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승진하기 좋은 날 - 부당거래 [영화]

글 입력 2020.12.14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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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의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당거래

The Unjust, 2010

 

감독 : 류승완

배우 :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지 3개월.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건 해결을 촉구하자 경찰청은 마지막 카드를 꺼낸다. 바로 어떻게든 범인을 만들어 사건을 종결시키는 것. 이를 해결할 사람으로 광역수사대 에이스 ‘최철기’ 반장이 지목된다.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매번 승진에서 물만 먹던 그는 이번 건만 성공시키면 없는 줄도 만들어주겠다는 상부의 제안에 해동건설 ‘장석구’를 앞세워 사건에 뛰어든다. 한편 부동산 업계의 거물인 김회장의 스폰을 받는 검사 ‘주양’은 ‘김회장’의 부탁으로 철기의 뒤를 캐고, 철기는 그런 그가 거슬리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장석구가 김회장을 살해하면서 얽히고설킨 네 남자의 관계는 더럽게 꼬이기 시작하는데.

 

***

 

어떤 노래를 떠올린다.

 

 

“또 하루가 가고

내일은 또 오고

이 세상은 바삐 움직이고

그렇게 앞만 보며 걸어가란 

아버지 말에 울고“

 

 - 미생 OST <내일> 中 -

 

 

그렇게 다들 아등바등 살아간다. 아니 살아남는다고 할까. 그러고 보니 ‘탈무드’를 보면 우리들의 삶을 동물에 비유하여 이렇게 쓰여 있더랬지.

 

“중년-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사람들의 호의를 구걸한다.”

 

막막한 오늘 우리는 또 어떤 사람을 만나볼까. 사연함을 뒤지다 보니 어느 40대 남성의 하소연이 들어있는 편지가 눈에 띈다. 그 흔한 줄도 빽도 없는 팔자라 새파랗게 어린 후배 놈에게 승진 기회를 빼앗겼단다. 이번이 세 번째라나. 이 구질구질한 사연에 짜디짠 눈물이 아니 솟을 리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 주인공은 이 분으로 하겠다. 오늘도 고단한 삶을 견뎌내느라 불철주야 수고하시는 서울시경 광역수사대 강력반장 ‘최철기’씨의 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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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밀렸다. 젠장, 벌써 세 번째다. 어린놈이 먼저 팀장 달았다고 ‘섭섭해하지 마시고 잘 좀 도와주십시오, 최반장님?’ 말이라도 좋게 할 거면 ‘선배’ 정도는 붙여야 하는 거 아냐? 아직 발령장도 안 나온 놈이 벌써부터 최반장, 최반장이야.

 

가뜩이나 쓰린 속 어쩌지 못해 착잡한데 이번엔 내사과에서 들이닥친다. 오늘은 다 같이 내 속을 뒤집어놓기로 작정한 날인가. 팀원들이 나 모르게 받아먹은 뇌물에, 처남이라는 놈은 내 이름 팔아서 양아치 돈까지 받아먹어? 아아, 기타노 다케시가 그랬던가. 남들이 안 보면 내다 버리고 싶은 게 바로 가족이라고. 승진이고 뭐고 그냥 때려치울까. 근데 때려치우면 뭐해 먹고 사나. 의사는 때려치우면 개업하면 되고, 소방관은 점검업체에서라도 불러준다던데 경찰인 나는? 흥신소 명함이나 돌릴 팔자인가.

 

진짜 뭐 같다. 대낮부터 퍼마시는 술맛도 뭐 같다. 그런데 국장이라는 양반이 와서 하는 말이, 위로는 못해줄망정 아동연쇄성폭행살인사건 범인이 필요한데 나보고 만들어다 바쳐라? 그래, 잘 되면 좋고 못 되면 줄도 빽도 없는 놈 자르기 쉽다 이거지. 그래, 좋다. 원하는 대로 해주마. 망한다고 한들 지금보다 더 나쁠까, 지금 내 팔자에. 진짜 승진 한 번 하기 더럽게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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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 몰래 돈까지 받아서 그 돈으로 룸이나 다니는 처남부터 손 보고, 김회장 건으로 간 보는 알량한 검사 놈 물도 좀 먹이고. 포도청인 내 목구멍부터 좀 축여놨으니 이젠 일 좀 해볼까. 장석구 이놈한테는 맡기긴 싫은데 찬물 더운물 가릴 형편인가. 위에서 까라니 얼른 까드려야지. 그냥 범인 될 배우나 신경 쓰면 된다.

 

이름 이동석. 갱생 여부는 내 알 바 아니고, 9살짜리 건드려서 X신 만든 걸로 12년 받아놓고선 6년 살고 나왔네? 그냥 나머지 죗값마저 받는 셈 치지, 뭐. 연기 지도는 장석구 몫이고, 나야 그대로 받아다 검찰에 넘기면 되니깐. 어차피 술술 자백하겠다. 증거도 마련했겠다. 진범이 미쳤다고 나타나지 않는 한 조용히 해결될 사건이라고.

 

그럼 이제 다 끝났으니 미뤄둔 치과나 한 번 가볼까. 뭐야? 누가 이 시간에 전화를……. 여보세요. 뭐, 김회장이 죽어? 장석구 이 망할 놈이 벌써부터 초를 쳐? 하… 승진 한 번 하기 더럽게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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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구, 니가 감히 나한테 찐 붙어? 이게 대한민국 경찰이 만만하지? 일 하나 주니깐 세상이 다 니꺼 같지? 이동석이 기소만 돼 봐. 뼈까지 꼭꼭 씹어 먹어줄 테니까.

 

그나저나 주검사 이놈은 범인 물어다 줬으면 얌전히 드시기나 할 것이지. 니가 김회장 죽는 자리에 같이 있던 게 내 알 바야? 됐다. 신경 써서 뭐하냐. 장석구가 자기가 범인이라고 떠들 리도 없고 가만두면 언론도 범인보단 김회장이랑 같이 놀아난 검사한테 몰릴 텐데. 난 그냥 이동석이 빵에 들어가는 거 보고 계급장이나 바꿔달면 되지. 주검사, 지 까짓 게 뛰어봤자 벼룩이지.

 

(형님! 형님!) 뭐야? 뭐 땜에 그래? 신문이 왜........ 이동석 이 XX가! 받을 거 다 받았음 곱게 빵에나 쳐들어갈 것이지, 불긴 뭘 불어! 이게 뒤질라고! 이제 어떡하지? 골프장 사진이라도 들고 가서 주검사 협박이라도 할까? 근데 안 통하면? 장석구 이놈은 도대체 애 교육을 도대체 어떻게 시켜놓은 거야? 젠장, 정말 이 방법밖엔 없나. 승진 한 번 하기 진짜 뭐 같이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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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이제 괜찮을 거야… 이동석이 죽었으니 이제 더 떠들 말도 없겠지. 장석구 이놈이 문제지만 승진하고 나서 정리하면 돼. 그때까지만 참으면 돼. 네? 검찰이요? 팀장님! 뭐야, 수정아 왜 또… 누가 들이닥쳐? 주검사 이게 진짜 미쳤나!

 

아무래도 뭐 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미친 주검사는 어차피 자기가 물릴 판에 죽자 살자 덤벼들겠지. 우리 애들이랑 지선이까지 끌고 간 놈이 뭔들 못 할까. 안 되겠다. 기자. 무조건 기자. 뭐라하면 신발이라도 핥는 거야.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면 돼.

 

장석구는.... 니가 은혜를 이따위로 되갚아? 너도 니가 키우는 개한테 한 번 물려봐라. 우선 장석구부터 처리하고....... 좋아. 장석구도 죽었겠다. 저 피라미도 자기 형님한테 배워 먹은 게 있으니 보험은 들어놨겠지. 내가 언제까지 니들한테 놀아날 거라 생각하냐. 장석구 다음은 원래 너였어, 임마.

 

근데… 대호 쟤가 여기 왜 와? 이젠 너까지 나한테 난리냐? 제발 좀 가라, 가! 이제 거의 다 끝났다고! 김대호 이놈아... (총소리) 어? 뭐야… 야, 대호야! 정신 좀 차려봐! 곽대호! 눈 뜨라고! 그러니까 내가 오지 말랬잖아! 아아악, 저 망할 놈들! 승진 좀 하자고 이 빌어먹을 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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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끝난 일이야. 이제 팀장도 달았겠다. 장석구 패거리도 더 이상 볼일 없고, 주검사 그 양반도 이젠 안녕이야. 이동석은... 그놈은 진범이었잖아. 망할 놈. 그런데 감히 그 난리를 쳐? 뼈까지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놈.

 

근데 대호는... 썅. 대호 가족은 내가 죽을 때까지 돌봐주면 돼. 대호 아들놈 졸업식이랑 결혼식, 돌잔치까지 다 내가 가주면 되지 뭐. 대호한테 못해준 건 나머지 우리 애들한테……. 휴. 근데 어떤 놈이 자꾸 클락슨을 눌러? 야, 너 뒤지고 싶어? 어라, 저놈은…? 우리 애들은 또 왜 여기에…? 어? 갑자기 나한테 왜……. 설마 대호.... 어떻게.... 씨... 이제 겨우 팀장 달았는데, 드디어 승진했는데.... 썅, 먹고살기 진짜 더럽게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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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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