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현실적인 코미디 드라마 산후조리원 [드라마]

글 입력 2021.01.0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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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번 주 아트인사이트 오피니언에서 ‘낙태’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면, 이번엔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낙태와 출산. 너무나도 상반되는 주제인 것 같지만 사실 면밀히 살펴보면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며 배려해야 하는 부분은 같다. 바로 임신과 출산의 주체인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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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드라마에서 출산에 대한 장면은 아기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 산후조리원에서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산모의 입장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이 특이하다.

 

갓 출산하고 산후조리원에 들어간 초보 엄마들과 그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적절한 코미디 요소를 가미하여, 임신과 출산을 겪은 사람들에게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가벼운 마음으로 배울 수 있는 임신과 출산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각각 다른 사연을 품고 있는 개성 강한 엄마들의 캐릭터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을 수는 없듯이 모든 엄마도 똑같을 수는 없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공통된 일을 겪으며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삶을 사는 엄마들의 캐릭터를 간단히 소개하고 싶다.

 

 

 

워킹맘 오현진



워킹맘을 대표하는 캐릭터이자 주인공인 오현진은 42세의 나이로 회사에서 최연소 상무가 됨과 동시에 최고령 임산부가 되었다. 그는 아이도, 일도 포기할 수 없어 두 가지 방면에서 모두 잘해 보려고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더욱 녹록지 않았다.

 

아이를 잘 키우고는 싶지만 아는 것이 없어 방황하고, 육아 공부를 제대로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또 일을 하고는 싶지만 일에 집중하다 보면 아이에게 쏟을 시간이 부족해진다.

 

초보 엄마이자 워킹맘인 오현진의 처지도 이해가 가고, 언제까지고 육아휴직에 들어간 상무 자리를 비워 둘 수는 없는 회사의 입장도 이해가 가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캐릭터이다.

 

 


완벽한 엄마의 이미지, 조은정


 

이름보다는 사랑이엄마, 쌍둥이엄마라고 많이 불린 캐릭터 조은정은 겉에서 보기엔 너무도 완벽해 보이는 엄마의 이미지 그 자체이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보이는 ‘완벽한 엄마’의 이미지를 위해 자신만의 삶은 희생하고 있다. 아이들이 사고를 쳐도 혼자서 끙끙 앓으며 일을 수습하고, 아이들의 매일은 즐거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계획하지만 정작 본인의 생일엔 챙겨주는 이 없이 혼자 보낸다.


완벽한 엄마도 결국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해 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진보적인 엄마, 이루다


  

모유 수유를 추구하고 있는 조리원에서 자신은 모유를 주지 않고 분유 수유만 하겠다고 선언한 25살 엄마 이루다는 진보적인 언행으로 보수적인 조리원에 큰 파장을 불러온다.

 

루다의 캐릭터는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엄마들의 희생에 질문을 던져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주고, 동시에 아이를 사랑하는 모습도 보여 주어 기존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고 해서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려 준다.

 

물론 이 캐릭터는 정답이 아닌, 그저 사회가 변화하며 새롭게 생겨난 유형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 해결해야 할 나름의 고충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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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여성이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도 임신과 출산에 대해 모르고 살았다. 아니, 큰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어머니의 배 속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임신과 출산은 우리에게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었으며, 동시에 한 생명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거대해서 우리에게 범접할 수 없는 특별함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와 ‘임신이 뭔 대수라고’라는 말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임신과 출산을 가까이에서 보면 그다지 위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시당할 만 한 것도 아니다. 임신하면 모성애라는 것이 저절로 생기는 것인 줄 알았지만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고 나서도 정말로 모성애란 것이 생긴 건지 아리송하고, 출산이라는 것은 고통만 좀 참으면 되는 줄 알았지만 사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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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중 저승사자를 만난 오현진

(드라마 산후조리원 中)

 

 

이 드라마를 통해 임신과 출산을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그들을 더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드라마 마지막 회에서 조은정(사랑이 엄마)의 남편이 육아에 무심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듯, 결혼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던 이루다가 남친과 시어머니의 도움으로 불안감을 떨쳐내듯이 말이다.

 

 

[유지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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