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왜 도플갱어를 만나면 죽는 걸까? - 영화 '인투 더 미러'

평행우주의 또 다른 나
글 입력 2021.02.0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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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Doppelgänger)를 만나면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유가 뭘까? 도플갱어는 물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환영이고, 그 환영을 보고 나면 심약해지기 때문에 병을 앓다가 죽는다는 이야기도 있고, 도플갱어 자체가 초자연적인 존재라서 알 수 없는 힘으로 죽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튼 도플갱어는 그 원인을 명백히 밝혀낼 수 없기 때문에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지는데, 이 도플갱어가 물리적으로 존재한다면 어떨까. 나와 외모와 본성은 완전히 같지만 조금 다른 삶을 사는 평행우주의 또 다른 ‘나’ 말이다. 2월 17일 국내 개봉을 앞둔 아이작 에즈반 감독의 <인투 더 미러(Parallel)>는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평행우주와 그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를 보여준다.

 

멀게는 <백 투 더 퓨처>, 가깝게는 <테넷>, <상견니>까지 시간 여행은 다양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사용되는 소재다. 시간 여행을 통해서 선형적으로 흘러가는 서사를 접었다 폈다, 한 부분을 건너뛰거나 한 부분만 반복하는 등 풍부한 변주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멜로드라마에서는 과학적 믿음을 거스를 만큼 강한 믿음과 사랑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스릴러물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타임슬립, 타임워프, 타임루프, 타임리프 등 시간을 쥐었다 폈다 하는 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수히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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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 더 미러>는 시간 여행이 만들어내는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적극 활용한 ‘타임 스릴러’ 영화다. 시간 여행 중에서도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이는 타임워프물에 속하는데, 다양한 시간대를 오가는 것보다는 각기 다른 속도로 흘러가는 무한한 평행우주를 넘나드는 것을 다룬다.

 

영화의 주인공인 노엘(마르틴 발스트룀), 리나(조지아 킹), 조쉬(마크 오브라이언), 데빈(에멜 아민)은 소규모의 스타트업 기업을 꾸리고 주차 앱을 개발하는 단계에 있는 친구들이다. 앱 출시를 약속했던 투자사가 당초의 약속보다 훨씬 촉박한 기한을 제시하면서 현실적으로 앱 출시가 불가능해지고, 네 명의 주인공은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다. 서로 다투던 팀원들은 숙소이자 사무실로 사용하던 집의 벽 너머에 공간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고, 누군가 사용하던 흔적이 남아 있는 다락방을 발견한다.

 

다락방에는 건물 전체의 방 곳곳을 감시할 수 있는 감시경과 평행우주로 통하는 낡은 거울이 있는데, 거울 너머의 평행우주는 현실 세계보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아내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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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거울과 평행우주를 접하게 된 이들은 시간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흐르는 평행우주에서 앱 개발을 마치고 돌아온다. 현실에서는 말도 안 되게 빨리 개발을 마친 것이 되었고, 노엘은 평행우주의 넘쳐나는 시간과 돈을 활용해 점차 기업의 덩치를 불려 나간다. 리나는 각각의 세계마다 창작의 영역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 이를테면 교과서에 실릴 만큼 유명한 미술 작품은 현실 세계의 명작과 다르다는 점을 이용해 작가의 꿈을 이룬다. 조쉬는 관심 있던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데빈은 현실에서는 자살한 아버지가 죽지 않은 세계를 찾기 위해 평행우주를 여러 차례 넘나든다.

 

하지만 인류의 능력을 벗어난 기술을 손에 쥔 사람이 으레 그렇듯 욕심은 화를 부르고, 평행우주에서 총을 맞은 조쉬가 죽는 일까지 벌어진다. 경찰에 신고하면 지금까지 거울을 활용해 부당하게 돈을 벌고 있었다는 것을 들킬까 두려워진 노엘은 급기야 평행우주의 다른 조쉬를 납치해서 바꿔치기할 것을 제안한다.

 

도플갱어를 마주친다는 건 두 개의 평행우주가 충돌하는 사건이기 때문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평행우주를 처음 발견한 주인공들은 ‘나’를 마주치는 건 위험할 것 같으니 최대한 피하기로 약속했지만 조쉬의 죽음 이후 불가피하게 도플갱어를 이용하게 된다.

 

영화의 원제 ‘parallel’이 의미하듯 평행우주를 이용하는 것이 서사의 핵심이고, 평행우주의 도플갱어를 만나는 것, 찾는 것도 중요한 사건으로 기능한다. 다른 세계에서 납치당해 넘어온 또 다른 조쉬는 자신이 기억하는 것과 미묘하게 어긋나 있는 세상에 대해 의문을 품고 리나와 노엘을 찾아가며, 영화는 이 장면부터 끝까지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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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 더 미러>에서 도플갱어는 정신적으로 충격을 주는 공포스러운 존재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철저하게 어떤 실체로써, 서로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물리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영화는 주인공들이 이사 오기 전, 그 집에서 살던 여자가 거울에서 나온 또 다른 자신에게 살해당하는 시퀀스로 시작한다.

 

또 네 명의 주인공의 도플갱어가 한 번씩은 꼭 등장하는데, 둘 중 한 명은 꼭 죽거나 사라진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물론 둘 다 죽을 수도 있다. 어쨌든 도플갱어를 만나면 둘 중 하나는 사라져야 한다는 이론은 이 영화에서도 유효한 듯하다. 하지만 도플갱어를 만난 충격에 몸져눕는다거나, 꼭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건 아니다. 무엇이 진짜 ‘나’인지, 자아에 대해 혼란을 겪는 과정도 나오지 않는다.

 

영화의 후반에서 노엘은 평행세계의 또 다른 자신과 협업하고, 다른 사람의 눈에는 마치 그가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도플갱어까지 이용하려 한 그는 결국 파국을 맞는다. 즉, 이 영화에서 도플갱어를 만나면 죽는 이유는 결국 등장인물의 욕망과 얽혀 있다.

 

타임워프 소재를 다루고 있는 일종의 판타지물이지만 평행우주에 대한 경외심이나 경탄은 생략하고 그것을 이용하려 드는 인물의 욕망과 갈등에 초점을 맞춰 긴장감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어떤 장르라고 콕 집어 말하기 힘든 흥미로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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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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