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름다움을 살피는 눈 뜨기 - 심미안 수업 [도서/문학]

미적 감각을 기르고 예술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면
글 입력 2021.02.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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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의 시대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보내주는 뉴스레터로 메일함은 늘 한가득이다. 구독신청을 했으나 귀찮아서 읽지 않은 채로 쌓여가는 메일도 많지만, 그래도 시간은 없는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할 때면 가장 상단에 있는 뉴스레터를 한번씩 열어 훑어보는 편이다. 직접 정보를 일일이 찾아보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고심해서 선정하고 정리한 양질의 콘텐츠를 읽을 수 있으니 확실히 편리하다.


대부분의 뉴스레터는 특정 분야의 최신 동향이나 소식을 전달하는 것에 집중한다. 각종 뉴스와 시사상식을 보기 좋게 요약해서 보내주는 뉴닉, Z세대라고 불리기도 하는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와 트렌드를 알려주는 캐릿이 한 예다. 이와는 조금 다르게 글, 영상, 음악, 책 등 자신이 보고 들은 콘텐츠 혹은 예술작품 중 좋았던 것을 타인에게 추천해주는 형태의 뉴스레터도 있다. 에디터 분과 취향이 꽤 잘 맞으면 좋은 음악과 책을 발견하는 창구가 된다.


취향에 맞는다는 것. 예술이 됐든 무엇이 됐든 살다 보면 무언가를 경험할 때 그 대상이 내 취향에 맞는가 아닌가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순간이 많다. 생각해 보면 어떤 사람을 만날 때도 그 사람이 나와 세상을 보는 관점이나 시선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 다시 말해 취향이 비슷한 것 같다고 느낄 때 그 사람에게 급속도로 호감을 느낀다.


예술에 있어서는 이 취향이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하다. 나만의 고유한 취향을 갖는다는 것은 우선 철저하게 개인화된 현대사회에서 타인과 구별되는 정체성을 갖게 해 준다. 그 다음으로 어떤 분야의 예술이든 특정한 취향이 형성돼 있으면 그 취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그 취향에 들어맞는 새로운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영역을 넓혀갈 수 있다.


물론 취향이 확고하면 한 가지 장르의 음악 혹은 특정 사조의 미술 작품만 즐기고 거기에 매몰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일단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잘 모르는 낯선 세계에도 도전하게 되고 취향도 바뀌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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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심미안 수업>의 저자는 취향을 ‘어떤 특정한 대상이나 분야, 종목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비슷한 것 사이의 차이를 얼마나 촘촘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의 여부’라 정의한다. 같은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처럼 섬세한 차이를 발견하고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능력, 다시 말해 심미안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진가로 오래 활동하며 미적 감각을 단련해온 저자가 내게 심미안의 세계로 이끄는 초대장을 내밀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연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에 있으며, 아름다움을 느끼고, 살피는 능력인 심미안 또한 인간만이 지닌 것이다.” 저자는 이 주장을 바탕으로 총 6장에 걸쳐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 작품을 감상할 때 감상자로서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의 경험과 비결을 나눈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좋게 말하면 예술 애호가, 나쁘게 말하면 예술에 관심은 많으나 많이 알지는 못하는 '딜레탕트'다. 그래서 사실은 에디터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 문화예술을 정말 좋아하고, 폭넓고 깊이 있게 향유하는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며 좋은 예술 작품을 발견하고 알아보는 능력은 어떻게 기르는 걸까 하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활동 막바지에 이르러 이 책과 만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저자는 책에서 우리가 예술 작품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할 때만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각이 깨어난다고 말한다. 알든 모르든, 일단 계속해서 다가가고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때 책이나 텔레비전처럼 간접적인 수단을 통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직접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고, 공연장을 방문해 음악을 들을 때 생생한 감각을 체험할 수 있다.

 

미술의 경우,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감상할 때 모든 사람들이 칭송하는 유명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정작 나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거나 그저 그랬던 경험이 많았다. 그림 옆에 붙은 설명을 읽고 다시 그림을 봐도 내가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고 있는게 맞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고, 애매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미술에 대한 무지와 부족한 감상 능력을 탓했지, 화가가 오랜 시간 공들여 그린 그림을 제대로 느끼려는 마음이 부족하다고는 생각을 못했다. 감흥이 올라올 때까지 그림을 바라볼 충분한 시간을 주라는 저자의 조언은 앞으로 전시를 감상할 때마다 되새기게 될 것 같다.


또 책을 읽다 보면 평소 관심이 별로 없었던 분야의 예술에도 다가가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클래식 음악에는 영 흥미가 없었는데 저자의 클래식 예찬을 듣다 보니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클래식의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맨날 듣던 음악에서 벗어나 클래식을 한번 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담백한 표현으로도 저자의 섬세한 감각과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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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디자인 파트에서는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파악하고 경험하는 ‘예술의 일상화’가 중요함을 강조하는데, 이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 감상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예술 애호가 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집 안에 수집하고 소유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저자는 일상에서 좋고 아름다운 물건을 통해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면 구태여 수집의 번거로움을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소유가 목적이 되면 계속 결핍감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느 곳에 있든지 언제나 아름다움을 자신의 생활 속에 지니기를 바란다."

 

- 막심 고리키

 

 

예술 작품이 주는 아름다움을 파악하고 경험하는 데 익숙해지면 매일 먹는 끼니의 그릇, 방의 조명처럼 일상의 물건과 도구의 디자인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좋은 삶을 이끌어갈 수 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본능은 인간 모두가 가진 것이다. 그 욕망을 일상의 것들을 통해 만족하게 하면서 자신만의 미감과 취향을 구축할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예술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술을 통해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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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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