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어디 갔어, 버나뎃? - '나'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영화]

글 입력 2020.11.1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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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뎃은 최연소 ‘맥아더상’을 수상한 천재 건축가로 손꼽히는 인재이다. 이후 20년 만에 버나뎃은 동네에서 별종으로 통하는 사회성 제로의 이웃이자, 사랑스러운 딸 '비'의 엄마이고, 워커홀릭 남편 '엘진'의 아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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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뎃은 입체적인 인물이다. 무한한 창작욕을 품고 있는 예술가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들의 색채가 혼재되어 방황한다.

 

사랑하는 남편과 딸이지만 자신이 가두어놓은 벽에 갇혀 사랑을 주고받는 데에 한계에 이르는 모습은 당장이라도 어떤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가장 가까이서 바라보는 남편 엘진은 너무나도 깊이 사랑에 불타올랐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해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한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일말의 도움은 정신과 치료였다. 이를 권하는 엘진에게 버나뎃은 자신은 미치지 않았다고 언쟁하지만, 엘진은 "'My' Burnadett is going to be crazy."라며 울먹이며 설득한다.

 

버나뎃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하고 화장실 창문을 통해 '주위 모든 것으로부터 감쪽같은 사라지며' 북극으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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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엘진에게까지 정신과 치료를 권해 받은 버나뎃은 오랜 친구를 찾아가 현실을 털어놓기에 이른다.

 

친구는 가정에서도 봐주지 못했던 버나뎃의 옛 모습을 떠올리며 창작의 결여를 원인으로 꼽는다. 이에 버나뎃은 북극에서 만난 북극 기지 설계자들에게 참여 의사를 표현하고, 180도 달라진 기대와 설렘에 가득 찬 모습으로 설계에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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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갔어, 버나뎃?>은 '나를 찾는 여정'을 그린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사회에, 인간관계에, 일에, 가정에 치여 여정을 떠나는 많은 영화 주인공 중 버나뎃은 되찾고자 하는 그 전형이 창작욕 가득한 예술가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강렬하고 고유한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예술가에게 또 다른 의무감들은 그 고유의 색깔을 혼탁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여기에서 오는 내적 갈등을 다루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삶은 누구에게나 각자의 예술이기에, 예술가라는 천직을 가진 버나뎃이라고 해서 우리네 삶의 결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균형을 맞추어가는 것은 평생의 숙제로 여겨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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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자신을 이루고 있는 타인과의 관계도 사랑해 마지않는다. 자신과 타인과의 경계는 항상 어렵지만 일시적이지 않은 오랜 행복이라는 것은 그 경계를 때론 잘 버무리고 때론 명확히 하는 과정에서 이어질 수 있다.

 

무조건적인 희생에는 병든 마음이 뒤따른다. 그 병든 마음에 해결책을 주는 것은 아주 가까이에서 가정을 함께하는 사람보다는 오랜 친구일 수 있다. 자신이 빛나던 때의 모습이 그의 전형이라고 잊지 않아 주는 사람이 필요한 이유이다.

 

버나뎃을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과 엘진 역의 빌리 크루덥은 오랜 부부 관계 속에 혼재되어있는 복잡한 감정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을 통해 가장 가까운 관계들 속에서도 순수한 '나'와의 관계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되돌아볼 수 있다.

 

자신을 돌볼 때 타인을 돌볼 수 있다. 어깨 위 많은 역할을 동시 수행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다채로운 공감과 영감을 전해주는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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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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