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브릿팝을 더 생동감 있게 느끼고 싶은 당신에게 [영화]

브리티시 락을 좋아하면 이 영화들도 좋아할 것이다.
글 입력 2020.09.25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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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악을 제일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이 제일 어렵다. 하나만 꼽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한 노래에 꽂히면 그것만 질릴 때까지 듣는 나로서는 어떤 음악을 제일 좋아하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렇게 답하곤 한다. '요즘 제일 많이 듣는 건 이 노래야.' 시기마다 즐겨 듣는 노래가 다르기에 이렇게 답변하는 게 더 옳다고 생각했다.

 

나는 음악을 찾아 듣는 걸 좋아한다. 채굴하는 것과 비슷한 의미라고 보면 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의 아주 잘 만들어진 음악을 찾았을 때의 짜릿함을 느껴본 후로는 그 행위가 체화됐었는데, 그럴 뿐만 아니라 나로 인해 내 주변 사람들이 해당 아티스트들의 노래를 향유하고 있는 걸 볼 때마다 괜히 뿌듯하다. 이런 기분은 꼭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한 번쯤은 느껴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특히 브리티시 록을 선호하는 편이다. 80~90년대에 활동했던 밴드들의 음악을 듣기보다는 과거부터 현재 활동하고 있는 영국 밴드들의 음악을 두루두루 듣는 쪽에 속한다. 따라서 흔히 내가 듣는 장르를 브릿팝으로 정의한다기보다는 브리티시 록이라고 이야기하는 편이다. 어쨌든, 그런 음악적 취향이 바탕이 되다 보니 내 모든 주위 환경이 음악과 관련되어 있을 때를 종종 발견한다. 제일 좋아하는 영화도 '싱 스트리트'가 됐고 제일 자주 입는 티셔츠도 The 1975 내한 당시에 샀던 티셔츠가 됐으며 책상 위에도 영국 록 밴드의 일러스트로 가득 채워진 캘린더가 차지했다. 틈날 때면 그들의 LP를 들으면서 영어 단어를 외우고는 한다. 취향이 일상이 된 하루를 보내는 요즘이 참 단란하다.

 

그러다 보니 아티스트의 비화를 다룬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취미가 됐다. 특히 한창 브릿팝 밴드들이 쏟아져나오던 80~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음악 영화를 보면 앞서 말했던 미지의 아티스트를 발견했을 때 느끼는 그 설렘을 다시 느끼고는 한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시기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과 그 시기의 음악을 총체적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일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당시 기회의 땅이라고 불렸던 런던에 닿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아티스트들의 도전적 정신에 자극을 크게 받았기 때문에, 오늘은 지금까지 내가 봤던 브리티시 록 밴드들의 영화 두 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해당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싱 스트리트


 

 

 

대표적인 음악 영화를 들자면 대부분 <원스>나 <비긴 어게인>을 말하곤 한다. 내가 소개할 이 영화는 이 두 영화를 제작한 감독 존 카니의 작품 <싱 스트리트>다.

 

너무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싱 스트리트>는 밴드 음악 영화의 정석이라고 생각한다. 1980년대, 명확한 꿈을 가진 아일랜드 10대들이 그려내는 성장 일기는 하이틴 장르에 부합하기도 하고, 당시 유럽 전역을 흔들었던 밴드들의 다양한 노래들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싱 스트리트>는 흔히 OST 맛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1980년대 아일랜드라는 영화의 시대적 배경과 잘 어울리는 레트로풍 사운드 트랙이 영화와 잘 어울리며, 무엇보다 음악 영화는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스토리에 녹아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해당 음악을 제작했을 때의 감정에 더욱 집중해서 듣게 되는 경향이 있다.

 

80년대 아일랜드라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남들과 다른 포부를 갖던 주인공이 런던으로 떠나기 위해 짐을 싸던 모습과 환호성으로 그를 응원하던 형의 모습은 단연 이 영화의 명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런던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는 도전 그 자체에 초점을 두며, 뭣 모르던 시기에 열정 하나만 갖고 움직일 수 있던 모든 이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영화다. 이미 훌쩍 커버린 당신에게 다시 어릴 적의 열망을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는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2. 잉글랜드 이즈 마인


 

 

 

더 스미스의 보컬 스티븐 패트릭 모리세이의 전기를 담은 영화 <잉글랜드 이즈 마인>은 2017년에 개봉됐다. 더 스미스는 1980년대 맨체스터에서 활동하던 얼터너티브 록 밴드로 영국 인디 계에 가장 중요한 밴드로 손꼽히는 밴드다. 영화는 더 스미스 결성 이전 스티븐 모리세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오스카 와일드를 좋아하며 자신을 무명의 천재로 여기고 살던 스티븐은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밴드 결성에도 애를 먹으며 모두가 자신을 무시하는 직장에서 세무사로 지낸다.


영화는 현실적이다. 앞서 소개했던 <싱 스트리트>는 10대의 열정만으로 영국으로 향했다면, <잉글랜드 이즈 마인>의 스티븐은 스티븐만의 고유한 서사를 가족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도 현실을 위해 음악을 접는 사람들을 꽤나 봤기 때문에 이 영화가 오히려 더욱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일자리는 갈수록 구하기 어려워지고, 하고 싶은 것은 명확하나 현실에서 이상을 이루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스티븐의 꿈은 몇 번이고 좌절된다. 실낱같은 희망이 신기루처럼 잠깐 반짝였다가 이내 사라지고 만다.

 

영화는 중간 중간 스티븐의 심정을 파도에 빗대고는 하는데 그가 처음으로 밴드를 결성해 공연을 끝마쳤을 때던 살랑이는 파도가 약간은 기분 좋은 바람처럼 느껴졌다면, 심적으로 고통받은 스티븐의 모습에는 거친 파도가 휘몰아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명확한 해결을 보여주지 않은 엔딩이 인상적이었다. 몇 번의 무너짐 끝에 다시 일어나 조니의 집 문을 두드리던 장면에서 영화는 끝이 나지만 우리는 그 노크를 계기로 우리가 아는 더 스미스가 탄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간접적이지만 직접적인 결말이었다.

 

이 영화는 퀸의 이야기를 담은 <보헤미안 랩소디>나 오아시스의 이야기를 다룬 <슈퍼 소닉>같은 영화는 전혀 아니다. <잉글랜드 이즈 마인>은 영화 속 스토리 이후에 영국을 자신의 손에 거머쥔 스티븐 모리세이가 무명의 청년으로 살고 있던 시절을 비추기 때문에 영화의 내러티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티븐이 살아왔던 환경, 스티븐을 사랑했던 사람들, 스티븐의 내면과 우리들이 알고 있는 더 스미스가 탄생을 하게 되는 상황까지만을 담아낸다. 따라서 자극적인 영화를 원했다면 이 영화는 좋은 선택이 아닐 수는 있으나, '우리가 알고 있는 스티븐 모리세이가 어떤 사람일까?' 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다면 이 영화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싱 스트리트>와 <잉글랜드 이즈 마인>은 모두 도전하는 자들의 이야기다. 절망적인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의 이야기과, 그 현실에서 벗어나 결국 세계적인 밴드가 된 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쩌면 이 이야기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그래도 한 번 더 해보는 거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고, 그 변화 속에 나를 위한 기회가 오겠지, 하는 믿음으로. 오늘도 도전하고 있는 자들에게 이 글이 닿았으면 한다.

 

 

[이보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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