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서양미술사 첫걸음: 1일 1미술 1교양 [도서]

흐름을 알면 미술이 가까워진다
글 입력 2020.07.3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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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대학에서 미술 관련한 수업 두어 가지를 들은 후, 미술사를 살펴보고 싶다는 마음은 생겼으나 실천에 옮기진 못했다. 비전공자가 미술사를 순차적으로 공부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떤 책으로 무엇을 중점적으로 읽어야 할지, 책이 아니라 영상이 더 나을지, 고민의 갈림길에 빠지다 흐지부지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책 하나를 만났다. 『1일 1미술 1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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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가 워낙 방대한지라 가볍게 시대를 훑고 가는데도 한 권에 모두 담기는 어려웠던 듯하다. 내가 읽은 1권에서는 원시미술부터 낭만주의를, 2권에서는 그 후 시대를 다룬다.

 

책 제목처럼 하루에 챕터 하나씩 읽어가며 교양을 쌓아가자는 게 요지다. 매일 무언가를, 특히 낯선 무언가를 습득하는 일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챕터 당 평균 6페이지 남짓이라서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그림과 설명을 같이 읽어나가는 구조이니 100일이라는 분량에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될 듯싶다.

 

서양미술사 입문 교양서로 봐도 무방한 이유는 책 구성에 있다. 시간순으로 주류 미술의 변천 과정이 전개되고, 그 시대에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 몇 가지를 살펴본다. 로코코, 바로크, 고딕, 로마네스크 등 무어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못 하겠지만, 귀에 낯익은 단어들이 쏟아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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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다시 목차를 펼쳤다. 가벼운 교양서 한 권으로 미술과 건축을 넘나드는 수많은 양식과 화가를 완벽히 기억하지는 못할 것이다. 대신 50개의 챕터 중 하나쯤은 마음에 간직할 수 있으리라. 목차를 쭉 훑어보다가 고딕 양식 파트를 다시 펼쳤다. 나는 왜 고딕을, 그러니까 뾰족한 첨탑, 투박해 보이는 외관과 대조된 내부에 끌리는 걸까. 노트르담 대성당 사진을 가만히 보다가 깨달았다. 바르셀로나에서 본 사그라다 파밀리아. 그 경이로운 생김새가 아직도 기억 깊은 곳에 남았다.

 

고딕 미술은 12세기부터 15세기 동안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다. 아치형을 강조하는 로마 미술과는 정반대의 특징을 보인다고 이해하면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다. 하늘을 찌르는 것처럼 뾰족한 첨탑, 성당을 장식하는 섬세한 조각, 웅장하고도 다소 어두운 외관과 달리 영롱하게 빛나는 내부. 어떤 책이나 영상에서 보았던 성당이 어렴풋이 떠오를 것이다.

 

'고딕'이라는 단어는 고트족, 유럽의 옛 야만족이 만든 예술을 뜻한다. 그런데 고딕 미술은 프랑스에서 시작했다.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명칭은 이탈리아인들이 붙였다.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 양식을 가리켜 '고트족 같다'고 비하한 것일까?

 

이상적인 비율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을 최고의 가치로 보는 것이 고딕 미술이 탄생하기 전까지의 미술사 흐름이었다. 이러한 조화는 신경 쓰지 않고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쌓아 올린 투박한 결과물은 그들이 보기에 야만인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미술이 탄생했다는 것은 당시에 사회적 변화가 존재했음도 보여준다.

 

고딕 미술이 세상에 등장할 무렵, 중세는 혼란스러웠다. 각 계층이 자신의 이익만을 좇으며 서로 다투었다. 이때 인간이 갈등 해결을 위해 손쓸 방법이 없으며, 오직 하느님에게 가까워져야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중세인들은 믿었다. 하느님이 있는 하늘에 더 가까워지려는 욕망이 고딕 양식에 그대로 드러났다. 혼란한 와중에 대칭과 조화를 강조하며 이상적인 비율에 맞추는 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들에게는 구원이 더욱 시급했으리라.

 

건물은 낮고 넓을수록 안정적이고 높고 좁을수록 불안정하다. 지금처럼 건축 기술이나 재료가 거의 발달하지 않은 중세에는 더 한계가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나름대로 묘책을 써서 최대한 안정적으로 구조를 쌓아갔다. 다만 몇 세기를 지난 지금까지 유지할 만큼 안정적이진 못하다. 유럽을 짧게 여행했을 때 보수공사를 유난히 많이 한다고 느꼈는데, 비슷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이쯤에서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9세기에 처음 건축이 시작되어 아직도 완공되지 않은 성당이다. 워낙 규모가 큰지라 비용 문제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에 이르러서야 정식으로 건축 허가가 났으니 일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될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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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뾰족한 탑,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 두텁고 웅장한 외관, 섬세한 조각 등 고딕 양식을 따랐지만, 중세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진 않았다. 가우디의 모든 건축물은 자연을 담고 있고, 초기 건축을 제외하고는 모두 곡선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투박하고 날이 선 중세 고딕과는 달리 매끄럽고 기품 있다.

 

게다가 곡선으로 이루어진 내부 기둥과 자연물을 떠올리게 하는 조각과 장식, 햇살처럼 내리쬐는 스테인드글라스는 내부를 숲의 한복판으로 바꾸어 놓았다. 중세에 기술적 한계로 포기한 이상적인 비율과 조화까지 합쳐져, 고딕과 로마 미술을 하나로 엮은 대작이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고대와 중세 양식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성당을 누볐다면 더 풍요로운 감상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후 유럽 여행을 떠날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기도 하다. 아주 압축한 내용이라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의외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쉬웠다.

 

미술사도 결국은 역사이기 때문에 이전 시대의 결과가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낸다. 그 꼬리 물기만 잘 따라가면 충분하다. 특히 키워드 한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기억해두면 앞으로 미술 서적을 읽을 때 따라가기 쉬워질 것 같다. 간만에 쉬우면서도 의미 있는 도서를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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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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