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찰스 부코스키, 그가 남긴 잔상들 -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도서]

진한 검정과 빨강 = 찰스 부코스키(?)
글 입력 2020.11.2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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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인생을 살았을까?’


나는 대체로 사람을 바라볼 때 그 사람의 생활방식, 가치관들을 만든 시작점을 궁금해 하곤 한다. 그래서 특히나 유명인 또는 예술가를 볼 때면 그들의 인터뷰나 그들의 인생을 말하는 자서전, 다큐멘터리 등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습관처럼 찾아본다.

 

어떠한 경우에는 예술가의 작품을 보다가도 그 예술가가 살아온 인생을 알아보는 것에 더욱 관심을 가진다. 그럴 때면 한동안 그가 살았던 인생의 시작점과 끝을 곱씹으며 생각해보기도 한다. 내가 이토록 그들의 인생에 대해서 관심 갖는 이유는 누군가의 인생을 그들이 산 인생보다도 짧은 시간동안 보며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예술가 저마다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표현하는 것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소설가이자 시인이었던 찰스 부코스키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나에게는 생소한 작가라 앞서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그의 인생사가 궁금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찰스 부코스키 작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책은 그의 진실된 내면을 볼 수 있는 책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확실히 들어맞았다.

 

*

 

찰스 부코스키. 그를 대표하는 수식어로는 20세기 미국 문단 사상 가장 충격적이고 늘 논란의 중심이 된 작가로 설명한다. 듣기만 해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수식어는 그의 인생이 묻어난 글 속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의 문체는 거침없고 직설적이다. 여과 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한다.

 

꽤나 솔직한 그의 글을 읽으며 솔직함보다 돌려 말하기가 편한 나로서는 자신의 치부나 정치판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무언가 통쾌했다. 하지만, 특히 여성에 대해 말하는 점이나 유명 작가에 대한 거침없는 평가를 보면서는 불편한 마음도 들었다. ‘참.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여기에 전부 적기보다 책을 읽고 개인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구체적인 말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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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어렴풋하게 스치는 잔상이나 이미지가 있다. 이번 책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색의 이미지가 있었다. 검은색과 빨강색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다른 색보다 검은색, 빨강색이 강렬하게 남았고 그에게 어울리는 색 같았다. 즉, 검은색은 그의 내면적인 우울함에서 온 것이고, 빨강색은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그의 원초적인 본성에서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검은색과 빨강색을 두고 책을 보다보면 여러 에세이 중에서도 그의 인생을 엿볼 수 있는 ‘음탕한 늙은이의 고백’과 ‘작가 훈련’에서 그 색이 강하게 나타난다. 찰스 부코스키는 스스로도 자신이 음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 과거 다양한 언론에 ‘음탕한 늙은이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책 속에는 ‘음탕한 늙은이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챕터에 걸쳐서 나온다.

 

그 중 153쪽의 ‘음탕한 늙은이의 고백’을 통해 그의 전반적인 인상을 짐작할 수 있다. 즉, 그의 유년시절, 술과 도박에 빠지고 불순한 생각으로 여자를 바라보며 밑바닥 생활을 전전한 그의 삶, 고독과 우울함,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 그리고 글에 대한 열정 등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그가 내면적으로 우울한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유년시절 강압적인 아버지의 밑에서 자라 정당한 이유 없이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경험했고 친구들과 놀 기회 또한 빼앗겼기 때문이다. 글을 보다보면 아버지의 회상을 통해 분노와 복수심 그리고 체념의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난 일찌감치 지하 세계에 발을 들였다.’고 말하는데 스스로 자신이 겪은 유년시절의 악몽같은 경험들을 훗날 성인이 되어 술, 도박, 여자에 빠지며 밑바닥 생활을 하는 삶의 복선으로 생각한 듯하다.

 

아동의 삶에서 가정환경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회생활에 까지도 이어진다는 바와 같이 경직된 가정환경은 그의 학교생활에도 영향을 주었다.(부모님과의 사이는 자신의 의지로 될 수 없었을 것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또래 친구들보다 학교에서의 친구관계나 성적 또한 형편없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삶에서는 포기가 많았고 의지보다는 포기를 먼저 배웠다. 친구가 사귀고 싶다는 것도 배움에 대한 것도 아픔을 느끼는 것조차도 포기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스포츠 실력과 술 마시기 대회에서의 우승 경험과 카드패를 딴 경험 그리고 작은 도서관을 찾아 여러 작가의 책을 섭렵한 경험은 그의 삶을 변화시켰다. 적어도 포기는 하지 않았던 점에서 말이다. 책과 글을 제외하면 그의 삶은 이후에도 굴곡이 많았다. 오히려 술과 도박에서 우승 경험은 그의 삶을 어지럽혔다. 어지럽고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도 끝까지 놓치지 않았던 것은 글을 쓰는 것이었다. 글쓰기에 대한 그의 열정은 다음의 짧은 문장 속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글을 왜 쓰는가?

난 기능적으로 글을 쓴다. 안 그러면 병으로 죽을 것이다, 글쓰기는 간이나 창자처럼 신체 기능의 일부이고 간이나 창자처럼 멋지다. (59p)

 

누군가는 내 시를 싫어했고 누군가는 좋아했다.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술을 더 마시고 더 많은 시를 썼다. 내 타자기는 내 기관총이고 장전이 되었다. (168p)

 

마지막으로 글쓰기는 나에게 유일한 길이고 날 화형대에 올려놓는다 해도 성인군자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글만이 내 유일한 길이라고 믿을 거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가의 문제다. (214p)

 

 

찰스 부코스키는 글을 쓰는 것에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내가 그의 모습을 빨강색으로 표현한 것처럼 말이다. 그를 소개하는 글에서는 그가 맨 정신에 있을 때도 술에 취했을 때도 글을 썼다고 기술한다. 그가 보인 글에 대한 의지는 참으로 대단했다.

 

이것은 책의 마지막에 위치한 ‘작가 훈련’에서도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관조적인 자세로 담담하게 풀어낸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았던 삶이라 그랬을까. 그는 일용한 노동자, 자신의 불행했던 유년 시절로 비롯된 자기비하, 스스로 고독을 삼켜야 했던 시간과 밑바닥 인생, 가난한 삶과 굶주렸던 시간, 단순함과 쾌락적이고 원초적인 생활 등 감출 법도 한 자신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형편없는 자신의 결점까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보여주고 평가받을 때조차 좋게 포장된 이미지로 남기를 원하지 않는가. 그러한 점에서 여타의 작가들과 다른 차별성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함정을 피해 버티고 싶고, 왼쪽에는 와인병을 끼고 오른쪽에는 모차르트 라디오를 틀어 놓고 타자기 앞에서 죽는 것이 소망이다. (393p)

 

 

글과 함께 살고 죽고자 했던 찰스 부코스키는 실제로 백혈병으로 죽기 전까지 글을 썼다고 한다. 그가 쓴 글의 양은 너무나도 방대해서 그에 대한 연구는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고 하니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굴곡진 삶을 살았던 그는 작가로서의 삶을 사랑했고 “애쓰지 마라(Don't Try).”라는 말을 묘비명에 남겼다. 그가 묘비명에 남긴 짧은 말을 덧붙인 말을 되새기다 함축된 의미의 뜻을 찾아보았다.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닌 인내심을 충분히 경험하고 기회가 되었을 때를 놓치지 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허식 없는 삶과 경험했기에 나올 수 있는 밑바닥 인생에서의 이야기. 그를 알고 나니 단순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했지만 나는 그가 단순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아마 한동안 머릿속에서 그를 곱씹으며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애쓰지 마라. 이 점이 아주 중요하다. 기다려라.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면 좀 더 기다려라. 그건 벽 높은 데 있는 벌레 같은 거다. 그게 너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려라. 그러다가 충분히 가까워지면 팔을 쭉 뻗어 탁 쳐서 죽이는 거다.”

 

_찰스 부코스키(Charles Bukowski)

 

 

*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 PORTIONS FROM WINE-STAINED NOTEBOOK -

 

 

지은이

찰스 부코스키(Charles Bukowski)

 

엮은이

데이비드 스티븐 칼론

(David Stephen Calonne)

 

옮긴이 : 공민희


출판사 : 도서출판 잔


분야

외국에세이


규격

130×195(mm) / 페이퍼백


쪽 수 : 400쪽


발행일

2020년 10월 23일


정가 : 14,800원


ISBN

979-11-90234-10-8 (03840)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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