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낙서의 가치 - 스트릿 노이즈

글 입력 2021.03.1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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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sh.jpg

Crash 작품


 

그래피티. 처음에는 ‘허세’ 가득한 사람들의 낙서로만 생각했다.

 

‘왜 공공기물을 훼손하지?’, ‘이왕이면 낙서하듯 그리지 않고 정갈하게 그리면 안되나? 그럼 더 보기 ’좋을‘텐데’ 그들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컨버스가 아닌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도로의 벽에 그렸을까.


어쩐지 무서운 느낌도 들었다. 그래피티를 처음 본 것은 홍대였다. 으슥한 골목에 휘황찬란한 ‘낙서들’ 그리고 앞에서 버스킹(춤, 노래)을 하거나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 내 머릿속엔 그래피티를 떠올리면 함께 연상되는 기억들이었다.


하지만 나의 사진첩에는 왠지 모르게 거리의 그래피티가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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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파리 여행 중 만난 그래피티들

 

 


왜 그래피티에 끌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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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의 작품


 

자유로움을 선망했다.


기존의 것을 왜 파괴하는 것일까?

 

제우스(Zevs)는 소비주의를 비판했다. 거대 자본주의에 매혹된 소비자들 그리고 이를 선동하여 본인들의 손에 ‘놀아 나게끔’ 만드는 대기업들. 제우스는 루이비통, 샤넬, 나이키 등의 명품 브랜드 그리고 국제금융회사 등의 로고를 기본으로 하여 이를 ‘파괴’했다. 이를 통해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은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전시 중 가장 인상 깊었다.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맥도날드, 애플, 페이스북. 샤넬, 루이비통 등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브랜드는 구매한 적이 없지만 ‘한번쯤 사보고 싶다’는 흐릿한 욕구는 있었다. 하지만 이또한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주입식 교육이었다. 그리고 이 지점은 제우스가 명쾌하게 짚어줬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기업 브랜드 로고가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괜스레 통쾌해지는 느낌이 든다.


기존의 것을 파괴할 용기를 가진 자들이 바로 그래피티 예술가였다.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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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 이블의 작품


 

‘나’ 그리고 인간에 대해 말한다.


퓨어이블(Pure Evil)은 이름부터 모순적이다. 순수한, 악마. 그는 모든 인간은 순수하지만 악한 모습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본인의 어린 시절, 그는 장난으로 토끼를 사냥했고 죄책감을 시각화한 손가락 토끼를 트레이드 마크로 사용하고 있다. 본인을 순수하게 드러내고 이를 반성하고 더 나아가 사람과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고발한다.


본인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인간 그리고 사회를 비판하는 아티스트 퓨어이블.

 

 

 

함께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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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워커의 작품


 

혼자가 아님을.


닉 워커(Nick Walker)는 영국 스트릿 아트 혁명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은 글자나 그림의 모양을 오려낸 후, 그 구멍에 물감을 넣어 그림을 찍어내는 기법인 스탠실로 유명하다. 하지만 전시에서 가장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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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워커의 작품


 

입체적이고 생동감있다.


그가 내 앞에서 작품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누군가의 비밀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은밀한 느낌도 든다. 또는 닉워커와 나, 둘만의 비밀이 생긴 것 같은 느낌도. 3D 입체감이 닉워커 작품의 특징이다.


그래피티는 ‘무섭다’고 생각한 적 있을 정도로 거친 결의 작품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반대로 따뜻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절모를 쓴 신사의 열정이 보여서 일까. 큰 하트(심장)의 열기가 느껴져서 일까.


닉 워커는 뜨겁기보다는, 따뜻한 아티스트였다.

 

 

 

대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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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퍼드 페어리 작품


 

이제는 대중 속으로.


그래피티에 대한 논의가 있다.


 

반달리즘 : 반달리즘은 문화유산이나 예술품 등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지만, 넓게는 낙서나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공공시설의 외관이나 자연 경관 등을 훼손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 네이버 지식백과

 

 

그래피티는 공공기물을 훼손하는 범죄일까, 사회를 바꾸기 위한 하나의 작품활동일까.


지금까지 기득권층은 본인의 명성, 세력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 범법행위라며 비판했다. 그래피티 또한 이와 같은 비난을 받았고 이러한 이유로 익명으로 활동하거나 본인의 정체를 아예 드러내지 않는 작가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피티는 비난 속에도 대중에게 스며들고 있다. 세퍼드 페어리는 2008년 당시 오바마 미국 대선 후보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로 그래피티를 ‘대중화’했다. 당시에도 그가 제작한 포스터를 길거리에 무분별하게 부착했음에도 선거 캠페인의 공식 이미지로 차용되었다.


메시지를 전하고자 노력한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노력이 이제는 우리에게 닿고 있는 것이다.

 

 

 

1타 2피, <스트릿 노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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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피티의 바다에 빠졌다 나오면, 밖에는 또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입장하기 전, 호기심을 끌던 공간. 하지만 전시와는 별개의 공간인줄로만 알았다. 유행에 뒤떨어진 것이다.


최근엔 전시, 공연, 체험 등 모든 문화생활을 총망라한 복합문화공간이 MZ세대에게 통하고 있다. 그래피티와 이미지와 성격이 비슷한 KPOP, 해외 아티스트의 음반판매부터, 캐릭터 굿즈 판매 그리고 전시에서 본 작품을 활용한 상품까지. 키치한 상품들로 가득한 진열장은 전시의 아쉬움을 달랠만 했다.

 

멀었던 그래피티를 눈 앞에서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전시 <스트릿 노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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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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