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소설 속 인물이라면 트라우마 하나쯤은 있어야지. - 트라우마 사전 [도서]

트라우마 사전, 읽어볼래요?
글 입력 2020.06.0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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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을 받았을 때 상당히 두꺼웠고 무게도 상당해서 읽는 데에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매일 1단원씩 읽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읽고 나서는 비슷한 패턴에 익숙해져 속도를 내어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은 트라우마 사전이다. 사전인 만큼 방대한 종류의 트라우마가 세세하게 나열되어 있고 트라우마라고 생각지 못했던 것들조차 트라우마의 하나로 다루기 때문에 트라우마에 대해 파악하고 더 나아가 글을 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트라우마: 정신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격렬한 감정적 충격이며 여러 가지 정신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정신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수도 없이 다양하고 그렇기에 다양한 측면에서 트라우마를 바라보아야 한다. 특히, 소설의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이라면 몰입도를 높일 수 있도록 트라우마 하나쯤은 경험한 인물로 나타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작가나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유용한 책이며 책을 읽을 때 인물을 분석하고 인물에 자신을 대입해서 읽는 독자라면 이 책이 더욱 유용할 것이다.

 

이 책은 트라우마별로 크게 주제를 나누어 차근차근 설명해주는데 가장 좋았던 점은 이 트라우마를 겪음으로써 나타나는 행동을 묘사했다는 것이다. 트라우마를 겪고 난 후의 주인공이 어떤 심경과 상황을 겪는지 안다면 작가가 인물을 만들 때 감정선에 있어서 확실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의 사고를 목격했다 라는 트라우마를 주제로 한다면 작가는 주인공의 처절한 심경을 글로 나타내려고 노력은 하겠으나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묘사를 하지 않으면 단순한 슬픔으로 느껴지기에 와닿지 않는다. 그때 이 책을 참고한다면 훨씬 생생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트라우마 사전은 아무래도 다른 부연 설명 없이 오직 트라우마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보니 예시를 통해 책을 설명하는 것이 적절할 듯 싶다. 아까 친구의 사고를 목격했다 라는 트라우마로 소설을 쓴다면 ‘그날은 친구가 눈앞에서 사고를 당한 날이었다. 어찌할 줄 몰라 무서웠고 친구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라는 문장으로 서술할 수 있다. 이 문장도 물론 그 상황을 잘 전달하지만 그 주인공이 느낄 복잡한 슬픔보다는 단순한 슬픔에 가깝다. 슬픔이 단순하다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서술하는 문장이 단순해서 슬픔의 층위를 하나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 문장을 트라우마 사전의 예시를 참고해서 다시 만들면 어떨까?

 

친구의 사고를 눈앞에서 마주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트라우마의 감정 ‘자신감이 떨어지고 그때의 상황과 비슷한 순간만 오면 떨며 괴로워함, 자신이 누군가를 구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떨어짐. 내가 친구를 부르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라며 자책함.’을 이용한다면 이렇게 바꾸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적 소리가 나를 감쌌다. 순간 그때와 다름 상황임을 알면서도 내 몸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눈에 무언가가 끼어서 앞을 볼 수 없었고 나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트라우마 사전을 보았을 때 나는 작가가 소설의 인물에 트라우마를 직접 부여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첫장부터 차근차근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이 책은 사소한 것들조차 트라우마로 분류해 내가 읽었던 책의 모든 인물은 깊이에 상관없이 트라우마가 있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같은 맥락에서 전공 수업 ‘한국현대소설론’ 교수님께서는 소설에 나오는 인물에 따라 소설의 분위기 더 나아가 사람들의 선호도까지 바뀐다며 그만큼 작가는 인물에 애정을 가지고 인물을 구현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완벽하고 일상에 문제가 없는 인물을 주요 인물로 끌어온다면 사람들은 그 소설을 읽지 않을 것이라고도 하셨다. 그리고 소설 속의 ‘하나쯤은 문제가 있도록 설정된 인물’은 반드시 과거에 트라우마를 겪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에이포지 50장에 달하는 소설을 쓰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 쓴 것이라 내가 쓴 소설과 이 트라우마 사전의 공통점이 적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던 나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 소설 속 인물은 과거 자신을 제외한 가족이 놀러 갔다가 자기 동생의 납치 되었음을 전해 듣는다. 이때부터 트라우마 사전은 내가 설정한 상황이 결국은 자기 안의 내용임을 말하며 자신만만하다. 또한, 주인공의 어머니는 원치 않는 성관계를 겪은 인물이다. 이 성관계로 어머니의 일상은 무너지고 소설에서 그 감정을 표현하느라 꼬박 일주일이 걸렸는데 이 사전 속에서 트라우마의 하나로 ‘원치 않는 성관계’를 다루고 있었고 여기서 이 트라우마로 일어나는 감정을 나열한 부분은 내가 표현한 감정과 유사했다.

 

내가 이번에 읽은 책으로 트라우마 사전을 설명하자면, 책 ‘나의 아름다운 고독’에 나오는 주인공 ‘레니’의 아빠는 아내와 딸에 대한 집착을 넘어 가정폭력을 하며 아내는 가스라이팅에 익숙해져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고 레니는 그 굴레를 벗어나고자 아빠에 저항한다. 결국, 이런 상황은 극에 치달아 아빠가 레니에게까지 폭력을 쓰고 이를 보던 엄마가 딸은 건드리지 말라며 아빠를 죽임으로써 사건은 끝난 듯 보이지만 이 둘은 다른 곳으로 간 다음에도 아빠의 흔적에 시달린다.

 

아빠의 가정폭력에서 오랫동안 고통받았기에 아빠가 죽은 뒤에도 레니는 그 상황을 상기하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이것은 트라우마로 자리 잡아 주인공과 엄마를 괴롭게 한다. 더 나아가 아빠를 죽였다는 사실에 또한 괴로워한다. 이 책에 나온 트라우마는 책에 따르면 ‘가정폭력’ 그리고 ‘가족 가운데 누군가를 우발적으로 죽임’이다.

 


이렇듯 모든 소설에는
각자의 트라우마가 있다.

 

트라우마 사전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인물을 창조하고자 하는 작가들 그리고 책을 읽으며 인물에 가려진, 겉으로 보이는 트라우마뿐만이 아닌 다양한 트라우마를 파악하고 싶은 독자에게도 좋은 책이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면 이 책을 전적으로 믿지는 말라는 것이다. 이렇게 누군가가 제시해 준 트라우마를 공부하고 이것을 나의 글에 대입하려고 한다면 내가 원래 창조하고자 했던 캐릭터를 없애고 애매한 인물을 탄생시킬 수도 있으며 독자도 작가가 의도한 다양한 트라우마의 복합체를 이 책을 바탕으로 일차원적으로 펼치려고 하면 책의 몰입도에 방해될 수 있다. 그러므로 책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찾아보며 소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되 의존하지는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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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안젤라 애커만, 베카 푸글리시

 

안젤라 애커만과 베카 푸글리시는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글쓰기 코치, 전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강연자들이다. 이들이 쓴 책은 미국에서 대학 강의에 사용되고 있으며,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작가, 각본가, 편집자, 심리학자들이 참고서로 활용한다. 작가들이 능력을 갈고닦을 수 있도록 돕는 사이트 '작가들의 도우미 작가(Writers Helping Writers®)'와, 작가들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혁신적인 온라인 도서관 '작가의 원스톱 도서관(One Stop for Writers®)'의 공동 설립자이자 운영자들이다.

 

 



[김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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