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건축, 그 공간에서 무엇을 느끼게 할지 - 더 터치 the touch [도서]

그 공간에서 무엇을 느끼고 경험하게 할지 디자인하는 것.
글 입력 2020.07.3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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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건축과 디자인을 좋아라하며 여행만 가면 저명한 건축물을 꼭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건축을 잘 알지 못해서 내 여행메이트가 가자고 하면 따라가겠지만 제 발로 먼저 찾아가지는 않는다. '와 멋지다, 사진 찍어놔야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감상이었다. 알쓸신잡에서 건축가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내가 접한 건축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불현듯 든 생각이다. 건축의 미학을 좇으며 탐미하는 이들이 부러웠다. 나도 대체 왜 스페인의 가우디가 엄청난 인물로 회자되는지, 원주의 뮤지엄 산을 지었다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누군지, 왜 그 뮤지엄이 유명한지는 알아야 쓰겠다. 다짐했다. 건축을 알아보자라고 굳게 마음을 먹고 바로 며칠 전 ‘the touch’로 서막을 열었다.

 

 

 

아름다운 디자인이란? 건축이란? 


 

아름다운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책의 서론을 여는 첫 문장이다. 인스타그램과 핀터레스트 등 사진 위주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이 인테리어와 건축의 매력을 확산시키고 있지만, 한 편으로는 ‘예쁜 사진이 나오는 디자인’에만 치중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그보다 본질적인 디자인과 건축을 조명한다. 어떤 식으로 말하냐면. ‘그게 아니라, 건축과 디자인은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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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경험을 강렬한 사진 한 컷만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대단히 편협한 관점이다. 이에 ‘더 터치’는 대안을 제시하는 바다. 좋은 디자인이란 시각적으로만 매력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감각과 이어진 것이어야 한다.

 

이 책은 단순히 사진을 찍고 싶은 덴마크 스타일의 쇼룸이 아닌, 손을 뻗어 만지고 싶은재료와 구성들을 보여 준다. 잘 가꾼 뭄바이 외곽의 정원에서 얼마나 기분 좋은 향기가 나는지, 교토 료칸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편안하게 해 주는지, 그리고 이 공간들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의 감각에 기여하는지로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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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ormarchitects 홈페이지

 

 

 

책의 저자 KINFOLK 와 NORM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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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FOLK 는 질 높은 삶을 탐구하고 의식과 목적이 있는 삶을 추구하며 계간지와 책을 발행하는 곳이다. 본디 킨포크는 생활양식을 가리키는 신조어로 친척처럼 가까운 친구들이란 뜻이다.

 

이는 2011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네이선 윌리엄스가 운영하던 블로그에서 시작되었다.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법에 대한 잡지를 창간하고 일종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를 잡아버린 것. 빠름에서 느림으로, 홀로에서 함께로,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킨포크가 지향한다. (참고 브런치소고, 꽃이 피는 마을)

 

Delving deeply into home, work, style and culture, Kinfolk promotes quality of life and connects a global community of creative professionals from London to Tokyo. (출처 킨포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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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M ARCHITECTS 는 유행과 첨단 기술보다는 인간의 몸과 마음이 반영된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는 스튜디오이다. 2008년 설립되어 ‘보기 좋은’ 아이디어 뿐만 아니라 ‘좋게 느껴지는feel good’ 아이디어를 추구한다고. 킨포크가 코펜하겐에 본사를 둘 때 인테리어를 맡은 곳이 바로 이 스튜디오라고한다.

 

Much like human well-being, the essence of Norm Architects’ work is found in balance between richness and restraint, between order and complexity.

 

 

 

책의 구성과 책이 주는 인상


 

책은 크게 다섯 개의 챕터로 나뉜다. 항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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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의 건축 디자인을 빛 자연 물질성 색 공동체 로 나누어 설명한다. 디자인이 인간의 감각을 얼마나 섬세하게 만들고 풍부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지 보여줄 것이다.

 

LIGHT - 빛은 시각적 감각만을 뜻하지 않는다. 열린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을 쬐다 보면 따스함이 피부를 감싼다. 빛이 잘 드는 방은 만지기 좋은 온도의 물건들로 가득하다. 빛은 공간을 시시각각으로 변화시키며 그 도시의 계절을 투영하기도 한다.

 

NATURE - 자연은 우리를 현재의 순간에 머물게 한다. 비로 예를 들면, 뚝뚝 떨어지는 소리, 피부에 닿는 감촉, 비 온 뒤 땅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떠오른다. 집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려면 살아있는 것들, 즉 생명을 안으로 들여야 한다.

 

MATERIALITY -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나무나 가죽을 보면, 만지고 싶은 질감에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새겨진 그윽한 멋이 풍긴다.

 

COLOR - 감각적인 것을 추구하는 건축가들은 색을 부수적인 개념이 아니라 공간 물질성의 확장으로 본다.

 

COMMUNITY - 어떤 공간이 아름답지만 불편하다면, 주요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사람들을 함께하게끔 디자인하는 것은 전에 없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the touch’는 크고 무겁다. 아트북같다. 사람이 공간에서 움직이는 사진, 자연과 어우러진 사진, 틈으로 빛이 들어오는 사진 등을 볼 수 있는데 이게 꽤나 정적이다. 문장도 깔끔하긴 하지만 조금 더 멋스러운 느낌이 든다. 채도가 낮은 사진과 함께 문장을 읽고 있으면 그 공간에서 내가 스륵스륵하고 바짓단을 스치며 조용히 걷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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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에 나오는 인터뷰의 레이아웃도 흥미롭다. 좋은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라 레이아웃이니 편집 디자인을 한 번 더 눈여겨보게 된다.

 

 


건축과 디자인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준 책의 문장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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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제로 운영되는 도쿄의 식당 야쿠모 사료. 음식의 섬세함과 경험을 강조하기 위해 자연광이 큰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를 디자인한 오가타는 “빛은 분위기와 공기를 만드는 원천이다. 빛은 부드러움과 따스함을 연출하는 중요한 요소다. (중략) 자연광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빛이다. 낮에는 자연광을 흠뻑 흡수하고, 늦은 오후와 저녁에는 빛을 최소화한다. 유리창으로 들어온 햇빛이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다르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을 보는 일은 참으로 근사하다”라고 말한다. 

 

빛을 위대하게 활용하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강렬한 햇빛의 지극히 일부만 건축물에 사용한다. 그가 들인 눈부신 빛은 지극히 짧은 순간에 매끄러운 콘크리트 벽을 가로질러 깊숙이 들어온다. 그리고 천천히 포물선을 그리며 그림자를 거둬들인다. 

 

이 곳 스칸디나비아에서는 한낮의 빛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하루 종일 하늘이 음울한 잿빛인 겨울에는 더욱 절실하다. 그래서 빛을 반사하는 재료와 컬러의선택이 중요하다. 이 집은 이제 아침에는 붉은빛이, 낮에는 차분하고 밝은 빛이, 오후에는 노란빛이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닌다.

 

 

책의 목차를 짚어봤을 때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건지 사실 감이 잘 안 왔다. 내가 건축에는 문외한이라 대체 이것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하기도했고. 그런데 위의 문장들을 마주했을 때에야 조금 알 수 있었다.

 

디자이너들에게 빛은 도구다. 마찬가지로 다른 목차인 자연, 물질성, 색 모두. 내 방 꾸미기에만 몰두했던 나에게 아주 크고 넓은 시각을 마련해준 셈이다. 주변 경관과의 조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빛의 색과 각도의 변화. 그를 다룰 줄 알아야하는 디자이너. 자연이 선사하는 것을 어떻게 다듬어 보여줄지를 계산해야하는 사람.

 

 

존 포우슨.jpeg

출저 johnpawson instagram 댓글 first selfie? / ah yes 가 재미있다. 

 

 

책은 챕터마다 디자이너와의 인터뷰를 담았다. 존 포우슨의 인터뷰를 일부 가져왔다.

 

 

디자인에서 보이는 것만큼이나 느낌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무슨 의미인가요?

 

똑같은 방에서 여러 사람이 각각 사진을 찍으면 저마다 그 방을 다르게 해석하죠. 똑같은 카메라, 똑같은 위치에서 찍어도 다 달라요. 건축가 역시 선택한 재료를 사용하는 방법이 다 다릅니다. 차갑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에디팅Editing이라고 합니다. 재료들을 한데 모으는 작업이죠. 이 과정에서는 어떤 느낌을 주느냐가 전부예요. 사람들이 제가 만든 공간이나 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 탄성 같은 소리를 내는 걸 들었어요. ‘아’하는 소리요. 건축 디자인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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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호텔, 호시노야 교토는 교토의 외곽으로 자연 속에 묻혀 있다.

 

 
인구 밀도가 매우 높은 일본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 호텔은 드물게 고립성을 따른다. 위치적 고립뿐 아니라 더 나아가 공공장소나 객실에서 TV와 시계도 금지되어 있다. 손님들이 바깥세상의 정보에 방해 받지 않고 편히 쉬고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강물 위에 비치는 햇빛으로 시간을가늠할 수 있다. 풀벌레와 새, 개구리 울음소리가 숲에서 울리는 이곳에서 시간 확인은 시간에 대한 인식을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게 있다면.


 

누누이 말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건축가는 다양한 것을 도구로 삼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뮤직비디오의 미술팀에서 일했던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처음에 입사하게 되면 가장 먼저 재질에 대해 배워. 그 재료와 그 재료의 결, 그 재료가 주는 인상. 그렇게 디자인에 대해 배우는 거래.

 

건축가, 디자이너에게도 통용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어떤 재료를 써야 그 공간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담을 수 있을지, 건물에 들어오는 빛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떤 구조로 지어야 할지, 어떤 재료를 써야 할지. 그들에게는 자연의 빛과 주변의 경관마저 일종의 도구이다.

 

바깥세상에서 고립시켜 편안한 시간을 만들어준다는 교토의 호텔에 관한 글을 읽으며 무릎을 탁 쳤다. 자연 속에 묻혀 있어 물리적으로도 고립되어 있는 곳에 외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모두 없앴다는 것. 이것 또한 디자인의 일부구나.

 

the touch 머물고 싶은 공간이 제목이지만 원제는 the touch spaces designed for the senses이다. 이 책이 말하는 건축이란, 감각과 인간이 느껴야하는 것. 더 자세히 말하면 인간이 머무는 그 공간 자체에 대하여. 공간을 꾸미는 법이 아닌, 그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는지. 인간과 그 공간의 관계성에 대해 말한다. 고립되기를 원해 시계를 없애고 빛과 자연으로만 가늠할 수 있게 한 것처럼. 그 공간 안에서 인간이 무엇을 느끼는지, 어떤 것을 경험하는지에 집중한다.  

 

아, 나는 앞으로 이름 난 건축물을 실제로 보게 된다면. 외관을 한 번 보고, 주변의 자연을 보고, 그 실내에서 빛을 보고, 벽과 바닥을 한 번 짚어보고, 사람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흐름을 보고, 마지막으로 그 공간을 음미하듯 한 번 눈을 감아보겠구나.

 

이 책을 관통하는 인터뷰가 있어, 그 글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현대 사회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디지털 기기에 손을 뻗고, 잠들기 전까지 인스타그램을 스크롤하는 이미지 시대죠. 건축도 눈을 위한 디자인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안타깝게도 어떤 것이 우리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떤 감촉이고 어떤 소리가 나는지, 그것이 인간의 몸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게 디었지요. 이런 점이 인간의 오감과 자연을 당장 단절시키지는 않지만, 미래엔 그 사이의 불화를 해결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우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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