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메기' - 믿음, 사실 그리고 의심 [영화]

글 입력 2020.08.09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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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사랑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윤영(이주영). 어느 날 엑스레이 실에서 찍힌 성관계 사진이 병원에 걸리고, 윤영은 이 사진의 주인공이 자신과 남자친구 성원(구교환)일 것이라는 생각에 사직서를 낸다.

 

다음 날, 병원에 출근한 사람은 윤영과 부원장 경진(문소리)뿐. 그들은 출근하지 않은 직원들을 찾아 나서며, 믿음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얘기한다.

 

어느 날 윤영을 찾아온 성원의 전 여자친구는 충격적인 질문을 던지고,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들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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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교육 어떠세요? _윤영

 

믿음을 검으로, 의심을 방패로.

전진, 전진! _메기

 

 

윤영과 경진이 시도한 믿음 교육은 무모하고 거짓을 드러내고야 만 행동이었다. 출근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그들의 얘기를 듣고는, “구라가 제일 싫다”고 말하는 경진.

 

때로는 사실관계를 떠나 남을 믿지 못하는 마음 자체가 독이 되기도 한다. 윤영이 믿음 교육을 통해 경진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남을 믿음으로 해방감을 느끼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사실을 알고 괴로워할지, 바보가 될지언정 믿음으로 마음의 평안을 유지할지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사실이 온전하게 존재하는 곳은 아무 데도 없대요. 사실은 언제나 사실과 연관된 사람들에 의해서 편집되고 만들어진다고 아빠가 그랬어요

 

_메기

 

 

그렇다면 우리가 믿을지 말지 판단할 그 사실은 과연 말 그대로 ‘사실’일까?

 

한 가지 사건을 두고도 화자에 따라 다각도의 사실이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하기 전에 사실 여부에 대해 먼저 집착해야 하는 이유는 메기의 말처럼 ‘사실이 온전하게 존재하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 곧 온전한 사실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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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두려움은 상상력으로 이어집니다 _메기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더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_경진

 

 

믿음에 대해 외치던 윤영은 끝내 믿음에 지고 만다. 의심이 낳은 두려움, 두려움이 낳은 상상력. 상상력은 다른 믿음을 심어주고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무엇을 믿을지에 대한 선택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뜻밖의 해답을 주기도 한다. 그 선택은 지난 경험이나 지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육감에 의한 것일 때도 있다.

 

믿음에 의한 선택과 그로 인한 해답, 그리고 해답을 실행하는 과정까지. 윤영은 본인이 옳다고 믿기로 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겪는 내적 갈등과 그로 인한 피로가 그녀를 따라오지만, 끝내 내린 결정 앞에선 누구보다 냉정해지는 윤영.

 

무엇인가를 옳다고 믿는 것 보다, 그 믿음을 지키는 것이 더 어려울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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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기>가 매력적인 이유는 독특한 스토리와 전개 속에서 묵직하게 던지고 있는 물음들 때문일 것이다. 감독은 메기(천우희)의 목소리를 영화 중 등장 시켜 본인의 목소리를 낸다. 메기를 통해 감독의 말을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흐름을 놓치지 않게 돕는다.

 

영화 <메기>는 결국 메기의 말이 가장 중요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관객이 등장인물을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하는지 제시하기 때문이다. 메기의 물음들은 영화 속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어느덧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어 우리가 알아채지 못했던 빈틈을 눈치채게 만든다.

 

묵직한 질문들을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는 영화<메기>. 무엇을 믿고 무엇을 사실이라고 여길 것인가.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이 질문을 통해 믿음, 사실, 의심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내가 세상을 향한 경계를 늦추지 않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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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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