다면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오늘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멋진 순간은 무엇일까? 단연코 지금 이 모습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눈앞의 일에 치여 사는 생활이 되어선 안 되겠다. 인생의 모든 순간이 화려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후회없이 살았다고 말하고 싶다.

 

 

common (1).jpg

ⓒDisney/Pixar

 

 

 

질문 2. 일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는가



‘태어나기 전’ 세상의 22는 자신의 불꽃을 찾아야만 인간의 몸으로 태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그 불꽃을 찾지 못해 오랜 시간 인간이 되지 않은 채 영혼으로만 존재했다.

 

극 초반, 관객은 이 불꽃을 ‘재능’ 혹은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본다면 달라지리라. 인간을 살고 싶게 만드는 건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푸른 하늘과 흩날리는 나뭇잎, 그 속으로 스며드는 햇빛… 우리의 불꽃은 그저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사후 세계의 신비로움뿐만 아니라, 세상의 아름다움을 멋지게 표현했다. 특히 조의 어린 날을 묘사하는 장면은 아직 생생히 떠오른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올려다보는 푸른 잎사귀와 하늘의 모습. 이것은 내가 인생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실수로 조의 몸에 들어온 22는 인간으로 지구에 처음 살아가는 경험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불꽃을 쉽게 발견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눈앞에서 마주하는 아름다운 일상 앞에 조금 더 살아보고 싶다고 용기를 낸다. 너무나 당연한 이 세상을 한순간 느낄 수 없게 된다면…

 

 

common (3).jpg

ⓒDisney/Pixar

  

 

아주 많은 책과 강연을 통해 삶과 일상, 가족의 소중함을 배운다. 하지만 막상 일상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겨우 2시간 남짓의 귀여운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나는 다시 한번 열심히 살아볼 용기를 얻었다.

 

소울을 본 뒤 디즈니・픽사 영화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더욱 커졌다. 귀엽고 따뜻한 영상미로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하며, 따뜻한 마음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들이 선사한 따뜻한 교훈을 마음에 새기며 다시 일어서는 3월이다.

 

 

[산수화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