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7년에 걸친, 콜라 덕후의 코카콜라 수집 이야기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6.1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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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맛있다. 맛있으면 또 먹지, 또 먹으면 배탈 나. 척척박사님 알아 맞춰보세요 딩동댕 동!’

 

이는 꽤 오랜 시간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그렇기에 정확한 가사는 알 수 없지만, 나와 같은 90년대생이라면 누구나 어릴 적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구전동요이다. 한 가지 어렴풋한 짐작이 가능한 건 누가, 왜 이런 노래를 만들었을까 정도. 배탈이 난다는 가사를 보고 있노라면 아마 어린아이들이 건강에 좋지 않은 탄산음료를 멀리하기를 바란 부모님의 작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 부모님 또한 그러셨으니 말이다.

 

나 어릴 적 부모님께선 콜라와 커피로 만들어진 모든 것을 금기시하셨다. 단순히 음료를 넘어 콜라 맛 아이스크림, 콜라 맛 사탕, 콜라 맛 젤리, 콜라 맛 슬러쉬까지도. 하지만 본디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법 아닌가. 마시지 말라고, 먹지 말라고 하니 더 간절했고 더욱 달콤했다. 그 때문일까, 난 부모님의 노력이 무색하리만치 콜라를 유독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고 주위에 내가 콜라를 좋아하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었으며 고등학교 시절엔 ‘콜라’라는 별명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한데 이는 내가 단순히 콜라를 즐겨 마셨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콜라를 ‘수집’했다. 지금은 꽤 흔한 수집 종목이 되었고 컬렉터들 또한 급증했지만, 당시에 국내에서 콜라를 수집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로 소수였다는 건 아니지만 다른 종목과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비주류에 속했음은 분명하다. 덧붙여 또래 친구 중에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수집하는 아이도 흔치 않았다. 제법 독특하고 특별한 취미 생활이었다고 자부한다.

 

내 수집 이야기의 시작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Fall in coca-cola


 

[크기변환]코카콜라.jpeg

 

때는 바야흐로 2013년, 7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그날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초겨울이었다. 여느 주말처럼 엄마와 함께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갔고 별다를 것 없이 장을 본 후, 계산하러 가는 길에 스치듯 무언가를 보았고 홀린 듯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곤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그것을 집어 곧바로 카트에 실었다. 이제 와 다시금 꺼내 보면 그다지 감동적인 비주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때의 난 산타가 그려진 동그란 콜라에 첫눈에 반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집에 와, 내가 산 게 과연 무엇인지 알고자 인터넷을 켰다. 그리고 검색 결과 ‘2013년 크리스마스 스페셜 에디션 스플래시 볼’ 이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2013년 크리스마스 스페셜 에디션 스플래시 볼’ 은 키워드 하나하나가 날 흥분케 하기에 충분했다. 다른 년도, 다른 기념일에, 다른 모양의, 다른 에디션도 존재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으니까!

 

코카콜라는 나의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들의 세계는 무궁무진했다. 코카콜라는 지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음료만이 아니라 시계, 달력, 인형, 필기구, 전화기, 마그넷 등 수많은 제품을 생산해왔으며 이에 그치지 않고 수량이 한정되어 희소성을 지닌 리미티드 에디션 또한 지속해서 출시해왔다. 리미티드 에디션은 독특한 패키지 디자인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데,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당대의 국제적 행사를 패키지에 담기도 했고 전 세계인의 공통된 기념일인 밸런타인데이와 크리스마스를 담기도 했다. 계절이 바뀌면 해당 계절의 심볼을 새기기도 했고 특정 발매국의 상황이나 이벤트가 디자인으로 남겨지기도 했다. 또한, 칼 라거펠트, 장 폴 고티에, 페레가모, 베르사체, 다프트 펑크, 미카, 데이비드 게타 등 나열하자면 셀 수 없이 많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브랜드와의 콜라보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렇게 리미티드 에디션의 존재를 알게 된 난, 그것들을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엔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단순히 예뻐서 좋았다. 그들의 출중한 패키지 디자인은 내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으로 아름다웠고 그렇기에 소장하여 가까이서 오래 보고 싶었던 것이다. 오래 보고 있자니 그것들이 좋은 이유는 점차 늘어갔다.


각기 다른 대륙에서 바다를 건너온 콜라들은 나로 하여금 때때로 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들곤 했다. 영국 콜라는 영국인들의 다소 딱딱한 이미지가, 멕시코 콜라는 그들의 화려한 문화가, 일본 콜라는 섬세함이 디자인에서 드러나는 걸 보고 있노라면 관념 속의 세계가 현실인 양 파노라마처럼 스쳐 갔고 이는 자못 흥미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콜라는 과거를 기억하게 해주는 매개체로 작용하기도 했다. 내가 콜라를 수집한다는 걸 알게 된 지인들은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꼭 콜라를 하나씩 선물해주었는데, 지금은 자연스레 멀어져 연락이 닿지 않는 이들도 그들이 선물한 콜라를 통해 그때의 추억과 고마운 마음을 상기할 수 있으니 말이다.

 

수집을 넘어 콜라는 내 꿈 그 자체기도 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던 내 목표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여 코카콜라 한국지사에 패키지 디자이너로 입사하는 것이었고 더 나아가 코카콜라 본사의 수석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설령 그게 불가능할지언정 어디서든 간에 음료병을 디자인하고 싶은 마음에 부풀어 있었다. 마신 뒤 쉽게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을 수 없는, 버리기엔 너무도 아까운, 진열장에 두고 싶은 그런 병, 다채롭고 개성적이지만 기업의 아이덴티티는 잃지 않는 그런 병을 만들고 싶었다. 비록, 그 꿈은 추억으로 간직되었지만, 그때의 내가 콜라가 아니었다면 입시에서 그만큼 확실하고 강력한 동기부여를 가질 수 있었을까 싶다.

 

 

 

How to coll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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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코카콜라 한정판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던 시기에 고등학생 신분에서 해외 제품들을 수집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는데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던 곳은 일명 ‘코사모; 코카콜라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네이버 카페였다. 내가 수집을 처음 시작했을 시기엔 회원수 백 명을 웃도는 작은 카페였지만 지금은 ‘한국 코카콜라 공식클럽’으로 명칭이 바뀌고 회원 수도 수천 명에 달한다. 이름만 공식클럽인 것이 아니다. 1974년 미국 컬렉터들에 의해 만들어진 ‘코카콜라 컬렉터즈 클럽’은 현재는 30여 개국에서, 50여 개 지부를 가지고 활동하는 대규모 클럽인데, 이곳으로부터 16년 3월, 49개 지부 중 하나인 ‘한국 코크클럽’으로 공식 인가를 받은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에 이어 두 번째였다. 비록, 코카콜라에서 주최하는 것은 아니지만 ‘코카콜라 컬렉터즈 클럽’은 오래전부터 대규모 컨벤션이나 경매 등 다양한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한국 클럽 역시 공식 인가를 받은 16년부터 매해 페어를 개최하고 있다. 페어엔 한국인뿐 아니라 각국으로부터 온 컬렉터들이 참여하고 소장품들을 공개, 교환, 판매한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코카콜라 공식 클럽에 가입하면 코카콜라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혜택 더불어 분양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직구 사이트인 이베이와 페이스북과 같은 SNS 또한 해외 제품 수집에 있어서 필수적이고 유용하다고 컬렉터들에게 알려져 있다. 특히 코카콜라는 해외 수집가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보니 외국인과의 교류가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아쉽게도 나는 언어의 장벽과 왠지 모를 불안감 때문에 사용해 본 적은 없다만, 수차례 해외 컬렉터들과 거래한 분들은 보증된 판매자들을 알기도 하고, 경험으로 얻은 팁을 통해 제품 상태에 관한 부담과 염려를 덜고,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애용하는 듯 하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나의 수집을 여기저기 소문내는 것이다. 혼자 힘으로 하는 수집에는 한계가 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의 교류도 좋지만, 나의 취미를 알고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만큼 큰 선물은 없다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은 고등학생 때만큼 열정적으로 수집하진 않지만, 여전히 국내에 새로운 에디션이 출시되었을 때 '어느 매장에 처음 보는 콜라가 깔렸더라 네 생각이 나서 연락했어'라는 친구의 연락을 받으면 시간 내어 방문하곤 한다.

 

마지막으로 여행을 통해 수집하는 것도 내가 가장 선호하는 방법이다. 여행을 기념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마그넷을, 누군가는 인형을, 누군가는 지도를 기념품으로 간직하듯 나는 그 나라만의 디자인이 담긴 콜라를 기념품으로 간직한다. 보통 서너 병을 가져오는데 혹시라도 기압에 의해 터질까 하는 부담도 크고 무게도 상당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콜라가 최고의 기념품이다.

 

 

 

Tip


 

첫째로, 주력으로 할 종목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코카콜라 보틀은 크게 유리병, 알루미늄 보틀, 페트병, 캔 이렇게 네 가지로 분류되는데 나 또한 처음엔 패키지가 예쁘면 종류에 개의치 않고 두서없이 모으고 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 알루미늄 보틀을 중심으로 유리병 몇 가지만 남기고 정리했다. (알루미늄 보틀 또한 아티스트 / 컨투어 / 크리스마스 / 올림픽 등으로 좁혀질 수 있다.)

 

둘째로, 소장품의 가치는 희소성과 얼마나 오랫동안 훼손 없이 보존돼 왔느냐이다. 래핑의 찢김, 스크래치와 덴트의 유무와 정도가 등급의 척도가 되기도 하며 보틀의 뚜껑이 따였는지 따이지 않았는지도 굉장히 중요하다. 당연히 온전한 원형 상태의 병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여 일부 양심 없는 셀러들은 뚜껑을 다시 씌우는 리캡이라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예외적으로 쉽게 부식되는 캔의 경우, 바닥 혹은 캔 따는 손잡이 아랫부분에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구멍을 내어 내용물을 뺀 다음 소장하기도 한다.

 

셋째로, 수집을 경제적인 목적이 아닌 열정과 즐거움의 수단으로 바라보았으면 한다. 코카콜라 수집이 흥할수록 투자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져 사재기 등을 통해 보틀들의 시세가 올라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진정 코카콜라를 사랑하고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는 수집가들에겐 그저 아쉬울 수밖에.

 

 

 

My coke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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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한 켠에 일부를 진열해 놓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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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우측, 7년 전 처음 구입한 '2013년 크리스마스 스페셜 에디션 스플래시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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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프랑스 코카콜라에서 주최한 name on coke 이벤트에서 제작한 내 이름 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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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는 먼지를 피할 수 없을 땐 이렇게라도

 

 

과거의 내게 콜라는 전부였고 현재의 내게 콜라는 일부이자 추억이다. 가끔가다 한두개 씩 채워 넣는 지금의 뜨뜻미지근한 모습도 나쁘지 않지만 언젠가 꼭 전처럼 열정적으로 수집에 임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지내 왔다. 한데, 그렇지 못하는 걸 보니 미련 가득해 놓아주지 못하는 지나간 사랑 같기도. 이러한 글을 쓰게 된 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수집 이야기>의 저자 야나기 무네요시가 수집은 개인적인 소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수집의 즐거움은 모으는 데에도 있지만, 사람들과 함께 보며 나누는데에도 있다고 말하듯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다. 내가 느꼈던 그 즐거움을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할 수 있기를.

 

 

 

강안나.jpg

 

 

[강안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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