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싸'가 뭐길래 - 화제의 클럽하우스, 그 이후의 이야기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02.2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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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새로운 SNS "클럽하우스". 실검을 장악하는 것은 물론, 유명 연예인들까지 클럽하우스에 관한 여러 의견을 내놓았고, 아트인사이트에서도 클럽하우스를 소재로 한 글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보다 클럽하우스에 관한 이야기는 잠잠해졌다. 활발하게 클럽하우스를 활용하며 소통을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지만, 초반의 화제 정도에 비하면 그 유행은 그리 오래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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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클럽하우스에 가입했었다. 클럽하우스의 'ㅋ'도 들어보지 못했던 때에 지인이 관심분야와 관련된 정보를 들을 수 있고, 현업 종사자들의 직접적인 이야기들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가입해보라며 '초대장'을 보냈었다. 그때만 해도 이 SNS가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지도 몰랐을뿐더러, '초대장'이 있어야지만 가입이 가능한 독특한 형태의 SNS인지도 몰랐었다.

 

팟캐스트나 라디오와 언뜻 비슷해 보이는 클럽하우스는 초대받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 방을 개설한 사람이 허락만 해준다면 언제든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방을 들어갔다 나가는 것도 자유롭다. 게다가 녹화나 녹음이 되지 않아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다.

 

초대장을 받고 들어가 폐쇄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처음엔 신기했고 그야말로 '있어 보였다'. 저마다의 '갓생' (God+인생, 멋진 삶을 사는 모습을 뜻하는 신조어)을 사는 이야기는 나에게 도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클럽하우스를 향한 관심이 금방 식어버린 이유는 결국 앞서 언급한 클럽하우스만의 독특한 특징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인싸가 뭐길래


 

가뜩이나 '인싸' (인사이더의 준말, 무리를 잘 이끌거나 무리에서 잘 적응하는 사람들)와 '아싸' (아웃사이더의 준말, 무리와 동떨어진 삶을 사는 사람들)에 예민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클럽하우스 초대장이 마치 '인싸들만의 특권'처럼 보였을 것이다.

 

너도나도 인싸가 되기 위해 초대장을 힘들게 구하고, 클럽하우스에 가입하려고 노력했을 텐데 클럽하우스 안에서마저도 인싸와 아싸를 구분 짓고 있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나 역시도 초반엔 관심 없었으나, 주변에서 나에게 가입 여부와 초대장 여부를 물어볼 때 내가 조금 인싸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인싸가 되기 위해,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가입하고선 '아싸'들의 모임이라는 방을 개설하고 있다. 마치 누가봐도 인싸인데 '나는 아싸야~'라고 말하며 인싸 중에서도 '튀어 보이려는 듯한', 역으로 인싸 of 인싸가 되고자 하는 모습들이 겹쳐 보였다.

 

심지어는 음소거 상태에서 서로 클럽하우스 계정을 맞팔하거나 자신의 개인 SNS까지 맞팔하며 사이버 인맥을 쌓을 수 있는 방들도 있었다. 어떤 방을 파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새로운 사실을 장벽 없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그저 나의 '인싸력'을 업그레이드 하고, 자신이 얼마나 인싸인지를 클럽하우스 계정과 개인 SNS 계정으로 보여주는 용도로 사용하는 데에 급급해보였다.

 

 

 

인싸들에게 잠식되어버린 공간


 

결국 클럽하우스는 그렇게 인싸들의 '인싸력 PR 공간'이 되어버렸다. 장벽 없이 관심 분야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도 얻으면서 자투리 시간을 보내는 용도로 쓰고자 했지만 이미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었고 내가 낄 틈은 없어 보였다. 애초에 가입부터 장벽이 있었던 SNS에서 장벽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을지도.

 

사이버 인맥을 쌓지 못했다면, 유명 연예인이 주관하는 방에서 관심을 끌만큼의 재치가 없다면, 성대모사 방과 같은 곳에서 뽐낼 수 있는 개인기나 능력이 없다면, 호기심에 들어갔다가도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방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영화나 음악을 좋아하니 가볍게 대화를 나눠볼까 하고 들어가도 서로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것보단 '나는 이만큼 영화와 음악을 잘 알아요! 나는 인싸예요!'를 열심히 과시하느라 바빠 보였고, 쉽게 만날 수 없는 현업자에게 정보나 조언을 얻고자 들어간 방에서도 '나는 이만큼 똑똑하고 갓생 사는 인싸예요!'를 어필하는 것만 같았다.

 

결국 별 볼일 없는 평범한 나는 인맥도 없고, 재치도 없고, 능력도 없고, 지식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내 자격지심 때문에 그렇게 느꼈던 거라면 유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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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듣는 것만으로도 재밌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럴거면 클럽하우스만의 강점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신분제 자체는 없어졌지만 이후의 자본주의 사회가 평등이라는 말에 숨어서 낳은 '묘한 신분제'가 더 무섭듯이, 자유 소통을 내세웠던 곳에서 묘하게 나누어진 등급에 나는 도망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나 잘 활용하면 좋은 SNS일 것이라 생각한다. 단, '인싸'가 되고자 하는 집착을 버린다면 말이다. 하지만, 남의 시선을 누구보다도 신경 쓰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인싸 되기'를 포기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당장 나부터도 공개된 SNS에서는 인싸처럼 보이는 게시물을 올리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거참 도대체 인싸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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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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