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콘크리트 속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도서]

도시에 관한 이야기
글 입력 2020.06.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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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는 조금은 어려워서/친구가 많이 생기면/좋겠다 하지만/서울사람들은 조금은 어려워서/어디까지 다가가야 할지 몰라.” 이 구절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서울살이는-오지은>의 가사 일부분이다. 탄생부터 도시에서 시작하여 삶의 대부분, 아니 전부를 서울과 20분 거리의 수도권에 살고 있는 나는 사실 이 노래를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타지 생활이 팍팍하기는 하겠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이 서울이라는 ‘도시’에 부여되거나 결핍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은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면서 더욱 굳어져 버렸다.

 

그러던 최근에 나는 이사를 하게 되었다. 원래 살던 곳과 그리 멀지 않지만 꽤나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동네였다. 공부를 해도 집이 아니어야 하고 친구들과 자주 만나고 싶은 나로써는 이 이동이 반갑지 않았다. 왁자지껄하고 젊은 기운이 풍기던 전 동네와는 다르게 주변에 카페는 스타벅스 하나뿐이고 친구들을 부를 번화가도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탐탁잖은 마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나는 이사한 동네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이 사소한 계기는 나로 하여금 각각의 도시들 그리고 서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였고 생각은 궁금증으로 꼬리를 물어 결국 책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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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는 뉴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책이다. 그는 도시와 그 구성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고 있는 현 시대에 과연 도시와 삶의 공존을 위한 길은 무엇인가를 연구한다. ‘좋은 도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깨끗한 환경과 빠른 교통수단 그리고 밤길에도 걱정 없는 치안까지. 이런 것들이 삶에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과연 이것들이 전부일까? 그리고 이것들이 가장 핵심일까?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이에 관해 여러 가지 주장을 내놓았는데 그 중 인상 깊었던 것은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이 이론은 너무나 유명해서 교과서에도 실려있으며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버려진 건물의 낙서나 파손 같은 경미한 일들을 방치하면 더욱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에릭은 관점을 살짝 비튼다. 왜 사람들은 깨진 유리창에만 집중하며 그 이전에 이미 버려져 있는 건물에 대해서는 어떠한 의문도 제기하지 않는지 말이다. 그는 이에 관한 해답으로 펜실베니아 대학의 교수인 브라나스와 맥도널드의 실험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펜실베니아 원예사회에서 추진하는 버려진 공터와 건물의 복원을 실험의 주제로 삼는다. 펜실베니아는 너무나 칙칙해서 ‘콘크리트 도시’라고 불렸으며  조례를 위반하여 버려진 건물이 2,356채에 달했다. 그들은 이런 위험하고 망해가는 도시의 땅을 고르고 풀밭과 나무를 심어 공원으로 만들고 버려진 건물들도 복원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복원된 건물 주변에서 일어나는 총기 폭력이 인접지역으로 이동하지 않으면서 무려 39퍼센트나 감소했다. 범죄가 불러오는 또 다른 범죄가 아닌, 범죄가 일어나는 환경 자체에 집중을 하며 도시 사회학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모습에 우리들은 도시에 살면서도 여전히 이 곳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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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도서관과 녹지의 중요성을 책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짚어낸다. 현대사회에서 대가 없는 선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이 두 장소는 도시의 주민들에게 어떠한 대가를 바라지도 요구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휴식공간과 평화를 선사해주며 마을 사람들간의 마주침을 만들어낸다. 부모의 돌봄이 부족한 아이들부터 유흥거리가 없는 노인들 그리고 노숙자까지 그들이 원한다면 도서관과 마을의 녹지공원은 어떠한 질문도 없이 문을 열어준다.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소위 빈민가라 불리는 마을들이 아닌 부촌에서도 이런 현상은 동일하게 나타났으며, 오히려 삶의 질에 더욱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단순히 좋은 도시를 떠올릴 때 따라오는 화려한 자본적인 요소들이 아닌, 오히려 그 반대에 위치하고 있는 전통적인 공공시설들이 도시 속 삶의 핵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은 그 기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책의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니 왜 나의 마음이 이 동네를 향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번화가 바로 앞에 살 때는 전혀 볼 수 없었던 흙과 울창한 나무들은 화사했다. 선선한 저녁이면 하천을 따라 걷는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산책 나온 견주들은 서로의 강아지 이야기를 하며 안면을 트며 네트워크를 넓혀나간다. 지금은 힘들지만 평소 집 앞 도서관에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한창이고 그들 역시 또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보였다. 그저 내 취향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사회학적으로 입증된 결과였다는 것이 신기하고 또 새로웠다.

 

정작 토박이는 적은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많은 이들이 고단함을 느끼는 건 무엇보다 치열한 삶의 중심이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서로를 이어줄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와 초록빛 녹지쉼터의 부족함이 그 삭막함을 더욱 키우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서울의 녹지비율은 전국에서 최하위를 담당하고 있다. 이 사실을 안다고 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적다. 도시의 조성은 자본에서나 물리적 크기에서나 거대한 사업이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통해 기존의 틀을 벗어난 관점을 만나게 되었으며 나의 도시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도시의 단순한 겉모습이 아닌 속의 유기적인 연결 망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며 더 나아질 미래의 도시를 바라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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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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