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지금 이 앞을 지나가는 당신, 당신은 저를 꺼내 읽을 수 있어요

예술과 삶을 사랑하는 사람 = 조우정
글 입력 2021.01.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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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저에게 있어 특별한 해였어요. 조우정이라는 뿌리가 흔들리지 않고 저 깊숙이 묻혀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단단해진 느낌을 받았거든요. 저는 대인관계가 넓기보다, 굉장히 좁은 틈에 물이 가득 차 있는 흙처럼 꾸덕꾸덕해요. 그만큼 친한 친구와 지인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에요.

  

그러한 소중한 제 지인들로부터 작년부터 지금까지 많이 듣는 말이 있어요. “우정아, 너는 여린 풀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참 단단해 내면이.” 23년이라는 기간 동안 때로는 진심이었고, 때로는 형식적으로 들렸던 지나가는 칭찬을 많이 받고 살았는데, 이 칭찬만큼 따라갈 수 있는 듣기 좋은 말은 없을 것 같아요.

 

괜히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고 충분히 잘 지내고 있다는 감정에 취해 제 자신을 칭찬하는 날을 날잡고 가지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 즐거운 시간의 바탕을 기회 삼아 모든 사물에, 사람에 어떤 감정을 느끼며 지내고 있는지 정리 해보고 싶었어요. 저는 제가 저를 제일 궁금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웃음)

 

그래서 약 한 달 전쯤, 제가 애정을 듬뿍 담아 활동하고 있는 “아트인사이트”에 늘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공통된 연락을 돌렸어요. 그 안에는 학창시절에 만나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곁에 있어준 친구들과, 대학 동기 그리고 선배들의 질문들로 합이 이루어져 있네요.

 

취합해보니, 다행히 중복된 질문들은 거의 없어서 대답하는 재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나이대가 다 똑같거나 비슷하다 보니 질문의 키워드는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큰 틀의 키워드를 기반으로, 세심하게 던져준 질문들을 요리조리 잘 조합하고 비벼서 시원하게 한 번 대답해보겠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요?)

 

영화를 좋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나아가서 더 깊게 사랑하고 싶어지는 장르가 되었어요. 그래서 한 주에 적어도 2편은 꼭 보려고 해요. 무작정 많이 보는 것만 답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에게는 우선 다양한 장르와 개성 넘치는 감독들, 연기파 배우들을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또한 관심 있는 분야를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교과서 암기 공식처럼 딱딱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영화라는 장르에 부드럽게 다가가서, 은은하게 하나씩 배우고 싶어요.

 

제가 실질적으로 배우고 싶은 건 영화적 기술도, 영화의 장르도, 영화의 현장도 아니에요. 저는 늘 영화감독이라는 한 명의 인간이 신비스럽고, 계속 궁금하고, 간접적으로라도 알아가고 싶은 대상이에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있어서 과제나, 대외활동으로 카메라를 들어야 하는 순간들이 빈번히 생겼었어요. 그런데 머릿속에 있는 장면들을 구현하는 것과 대상을 프레임 안에 담아야 하는 구도에 감을 찾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또 제일 부담스러운 건, 촬영은 협동조합이니깐 팀원들 옆에서 결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잘하고 싶은 마음은 큰데, 옆에서 쳐다보고 있으면 괜히 부담스럽고 식은땀이 나더라고요. 그렇게 현장에서 서툰 모습을 누구보다 스스로 잘 느껴지니깐, 속상했던 날들이 있었어요. ‘아 ~ 혼자서 카메라 잡을 때는 잘 하는데, 왜 현장에선 내 능력이 안 나오냐..’ 이러면서요. (웃음)

 

그런데 거장 감독이든, 아직 인지도가 없는 감독이든 그런 경계 구별 없이 감독들은 그 현장에 일어나는 수백 가지의 상황을 통솔하면서, 원하는 그림을 만들잖아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극본까지 쓰는 감독들은 인간적으로 더 존경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을 창작한다는 건 그만큼 천재성도 있는 거지만,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하다는 성향이 입증된 사람들인 것 같아요. 이 지점들에 뭉쳐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저도 영화라는 장르에 지금보다 더 푹 빠져야겠죠. 언젠가 영화인들과 대등한 실력으로 곧게 다듬어서, 영화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창작인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물에, 사연에, 사람에 날카롭게 촉을 세워서 그 에피소들을 다 제 걸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준비는 끝났어요. 언젠가 영화라는 분야에 승화시킬 수 있겠죠?

 

그렇다고 영화감독이 최종적인 꿈은 아니에요. 그저 사회에서 제가 긴 시간 동안 머무는 터전이, 영화로 둘러싸여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아요. 요새는 직업이 고착화되어 있지 않잖아요. 평론가가 라디오 DJ나 게스트도 할 수 있고, GV도 할 수 있는 세상이고. 또 마케터가 마케팅뿐 아니라, 직접 감독을 만나서 의견을 조율하고 한 영화에 의견이 투입될 수 있는 세상이니까. 그 어떤 것들이라도 저는 좋고, 원해요. 글을 쓸 때는 잘하고 싶다는 의욕이 넘치는 것처럼, 영화판에 제가 들어갈 수만 있다면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크기는 언제나 우뚝 솟아올라있을 것 같아요.

 

 

■관계(는 어떻게 이루고 있나요?)

 

인간관계에는 무조건 힘을 풀어요. 노력을 안 한다는 게 아니라 노력은 기본 베이스로 깔지만, 누군가를 원해도 힘을 절대 들이지 않아요. 아직 적은 나이지만 23년이라는 시간 동안 깊이 느낀 게 하나 있는데, 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얽매어 있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래 보고 싶은 친구나 지인들이 있으면 오히려 너무 많은 부분들을 함께 공유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게 제 애정표현인 것 같아요. 약간 무뚝뚝할 수도 있고, 건조해 보일 수 있지만 제 기준에서는 인연을 길게 이어가고 싶어서 만든 제어력이에요.

 

인간 대 인간으로서 존경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어요. 맡은 일에 진취적이고, 성격이 시원시원한 사람들이 존경적인 바운더리 안에 들어가는 사람들인 것 같네요. 시키지도 않았는데, 앞장서서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에너지가 남달라 보여서 배울 점이 참 많아요. 그래서 옆에 있으면 함께 성장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오래 보고 싶은 감정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이성으로는 어떤 유형의 사람을 좋아하냐는 질문도 꽤 있었어요. 이것도, 무조건 답은 하나인 것 같아요. 진취적인 사람.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꼬리잡기 게임으로 예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맨 앞, 지휘대에 서서 리더십을 보여주는 사람이요. 거기에서 실수하는 점이 보이고, 서툴더라도 그 또한 멋있게 느껴질 것 같아요.

 

예전에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그려나가면, 그려진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부푼 이상이 있던 것 같은데, 그런 건 없더라고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저 먼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성향과 성격이 나아갈 수 있는 곳까지 진취적으로 제 삶을 지휘할 예정입니다.

 

 

■음악(플레이리스트 중 하나만 추천해 줄 수 있나요?)

 

음악에 스펙트럼을 좀 넓히고 싶어요. 그래서 유튜브랑 친구들의 프로필 뮤직을 유심히 보는데, 궁금해서 다운로드했다가 또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맨날 듣던 노래만 계속 반복 재생 중이에요. (웃음)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다시 잠들기 전까지 음악을 끼고 살아요. 흘러나오는 멜로디가 없으면 괜히 불안하고 어딘가 텅 빈 듯한 느낌이 들고 해요. 지금도 동네 카페에 나와서 노트북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는데 양쪽 귀에는 이어폰이 꽉 누르고 있어요.

 

아! 그리고 한 달 전쯤에 홈쇼핑으로 LP 판을 샀어요. 그래서 친오빠가 중고로 신해철 LP를 사줬는데, 핸드폰이랑 들을 때랑 느껴지는 가사의 온도가 확연히 다르더라고요. 같은 가사고 멜로딘데도 아날로그적인 서사가 함께 더해지면서 마음을 더 몽글몽글하게 만들었어요. 그중, 신해철의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난생처음 LP를 접하는 그 순간에 사랑하는 가족들과 같이 들은 첫 노래에요. 또, 지금 제 이야기를 활자로나마 슬쩍 훑고 계신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해서.

 

시국이 시국인지라 사람의 감정도, 바깥 풍경도 급격히 마르고 있다고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 말이 형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라, 실제 온몸으로 뼈저리게 반응이 오더라고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순간을 통해 사람이 성장하고, 마음이 건강해지고, 사회성도 더 높아지는데 혼자가 익숙해지니까 그 소중함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약간의 두려움이 생겨났어요. 혹여나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는 분들이 있으면, 점점 얼굴에 웃음도 생기도 잃어갈 수 있어요. 그러니 가사 내용처럼 <이 세상 살아가는 이 짧은 순간에도 우린 서로를 아쉬워할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자>는 의미처럼 항상 밝게 웃으면서 지냈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 국민 전부 다요!

 

     

■옷(스타일이 어떤가요?)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넓은 스펙트럼의 옷을 소화해보고 싶은 욕심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아이쇼핑도 많이 하고, 직접 돌아다니면서 많은 옷들을 입어보려고 해요. 처음 성인이 된 때는, 사놓고 막상 안 입는 옷들이 많아서 버리기도 했어요. 그 시기에는 어떤 소재가, 어떤 핏이 저한테 정확히 어울리는지 모를 때니까 제 눈에 예쁘면 무조건 사야 하는 습관이 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값싼 옷을 사더라도 매서운 신중을 가해요.

 

옷을 구입할 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포인트는 잘 떨어지는 핏과 깔끔함의 조화로운 매치에요. 너무 꾸민 듯한 느낌을 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무조건 꾸민 듯 안 꾸민 듯 꾸민 느낌을 주는 깔끔한 칼라의 색감으로 조합해요.

 

대학교에 다니면서 간혹 언니들이나, 동기들이 제가 입는 스타일에 관심을 많이 가져줬어요. 막 휘양 찬란하게 꾸미고 다니지는 않지만, 제가 입었을 때 어울리는 느낌을 확실히 알고 있어서 그렇게 좋은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옷은 외적인 하나에 불과하지만, 그 또한 제가 달고 다니는 하나의 표현이고 감정이기 때문에 대충 걸치고 다니는 느낌을 안 좋아해서, 많은 성의를 주려고 했던 노력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옷이야말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최소이자, 최대의 방법이기에 오늘도 제 취향을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미래(에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 질문 또한 명확하게 답변할 수 있어요. 일과 취미를 균형 있게 저울질할 수 있는 삶이 꿈이에요. 너무 일에 매진해서 나머지 것들을 못 보는 삶도 원하지 않고, 그렇다고 잔잔한 일상과 취미에만 몰두해서 행복한 삶만 누리겠다는 욕심도 없어요.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적당히 성취감도 받고, 적당히 스트레스도 가져오고 싶어요. 그게 긴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 같아요. 또, 그 나이 대에만 겪을 수 있는 경험이라는 게 분명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때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모조리 저한테 흡수시키고 싶어요.

 

돈도, 권력도, 명예도 저한테는 큰 매력 덩어리는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제 손에 들어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서 방방 뛰겠지만, 이런 건 조금 밑에 있는 순번이에요.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고, 색다른 경험을 한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어떤 ‘아이덴티티’를 개성있게 달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만의 스토리가 담긴 글을 정성껏 마무리 한 이유에요!

 

**

 

이미 가는 실로 매듭지어진 과거도,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꿈같은 미래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그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순간에만 즐겁고 긍정적으로 지내려고 노력해요. 그러기 위해선 예술, 관계, 삶. 어느 하나 치중되지 않게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애를 써야겠다는 하늘하늘한 설렘이 몰려오네요. :)

    

 
여러분들을 지탱하는 키워드 또한 너무 궁금해요. 언젠가 기회가 생긴다면 아트인사이트의 아름다운 울타리 안에서 만나는 날이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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