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할머니, 마카롱 좋아해? [사람]

엄마에게 보내는 간병일기
글 입력 2021.03.1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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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 12. 19


 

그 날은 유난히 길었던 기말고사가 끝난 날이었어. 친구들과 파티룸을 빌려 놀기로 했는데 시험이 늦게 끝난 데다 과제까지 끝내느라 늦어지니까 슬슬 짜증이 나더라. 파티룸은 동명동의 깊숙한 인쇄소 골목에 자리하고 있었고, 나는 한참을 헤맸어. “아, 그래서 어디라고.” 전화 속 목소리에서 짜증이 묻어나왔는지 친구가 움찔하는 게 느껴졌어. 조금 더 걷자 마중을 나온 친구들이 보였는데 겉옷도 없이 나오느라 코가 빨개진 모습에 나는 조금 미안해져서 멋쩍게 웃었어. 한참 술을 먹고 놀다보니 순간의 짜증은 온데간데없이 마냥 웃음이 나더라. 그 때 전화가 울렸지.


엄마였어. 시끄러운 소리를 뒤로한 채 옆방으로 옮긴 나는 작게 대답했어.


“엄마. 왜.”

“연주야.. 할머니가 넘어지셨거든. 오늘, 오늘은 병원에 자리가 없어서 못 갔어. 내일은 입원해야 하거든. 근데 엄마가 힘이, 아니, 할머니가 못 걷는데, 엄마가 부축을 혼자 하기에, 아니.. 지금 와주면 안 돼? 지금 못 와?”


두서없이 이어지는 목소리가 조금 떨렸어. 물기 젖은 조용한 목소리와 뒤에 들리는 활기찬 소음이 양 귀에 정신없이 울리는데, 그 이질성에 일순 머리가 멍했어. 엄마는 정신없어서 뭐라고 했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나지?


“할머니 많이 다쳤어?”

“넘어져서. 못 걸어. 다친 건 팔목인데, 무릎을 부딪쳐서.. 너가 도와줘야 돼.”

“나 방금 여기 왔잖아. 당장은 못 가지.”

“내일 몇 시에 와?”

“언제 병원 갈 건데?”

“7시..”

“나 7시까지 가려면 여기서 새벽 5시엔 나가야 돼. 못 갈 것 같은데.”


상황이 어느 정도 파악되자 머리가 조금 식더라. 감정적인 엄마가 하소연을 하면 항상 아빠는 옳고 그름을 따지며 논리와 이성을 늘어놓곤 하잖아. 그런 모습을 싫어하던 나는 사실 아빠의 성격을 똑 닮았던 거야.


“...일단 상황 봐서 다시 연락할게.”


계속되는 우는 소리에 내가 말을 끊었어. 아빠의 1번 레퍼토리지. 결국 안 된다는 거야. 엄마도 그걸 알았겠지. 나는 정성스레 말아 넘긴 앞머리를 두어 번 꼬다 전화를 끊었어.

 

 

 

20XX. 12. 20



결국 늦게 일어났어. 11시 퇴실시간에 맞춰 옷을 주워 입고 나왔지. 기름진 머리칼과 술에 절어 퉁퉁 부은 눈. 회색 추리닝과 어울리지 않는 예쁜 구두. 버스를 타고 할머니 병원으로 갔어. 할머니는 푸석한 머리를 대강 빗어 넘긴 채 침대에 조용히 누워 있었어. 병실이 없어 2인 병실에 머물게 됐다고 했었지? 옆자리 간병인 아줌마는 입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것 같아. 병실에 앉은 지 30분 만에 옆자리 할머니의 온 가족사를 알게 됐는걸. 진짜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아.

 

 

 

20XX. 12. 21


 

조용히 사과를 깎는 엄마와 휴대폰을 보는 나. 눈을 뜨고 가만히 누운 할머니. 나는 그저 할머니를 일으키는 걸 돕고 산책을 도왔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였어. 할머니가 왼팔에 힘을 주면 팔에 꽂힌 바늘을 타고 피가 흘러 들어가잖아. 그걸 보는 게 너무 힘들어. 벌써 몇 번째 링거 줄에 피가 고였어. 입이 쓰다. 자꾸만 눈가가 시려. 아무 이유 없이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무섭고, 울고 싶어. 할머니가 아니라 내가 그래. 나이가 든다는 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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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 할머니는 목소리가 낮고 조곤하잖아. 하지만 신음은 달라. 밤이 되면 간호사가 주사를 놓으러 오는데, “윽!” 하는 소리가 들리면 차마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지 못하겠어. 병실은 오래 있을 곳이 못 되나봐. 병실에 있으면 자기가 먼저 죽을 것 같다던 엄마 말이 생각났어. 그저 하루를 살아내는 듯한 곳에서, 엄마는 무슨 생각들을 했어?

 

 

 

20XX. 12. 27


 

병실에 갔더니 할머니가 옷을 찾았어.


“내 옷, 그 입는 거. 그 집에, 거기에 내 덮바 두고 왔다.”


이전 병실에 옷을 놔두고 왔대. 할머니는 여든 여섯의 나이치고 굉장히 정정했는데, 병원에 오면서부터 헛소리를 하곤 해. 계속해서 있지도 않은 옷을 찾아. 그럴 때마다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엄마, 진짜 왜 그래. 옷이 어디 있어.”

“있어야. 아까 갔다 왔어. 응, 내가 다 봤다.”


조용히 할머니를 어르던 엄마는 점점 애가 탔지.


“아, 엄마. 진짜 왜 그래! 나 속 터져 죽는 거 보고 싶어서 그래?”

“아니어야. 나 진짜 내 옷 거기 있어.”

“무슨 옷이 있다고 그러냐고! 엄마 그냥 조용히 하면 안 돼? 어?”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던 할머니는 엄마의 윽박지름에 이윽고 입을 다물었어. 상황이 조금 조용해지자 옆자리 할머니들이 슬그머니 말을 꺼내더라.


“아이고, 어젯밤부터 아주 옷 안 가져왔다고 난리도 아니야.”

“거 있다고, 있다고, 아주 애가 터져가지고..”


엄마는 얼굴이 조금 붉어진 채 ‘저희 엄마가 실례가 많죠.’ 라고 했어.

“봐봐. 다들 엄마보고 미쳤다고 해. 정신 나갔다고. 다들 욕한다고..”


할머니는 그냥 하염없이 시계만 보고 있어. 


“...오늘 곗날인디, 내가 안가면 다들 전활 할 것이여. 12시 넘어가면 올 것이제만..”


이번엔 모임얘기. 그나마 아귀에 들어맞는 얘기에 엄마가 이런 일은 잘만 기억한다고 중얼거리자 옆자리 아줌마가 “아우, 밤낮 그 소리여요. 오늘이 곗날인데, 안가면 자기를 기다리다가 전화를 할 것이라고..”했어.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 대사에 엄마 얼굴이 다시 붉어졌어.


나는 괜스레 불안해져. 할머니는 악화되고 있는 걸까? 더는 나아질 수 없는 걸까? 그저께 할머니를 찾아왔던 외숙모가 함께 물을 뜨러가서 했던 말이 떠올랐어.


“어머니도 너무 오래 사셨어.”


할머니는 너무 오래 살아서 다 닳아버린 걸까? 할머니의 희끄무레한 눈동자가 자꾸 머릿속을 맴돌아. 엄마, 엄마는 무슨 생각으로 할머니를 돌보고 있어? 난 아직 어린데, 자꾸만 나이 들어감에 대해 생각해.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의지를 잃어가는 일일까? 희망을 놓아버리는 일일까? 나까지 힘이 빠져. 차도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가끔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지하도를 그저 걷고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모른다고 해. 나는 그게 답답해서 자꾸만 할머니한테 ‘할머니, 기억하려고 노력해!’하며 잔소리를 하는데, 그건 아무 소용없는 메아리에 불과한 걸까?

 

 

 

20XX. 12. 30


 

내가 언젠가 보여줬던 동영상 기억나?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해외여행을 하는 영상이었잖아. 박막례 할머니의 손녀분은 할머니에게 치매가 올 수 있다는 얘길 듣고 바로 회사를 그만둔 뒤 유튜브를 시작했대. 할머니와의 추억을 더 남기고 싶어서. 영상 속 박막례 할머니는 요새 SNS에서 유행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다른 유튜버들처럼 메이크업 영상을 찍기도 하고, 크루즈 여행에서 외국인 할아버지와 춤을 추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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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영상을 보다보면 많은 생각이 들어. 우리 할머니도 마카롱을 좋아할까? 할머니에게도 할머니만의 패션철학이 있을까? 나는 할머니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20XX. 01. 02


 

요새는 어디에서나 나이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흔히 볼 수 있어. <인간극장>이나 <6시 내 고향> 같은 원래도 노인들이 자주 나왔던 프로그램 말고도 다양한 채널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아. 윤여정 배우님이 자연스레 영어를 구사하며 다양한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윤스테이> 봤지?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 또 나이라는 게 큰 장벽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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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 01. 07


 

엄마도 알지? 엄만 할머니 간병을 시작하고 나선 부쩍 예민해졌어. 살짝만 닿아도 터질 것처럼 한껏 부풀어 오른 풍선 같아. 엄마가 신경질을 내는 것도 이해는 돼. 나도 가끔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의 할머니가 조금 얄미워지기도 하니까. 그러면서도 한없이 짠해지기도 하고. 우리는 할머니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


박막례 할머니 영상을 보며 나는 사실 조금 초조했어. 할머니가 내 무심함 때문에 누릴 것을 못 누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해서 후회가 됐어. 그런데 그러지 않으려고. 우리에겐 앞으로도 남은 시간들이 많잖아. 이제부터라도 물어보면 되지. 할머니, 마카롱 좋아해? 하고.

 

 

 

20XX. 01. 12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다 그런 걸까? 처음엔 할머니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고 느꼈는데, 요새는 다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할머니는 죽음을 대비하며 점점 태초로 돌아가고 있는 거야. 우리는 그 과정을 함께 하고 있는 거지. 할머니가 우리가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걸 지켜 봐줬던 것처럼. 우리는 어린 시절로 회귀하는 할머니를 보고 있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할머니의 모든 행동들이 이해가 되는 거 있지. 할머니는 요새 유난히 똥, 방귀 같은 얘기들에 웃음을 터뜨리곤 하니까 지금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인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니 또 웃음이 나와.

 

엄마, 우리 조금만 더 마음을 편히 갖자. 우리가 어릴 적 기어 다니다 넘어지다 할 때 할머니가 박수를 치며 웃어주었던 것처럼, 우리도 그저 웃어주자. 적어도 즐겁기만 해도 모자랄 시간들을 짜증과 후회로 채우지는 말자. 천천히, 여유롭게, 눈앞의 장면들을 가슴 속에 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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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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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그리나
    • 담담한 문체에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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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람끼
    • 2021.04.18 01: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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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그리나글을 함께 향유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예그리나님께도 행복이 찾아들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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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람끼
    • 안녕하세요. 이 글을 쓴 에디터 고연주입니다.

      ‘할머니, 마카롱 좋아해?’는 몇 년 전, 엄마와 함께 할머니를 간병하며 쓴 일기에서 추린 글입니다. 당연히 겪게 되고, 마주하게 되는 노화와 죽음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글에서는 다 언급하지 않았지만 당시 나이 들어감에 대해 생각함과 동시에 사회에서 여자로, 엄마로, 딸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일기의 원본에서 수정을 거치며 개인적 감정을 빼고 담백하게 생각을 담아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어렵지 않게 읽히면서도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함께 향유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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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그라미
    • 안녕하세요 컬쳐리스트 서지유입니다.

      담백하게 담아낸 글이라고 하셨는데, 동시에 자연스레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든 글이네요.
      꽤 지난 일이지만, 그 전과 너무나도 다른 모습으로 병상에 앉아있던 이를 보고 당황해,
       화장실에서 몇 번이고 발을 씻는 척 하며 서 있던 때가 있었어요.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저녁이어서 발을 씻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제 표정을
      읽고는 씁쓸하게 웃던 이를 보며, 왜 난 활짝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지 못했나
      몇 번이고 후회했었어요.

      몇 달후, 왜일까, 왜 하필. 하며 묻는말에, 천사가 필요했나봐. 라던 저의 서툰 위로엔
      죽음에 대한 낯섦이 서려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믿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그냥 그대로 있을 것 같은 느낌.

      노화 그리고 죽음이 당연히 겪는 거라곤 하지만, 아니었음하는 마음이 더 커서,
      지워내기 싫어서 한 켠에 두기만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문득 꿈에 나왔을 땐
      '거봐, 잘 살고 있네.' 말하며, 좋은 기분을 갖고 살아가는 것 같구요.
      "뭐가 되었든, 좋았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상대도 나에게 같은 말을 할거라 믿으며
      끄덕이기도 하면서요.

      산다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도 산다는 게 다 이런건가 싶기도하고ㅎ 참, 모르겠어요

      연주님께서 언급하셨듯,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었어요. ..
      일상적이고 솔직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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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람끼
    • 2021.04.18 01: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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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그라미안녕하세요. 고연주입니다.

      지유님께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 될 수 있어 다행입니다.

      떠올리신 기억에서 제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공감이 되었습니다.
      죽음과 노화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가오는 게 무서워 눈을 돌리고 싶어지더라고요.

      이 글을 쓴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할머니를 대하는 건 여전히 후회와 고민으로 가득합니다.

      거기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을 덕분에 함께 나눌 수 있었네요.ㅎㅎ

      공감이 담긴 피드백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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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echae_lope_da
    • 안녕하세요, 에디터 이채이입니다.



      이 글이 올라올 때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일기 형식의 신선하고 뭉클한 글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일기이기도 하지만 대화까지 세세하게 서술해주셔서 잘 창작된 단편 소설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이지만 어렵지 않게 술술 잘 읽었습니다.

      일기형식으로 적힌 날짜 또한 세세한 날짜를 유념한다기보다는 흐름을 나누거나 이어가기에 좋았습니다!



      애증이라는 말이 있죠. 사랑하지 않으면 증오도 없습니다. 윤여정 배우님의 윤스테이라는 예능을 보여주셨는데요.

      저는 일전에 영화 '미나리'를 본 경험이 있습니다. 미나리에서 손자인 데이빗이 할머니를 처음보고서는

      낯설어하고 할머니를 싫어하다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점점 할머니와의 애정이 생기게 됩니다.



      할머니의 노화와 병이 무섭고 싫으면서도 결국에는 할머니를 향한 애정이 고연주님의 글에서도 잘 느껴졌습니다.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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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람끼
    • 2021.04.18 01: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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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echae_lope_da안녕하세요. 고연주입니다.

      글을 기고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어떤 식으로 올려야할지 고민했습니다.

      무거운 주제였고,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결국엔 저의 개인적 경험이었거든요.
      그래서 일기를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로 각색했습니다.

      제가 쓴 이야기는 결국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었거든요.

      그런 고민이 담긴 글을 흐름에 맞게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나리, 저도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미나리 외에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노인의 이야기가 다뤄지고 있지만
      아직도 노화와 죽음은 어렵게만 느껴지네요.

      글을 꼼꼼히 향유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ps. 채이님이 미나리를 보고 기고해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써주신 '영화를 추천하는 사람'에 해당하는 게 너무 많아서 웃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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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마
    • 안녕하세요 에디터 박정민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노화의 과정을 어린시절로 회귀하는 과정이라고 쓰신 부분이 정말 좋았어요.
      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사회는 (적어도 한국은) 늙음, 죽음, 질병을 너무나도 인생의 불순물처럼 분리를 해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죽음에 대한 대비를, 죽지 않으려는 대비만큼 해야 한다면 우리는 조금 더 쉽게 늙음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 까. 생각을 해 본적이 있습니다.

      잘 살아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간은 언젠가 늙고 쇠약해지고 죽게 되어 있기에, 잘 죽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기관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라는 단상을 한 적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서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 내재해 있다.’

      죽음을 생 만큼이나 담담하게 즐겁게 받아들인다면, 탄생 뿐만 아니라 죽음도 축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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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람끼
    • 2021.04.18 01: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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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마안녕하세요. 고연주입니다.

      죽음에 대한 대비, 어렵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비단 죽음을 앞둔 당사자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것이겠죠.

      잘 죽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곱게 늙고 싶다.’ 같은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하지만 죽음은 아직도 멀고,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하루키의 말처럼, 저 또한 죽음은 삶의 일부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히 맞을 수 있을까요?

      저에게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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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코빵
    • 안녕하세요, 에디터 조민영입니다.

       누군가를 간병해드리고 그 곁을 지키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건 저도 겪어보았기에 잘 알고 있습니다. 병원에 갈 때마다 걸음걸음이 무거워지고, 병실 안 다른 이의 아픈 모습도 계속해서 보게 되니 나까지 울적해지는 기분에 사로잡혀버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내 가족을 옆에서 바라보고 간병하는 것은 마음이 참 답답해지고 복잡하게 만들어준다 생각합니다. 가끔 떨쳐버리고 싶다가도 그런 기분을 느낀 내가 너무 창피해 금세 미안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렇게 내 소중한 누군가와 조금씩 이별을 준비해야한다는 건 머리로는 알고 있고, 언젠간 겪게될 일이어도 참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고연주님의 일기가 공감가는 내용들도 많고, 어쩔 줄 모르던 저의 모습도 생각나고, 그러다 서로가 서로를 위안해주던 기억이 다시 났던 것 같습니다.  특히 '엄마, 우리 조금만 더 마음을 편히 갖자. 우리가 어릴 적 기어 다니다 넘어지다 할 때 할머니가 박수를 치며 웃어주었던 것처럼, 우리도 그저 웃어주자.'라는 부분이 많이 뭉클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엄마에게 함께 힘내자 했던 말이 생각나기도 하고, 힘들고 슬픈 이 상황을 그저 함께 나눠보자 했던 그 마음이 떠오릅니다. 

       조금은 어렵고 힘들었을 글을 어렵지 않게 연주님의 방법으로 진실되게 담아주셔서 더욱 연주님의 상황을 제 상황과 대입해보면서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할머니와의 소중한 이야기 중에서도 조금은 무거운 내용을 담으셨지만, 그럼에도 연주님의 글을 통해 할머니와의 추억을 오래오래 소중히 간직되실 수 있길 바랍니다.

      연주님의 하나의 글을 이렇게 향유할 수 있어서 따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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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람끼
    • 2021.04.18 01: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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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코빵안녕하세요. 고연주입니다.

      민영님이 느끼신 감정들이 마치 제 것처럼 공감이 됩니다.

      할머니도, 저도 힘들었지만 늘 엄마에게 미안했던 마음이 기억에 남습니다.
      민영님처럼 함께 힘내자, 하지 못했던 것이 못내 후회로 남았습니다.

      마음이란 것이, 표현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것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입 밖에 내지 않은 마음은 결국 후회로 남더라고요.
      의식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려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거운 소재의 글임에도 공감하며 진심을 담아 향유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민영님의 공감과 위로 덕에 저도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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