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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화씨 351도의 덕심으로.. 책 좀 빌려줄래? [도서]

책 덕후의, 책 덕후를 위한, 책에 대한 카툰 에세이

by 백유진 에디터
2020.08.18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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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책 애호가, 내지는 ‘덕후’라고 소개할 만큼 책을 좋아한다면...? 아래 항목 중 나는 몇 개나 해당되는지 체크해 보자.

 

 

나는 남들 앞에서도 책을 읽어

나는 무슨 물건이든 책갈피로 써

나는 허구와 현실을 혼동해

나는 도서관 연체료 미납자로 수배 중이야

나는 아이들 책을 훔쳐 읽곤 해

나는 살짝 신비스러운 리얼리즘이 좋아

나는 오래된 책 냄새가 좋아

나는 글 안 써지는 병의 특효약을 찾아 헤매고 있어

나는 문장부호에 신경을 많이 써

나는 고전을 읽고 말 거야(언젠가는)

나는 '국민 소설'이 될 작품을 쓰고 있어

나는 항상 노트를 가지고 다녀

나는 글을 쓰지 않으면 못 살아

 

1~3개- 초수 : 책 입문자, 혹은 입덕 부정기 

 

4~8개- 중수 : 일명 책 덕후. 아직 사회에서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를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9~13개- 고수 : 책이 곧 나고 내가 곧 책인 지경에 이른 경지. 나를 포함한 주변 지인들도 책 덕후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는 이중 어디에 해당되는가? 중수부터는 아마 이 책에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성인 1인당 연간 독서량 OECD 최하위를 기록하는 우리나라에서, <책 좀 빌려줄래?>는 비주류인 ‘책’을 몰래몰래 파고 있는 ‘책 덕후’들의 공감과 웃음 포인트를 제대로 저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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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덕후가 쓰는, 책 덕후를 위한, 책에 대한 이 카툰 에세이는 덕후들끼리 공유하는 비밀 일기장이자 팬들끼리 키득거릴 수 있는 팬 페이지, 그리고 책에게 보내는 사랑스러운 연가다. 전반부는 탐독가로서 책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2차 상상물이 귀여운 그림체와 위트 있는 말장난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사랑하지만 남들 앞에서는 말 못 하는 내밀한 생각들을 스스럼없이 공유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가령, 도무지 읽을 수 없는 어려운 책에 대해서는, ‘모임 자리에서 네 얘기를 하면 똑똑해 보일 것 같았어.’, ‘읽으면 죄책감은 해소돼.. 찜찜한 기분은 털 수 있지..’, ‘하지만 결국 코팅된 책갈피만 남을지도.’라는 귀여운 자기변명을 늘어놓는다. 어려운 책을 시도해봤다 중간에 포기해 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하며 웃을 수밖에 없다.

 

혹은 남의 집에 가면 책장부터 살피며 그 사람을 분석하는 습관이라던가, 요즘 유행하는 전자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던가 하는 내밀한 마음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뭐 어떤가! 이건 책을 좋아하는 우리만의 비밀 일기장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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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또, 문학 좀 아는 사람이라면 키득거릴 은밀한(?) 유머 코드가 곳곳에 숨어있다. 셰익스피어 작품 특징과 문학 속 갈등에 대한 비유, 인간 VS 신(고전), 인간 VS 신의 부재(모더니즘), 인간 VS 작가(포스트모더니즘)를 페이지별로 재미있게 풀어낸다. 문학 속 갈등이 실린 페이지는 이미 sns 상에서 여러 번 패러디 됐을 만큼 유명하다. (또 나만 재미있던 건가...)

 

전반부가 책을 읽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라면, 후반부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작가의 고통과 기쁨에 관한 이야기다. 한 영화감독은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에는 단계가 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결국 영화를만든다. 그 이상은 없다.” 책 역시 마찬가지. 처음에는 그냥 책을 읽다가 점차 글을 쓰기 시작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언젠가 작가를 꿈꾸게 된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대로 써지지 않는 그 고통의 밤들을 기억할 것이다. 무언가를 보았을 때 혹은 떠올랐을 때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파편의 덩어리들을 한데 이어 붙여 정교한 구조물로 만들어내는 작업은 정말이지, 고통 그 자체다. 마감의 마법으로 간신히 원래 쓰고 싶었던 내용물의 절반 정도만 완성시킬 때의 그 아쉬움, 형편없는 내 글을 보면서 찌르는  듯한 아픔과 수치를 느껴야 했던 시간들.

 

그런 밤을 지새우는 창작자들에게 이 책은 글을 좀 써본 사람으로서 똑같은 위로의 언어를 건넨다. ‘나도 이랬어! 우리 모두 똑같은 터널을 지나고 있지.’ 책과 글을 사랑해서 시작한 일을 다시 책을 통해 위로를 얻는 기분이다.

 

69페이지, ‘어른거리는 실패의 그림자’의 한 일부분이다.

 

 

“다 시간 낭비야. 포기해. 네 글은 형편없어. (...) 그래서 이제는 실패를 끌어안으려 해. 칠흑 같은 어둠이 없다면 은은한 불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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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함, 좌절이라는 악마를 물리치고 다시 은은한 빛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책에 대한 당신의 덕심을 일깨우고 혹, 다시 불을 지핀다. 종이의 발화점은 화씨 351도.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온도는 정확히 화씨 351도다.

 

 


 
 
책 좀 빌려줄래?
-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 -

 
원제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

지은이
그랜트 스나이더
 
옮긴이 : 홍한결

출판사 : 윌북

분야
독서 에세이

규격
153*210mm

쪽 수 : 128쪽

발행일
2020년 07월 10일

정가 : 14,800원

ISBN
979-11-5581-284-6 (03800)

 



 
저역자 소개


그랜트 스나이더Grant Snider
 
낮에는 치과 의사, 밤에는 일러스트레이터. 《뉴욕 타임스》에 만화를 연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의 만화는 《뉴요커》, 《캔자스 시티 스타》 등에도 소개되었으며, 2013년 카툰 어워드에서 '최고의 미국 만화'에 선정되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헤맨 나날을 촘촘히 그려 넣은 책 《생각하기의 기술》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재치 있는 글과 그림으로 전 세계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준 그가 이번에는 읽고, 쓰고, 그리면서 겪은 이야기를 《책 좀 빌려줄래?》에 녹여냈다. 시적인 문장과 위트 넘치는 그의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책과 보낸 우리의 삶도 함께 환하게 빛나는 것만 같다.
 
 
홍한결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을 나와 책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쉽게 읽히고 오래 두고 보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어 한다. 옮긴 책으로 《인듀어런스》,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 《인간의 흑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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