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 시대의 셀러브리티 [문화 전반]

아이유 'celebrity'가 전하는 메시지
글 입력 2021.02.1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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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에 앞서 고민이 많았다.

 

이미 철 지난 주제는 아닌지, 내가 목소리를 보태도 될지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써볼까도 했지만, 얼마 못 가 파도를 만난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지워졌고 결국 다시 이 글로 돌아오게 됐다. 더는 무를 수가 없었다.

 

 

 

셀러브리티, 그들은 누구인가?



셀러브리티(Celebrity). 다시 말해, 대중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명인. 지금 우리 사회는 셀럽이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는 물론이고,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각종 SNS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디어가 발달하고 '연결'이 쉬워짐에 따라, 연예인이라는 틀에 갇혀있던 셀럽이 그 틀을 깨고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진행자 재재처럼 연반인(연예인과 일반인의 합성어)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 협찬품을 리뷰하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도 셀럽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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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본의 흐름과 뗄 수 없는 유착 관계를 맺고 있다. 돈이 흐르는 곳에, 광고주가 있는 곳에 그들이 있다. 그들을 따르는 '팔로워'를 기반으로 형성된 그들의 인기는 홍보에 제격이다. 광고주들은 먹잇감을 놓치지 않는다. 구독과 팔로우로 이뤄진 신뢰를 철저하게 이용한다.

 

모든 게 짜고 치는 고스톱. 이젠 신물이 날 지경이다. 정보를 얻기 위해 블로그를 여기저기 들어가 보면, 광고주가 신경 써서 강조해달라 부탁한 부분이 눈에 띈다. 조금 전, 집 앞 스터디 카페 검색했을 땐 블로그마다 스낵바를 강조한 사진과 시간당 가격을 강조한 문구가 반복됐다.

 

홍보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뻔히 홍보인 게 보임에도 불구하고 제휴나 협찬 표시를 안 한 건 팔로워들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팔이피플의 숙명


 

약 6개월 전, 유튜브에서는 검정 단색 섬네일에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이 인기였던 적이 있었다. 그 인기만큼이나 많은 유튜버가 유료로 협찬받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이용한 것처럼 시청자들을 속이고 있었다.

 

그들은 어쩔 수 없는 팔이피플(팔이와 'people'의 합성어)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공동구매(이하 공구)한다며 사람을 모으고 비싼 값에 물건을 파는 사람만 팔이피플이 아니었다. 공구든 협찬이든 결국 팔로워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다를 바 없다.

 

구독자들은 믿고 따라서 구매했는데 배신당했다며 분노했다. 왜 광고 표시를 누락했는지는 의문이긴 하다.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이 그럴싸해서? 대놓고 광고하는 것보다 PPL 쪽이 훨씬 효과가 좋아서? 사라고 하면 안 사고 싶은데 자꾸 눈에 띄면 사고 싶어지는 게 사람 마음이라?

 

어쨌든 광고는 미디어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TV 드라마에선 간접광고 형태로 등장하고,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블로그 등에선 협찬 제품 리뷰로, 포털에서는 검색어를 점령하는 형태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요즘 핫한 SNS인 셀럽하우스, 아니 클럽하우스에선 어떤 식으로 자본이 이용될지 혹은 악용될지 궁금해진다.

 

목소리만으로 소통하는, 초대장(유저에게는 인당 2매 주어짐)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는 소위 말해 인싸(insider, 아웃사이더의 반대말) 어플, 클럽하우스. 아직은 영향력이 미미하지만, 무서울 만큼 빠른 성장세를 타고 새로운 형태의 광고가 유입될 것이다.

 

 

 

나는 클럽하우스 이용자다



나는 클럽하우스 이용자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클럽하우스 이용자다'라는 말을 마패처럼 사용하는 이들을 본 적 있다(오늘도 보았다). 그들은 자신이 주류 문화(인싸)에 속한다고 자부심을 갖고, 그 사실을 자랑거리로 내세우고 있다.

 

인기, 팔로우에 의한 소외는 자본만이 아니다(사실 자본에서의 소외는 미미했다. 인기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절대다수가 아니니까. 광고주/셀럽에게 팔로워는 오히려 공들여 설득해야 할 팔이 대상이니까). 소외는 일상으로 스며든다.

 

인싸들만 얻는 초대장의 특권. 돈을 주고 구매해서라도 갖고 싶어 중고나라에서 인기 매물이 된 초대장. 소외되지 않기 위해 어렵사리 초대권을 얻어 대화방에 들어가면 또 다른 소외가 시작된다.

 

대화방에 참여한 사람들은 스피커(모더레이터), 스피커가 팔로우하는 사람(지인), 아무 연고 없는 사람 순으로 정렬된다. 그게 계층처럼 보여 소외감이 들기도 한다. - 유튜버 이연

 

물론 클럽하우스도 격 없는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시장 후보자들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던 반말방처럼, 얼굴 보고 말하기 민감한 주제를 눈치 안 보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명인의 방에 들어가면 어쩔 수 없이 '리스너'가 돼야 한다. 발언권을 얻기 힘든 경우가 많다. 앞서 가수이자 방송인 딘딘은 폐쇄적인 클럽하우스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클럽하우스에서 방을 개설하고 대화를 나누던 중 "일반인은 대화 받아주면 안 된다"고 하는 지인이 있었다고 한다. 딘딘은 자신의 일화에 한 마디 덧붙였다. 네가 뭔데. 결국 그는 클럽하우스에 대해 "권력화된 소통 같다. 같잖다"며 자신은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라 밝혔다.

 

클럽하우스라는 작은 사회에서 인싸 중 인싸, 셀럽 중 셀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유튜버 이연은 "클럽하우스 안에서 새로운 스타(인스타그램 등 자신의 기존 SNS 팔로워보다 더 많은 팔로워를 지닌)가 탄생한다. 누군가가 더 뜨고 누군가가 더 소외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다. 클럽하우스라는 집단에 들어가지 못해도 소외되고, 어찌어찌 들어가더라도 소외될 수 있으니 말이다. 결국 어느 곳에서나 소외는 사라지지 않는듯하다.

 

 


아이유, 시대에 역주행하다


 

한편 아이유는 시대의 흐름에 정면으로 맞서는 곡을 발표했다. 모두 아시다시피 곡 제목도 'Celerity'. 다소 거만해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따스한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그는 가사를 통해 당신이 내 셀럽이라고(You are my celebrity), 유일무이한 존재인 바로 당신이 셀럽이라고 외친다.

 

셀럽이 우리에게 셀럽이라고 하다니. 아이유는 스스로 셀럽의 특권을 내려놓는 것처럼 보인다. 셀럽이라는 이름을 'minor'한 취향의 인물에게, 자신에게, 또 우리에게 붙여줌으로써. 달콤하고도 짜릿한 지위는 노래 하나로 격하된다.

 

 

세상의 모서리

구부정하게 커버린

골칫거리 outsider

걸음걸이, 옷차림,

이어폰 너머 play list

음악까지 다 minor

 

넌 모르지

떨군 고개 위

환한 빛 조명이

어딜 비추는지

느려도 좋으니

결국 알게 되길

 

The one and only

 

You are my celebrity

 

 

누군가는 그토록 원했던 자리인 셀럽. 아이유는 그 자리를 전혀 개의치 않아 한다. 평소 꾸준한 기부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이유의 행실이 스치는 지점이다. 우리는 그로 인해 셀럽의 인기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사용해야만 하는지 알게 됐다. 팔로워들은 그가 그려놓은 선한 점선을 따라갈 것이다.

 

아이유는 소외된 자들이 자신의 손을 잡을 수 있게 한 발짝 계단을 내려온다. 그리고 고개를 들라고, 우리를 환하게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를 보라고 손짓한다.

 

 

[임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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