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인덱스 - 지성사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색인의 역사 / 데니스 덩컨

글 입력 2023.12.0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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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대 알고리즘의 시대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뉴스 플랫폼 가릴 것 없이 알고리즘에 목숨을 건다. 플랫폼을 이끌어가는 운영자건 그걸 쓰는 사용자건 관계없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면 더더욱 목숨을 건다.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콘텐츠를 노출해야만 하니까. 그 알고리즘의 시작이 색인이다.

 

정보가 너무 없어서 문제이던 시대에서 너무 많아서 문제인 시대로 넘어왔다. 2025년이면 175 제타 바이트 용량의 데이터를 생산할 거라고 한다. 1 제타 바이트가 1조 1,000억 기가바이트다. 요즘 컴퓨터에 들어가는 하드디스크 용량이 테라바이트 단위다. 1테라바이트가 1,000기가 바이트다.

 

175 제타 바이트를 하드디스크로 만들어서 쌓아 두면 얼마나 거대한 무더기가 생길지 감이 잡히는가. 정리를 안 해두면 대충 뒤져서 찾을 수 있는 수준은 진작에 넘어섰다.

 

지금은 찾고 싶은 것의 이름만 입력하면 관련 정보가 우수수 쏟아진다. 알고리즘이 검색 색인을 쫓아 원하는 정보를 긁어모아 준다. 학교 출석부에는 초성 순으로 나열한 출석부에 우리의 이름이 있다. 도서관 책에도 검색하기 쉬운 색인이 붙어있다. 인스타그램은 해시태그라는 색인으로 알고리즘을 만들어 우리에게 노출한다. 주식 시장에서는 코드라는 색인으로 종목을 구별한다.

 

[그렇다면 이 색인의 역사는 단지 대체로 무해한 이 텍스트편집 기술이 역사적으로 부단히 정교함을 더해 온 사실에 대해 상세히 논하는 것 이상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색인이 독서 생태계의 다른 변화들—소설과 카페에 진열된 정기간행물과 과학 저널의 출현 등—에 어떤 식으로 대응해 왔는지 그리고 그런 변화의 지점에서 독자와 독서 자체가 어떤 식으로 변해 왔는지를 보여 줄 것이다. 그리고 색인이 이전 독서 방식에 익숙한 독자들이 갖게 된 불안에 대해 어떤 식으로 책임을 졌는지도 보여 줄 것이다.] _27쪽


일상생활에서 색인을 상수도 시설처럼 당연한 듯이 쓰고 있다. 이제 곧 겨울이 온다. 잠깐 방심하면 수도관 동파로 단수되고 난리가 난다. 한 번 겪어 봐서 더 와 닿는다.

 

마찬가지로 색인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네이버 데이터베이스를 무작위로 뒤져가면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야 한다면 어떨까. 도서관의 그 넓은 책장은 하나하나 다 들춰가며 내가 원하는 책을 찾아야 한다면 어떨까.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상황이라 감이 안 잡힌다.


지성사의 위대한 발명품. 정확하고 적확한 별명이다. 탑을 쌓으려면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아무렇게나 올려봐야 금방 무너진다. 정리가 필요하다. 역사는 시간이 쌓여 만드는 탑이다. 지성의 역사 또한 마찬가지다. 정리가 없다면 가능했을까. 정보이건 지식이건 있는 대로 모아두기만 하면 어떻게 될까.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데 세월을 다 허비할 게 뻔하다. 탑을 쌓아 올릴 시간 따위는 없다.

 

[박식하며 주의 깊은 전문 색인 작성자들은 우리보다 앞서가면서 산을 평탄하게 깎고 길을 반듯하게 낸다. 덕분에 방향 지시 푯말 앞에 서서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우리는 인용과 자료와 지식으로 가득 찬 그 길을 큰 어려움 없이 빠르게 통과할 수 있다. 1890년대에 색인 대행업체들이 등장한 이래로 지난 세기 동안 이런 색인 작성 업무는 점점 더 —이제는 압도적으로 —여성이 담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전 세대 작성자들처럼 이 여성들도 대부분 익명으로 남아서 공을 인정받지 못했다. 나는 이 책이 적어도 이름 한 자 남기지 못한 이 색인 작성자들의 무덤에 화환이라도 되었으면 한다.] _394쪽

 

색인이라는 도구 덕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두었기 때문에 필요한 것만 쏙 속 뽑아먹는다. 자료 찾는 데 쓸 시간을 아껴 지식을 한 층 더 쌓는다.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옷더미에서 오늘 입을 옷을 찾는 것과 망망대해 같은 정보의 바다에서 하나의 단어를 뽑아내는 건 비교 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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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알렉산드리아도서관에서부터 구글과 해시태그(#)까지

 

지식 문화에 혁신을 가져온 위대한 도구, 색인(index)의 역사

 

오늘날 색인(index)은 일상에서 당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흔히 책의 특정 개념을 일정한 순서에 따라 배열한 목록만이 색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인터넷 검색을 할 때조차 우리는 구글의 웹색인을 이용한다. 색인은 인류의 지식을 분류하고 목록화하여 언제든 접근 가능한 정보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정보에 대한 접근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높임으로써 검색 시대를 열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영문학 교수 데니스 덩컨은 고대 이집트에서 중세의 수도원, 현대의 실리콘밸리에 이르기까지 읽기 문화의 혁명을 가져온 엄청난 발명품, 색인의 역사를 추적한다.

 

파피루스, 종교 서적, 전 세계 도서관이 보유한 고서, 최신 연구와 소셜미디어 게시글 등 방대하고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그는 인류 역사에 색인 개념이 어떻게 처음 등장했으며 기술 발전에 따라 어떻게 그 형태가 변화되어왔는지, 각 시대에서 색인이 어떤 평가를 받아 왔으며 작가와 학자들이 이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발전시켜 왔는지를 유쾌하게 풀어놓는다.

 

이는 지식의 구성사이자 정보과학의 역사이며 정보에 접근하려는 인간의 욕망과 창조성의 역사, 그리고 신기술을 둘러싼 정치의 역사이자 독서와 교육의 역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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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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